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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이달의 테마여행] 삼례 책마을
[이달의 테마여행] 삼례 책마을
  • 유은비 기자
  • 승인 2016.10.13 14:0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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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먹고 사는 사람들의 마을

[여행스케치=전북] 세계적인 책마을 영국의 헤이 온 와이, 벨기에의 르뒤, 프랑스의 몽튈리외. 이 지역의 공통점은 책을 사랑하고 책으로 먹고 살아간다는 것이다. 최근 전북 완주군에도 이와 같은 책마을이 생겼다. 바로 삼례책마을이다.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여 지금부터 보물섬으로의 여행을 떠나보자.

삼례 책마을의 중심이 되는 북 하우스 전경. 사진 / 유은비 기자

지난 8월 29일에 개관한 삼례책마을은 북 하우스, 한국학아카이브, 북 갤러리, 삼례책마을 센터로 이루어져 있다. 책마을 길목에 들어서면 ‘삼례는 책이다’라는 커다란 문구가 나풀거리는 건물이 가장 먼저 보인다.

'삼례는 책이다'는 독특한 글씨의 문구가 눈에 띈다. 사진 / 유은비 기자
어린왕자가 방문객들을 환영한다. 사진 / 유은비 기자

고서들이 잠들어 있는 북 하우스다. 북 하우스 입구를 지키고 있는 것은 개도, 사람도 아닌 어린왕자. 오래된 건 물 외벽이 빛을 발하는 것은 이처럼 예상치 못한 곳에서 만나는 반가운 캐릭터의 얼굴 덕분이다.

비료창고에서 보물창고로
북 하우스에 들어가 유심히 공간을 살펴보면 2층 높이의 천정이 유독 눈에 띈다. 지금처럼 책이 가득 들어차지 않았을 때 이 공간을 채우는 것은 비료였다.

삼례 책마을 문화센터 북하우스 내부 모습. 사진 / 유은비 기자

1926년 일제가 양곡을 수탈하는 저장고로 사용되었던 이 창고는 70년대에 들어와 삼례농협 비료창고가 되었다. 다시, 올해 초에 새롭게 리모델링 되어 거대한 서가로 탄생했다. 북하우스에는 계당서재, 한성책방, 더불어 숲 등의 헌책방이 밀집되어 있다. 2층으로 올라가면 고서점 호산방이 모습을 드러낸다.

2층에 자리잡은 고서점 호산방. 사진 / 유은비 기자

고서점 호산방에는 정지용의 ‘백록담’(1946년 백양당 초판본)을 비롯해 중국 고대 지리서인 산해경(1800년대 필사본) 등 쉽게 만날 수 없는 서적들과 역사책 에서나 볼 수 있었던 자료들이 보관되어 있다. 단순히 전시만 하는 것은 아니다. 고서적에도 정가를 매겨 판매하고 있다.

삼례책마을 문화센터 맞은편 삼례 성당의 모습. 사진 / 유은비 기자

이처럼 삼례책마을에서는 희귀고서들과 함께 10만여 권이 넘는 헌책들을 만나볼 수 있다. 삼례책마을 문화센터 맞은편에 삼례 성당이 있다. 성당 뒤편으로 들어가면 좁은 길이 나있어 책박물관과 통한다.

책박물관에 들어서기 직전에 무인서점이 있다. 사진 / 유은비 기자

책박물관에 바로 붙어있는 ‘정직한 서점’은 우리 나라 최초 무인서점으로 책마을이 들어서기 전에 삼례에 먼저 문을 열었다. 아무도 서점을 지키고 있지도 않고 책에 따로 가격이 매겨져 있지도 않다. 그야말로 스스로 가격을 책정해서 책을 살 수 있는 자유로운 공간이다.

박대헌 관장이 바라보는 책마을
박대헌 관장은 고등학교 때 스승이 들려주었던 수주의 술주정 이야기가 담긴 <명정사십년>을 구하려 청계천 헌책방에 처음 발을 들였다. 고서와의 인연은 그렇게 시작됐다. 그 후 그는 이십대 때부터 고서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아무리 오래된 책이라도 우리가 알지 못했던 정보가 있다면 그것이 바로 새로운 책이다. 사진 / 유은비 기자

그가 군입대를 앞둔 시절, 원효로 근처의 헌책방에서 임화의 시집 <현해탄>, 정지 용의 시집 <지용시선>과 조우하게 된다. 고물 장사꾼들의 리어카에서 쏟아져 나온 이 책들을 헐값에 구입하며 고서의 세계에 빠져들었다고 한다.

박대헌 관장은 1983년, 서울 인사동에서 고서점 호산방을 열어 운영하다가 1999년 오랜 꿈인 책마을을 조성하기 위해 강원도 영월로 향했다. 영월에서 폐교를 빌려 우리나라 최초 책박물관을 설립 했지만 자치단체와의 문제로 10년 만에 다시 서울로 돌아가야 했다.

그는 2013년 삼례로 내려와 책박물관을 개관하고 올해, 맞은편에 책마을을 조성했다. “아무리 오래된 책에도 우리가 알지 못했던 정보가 있다면 그것이 바로 새로운 책”이라 말하는 박대헌 책박물관장.

구석구석에 앉아 편하게 책을 볼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사진 / 유은비 기자

책마을의 본질을 알아야 한다고 거듭 강조하는 박 관장에게 책마을의 의미에 대해 묻자, “지식의 집합소라 불리는 대학과도 바꿀 수 없는 보물”이며 책마을은 “단순히 관광단지가 아닌 책으로 먹고 사는 사람들의 마을”이라고 말했다.

삼례책마을 사업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그 시작이 책박물관과 삼례책마을 문화센터이다. 박 관장은 완주군과 삼례읍 사람들의 적극적인 지지와 도움을 바탕으로 삼례와 완주, 더 나아가 대한민국의 책 문화가 단단하게 자리 잡길 바란다고 말했다.

헌책들이 빼곡히 쌓여있다. 찬찬히 살펴보면 보물을 발견할 것만 같다. 사진 / 유은비 기자

온 마을이 책으로 뒤덮여 있다고 생각해보라. 만약 상상만으로도 행복을 느낀다면 당신은 삼례책마을을 그냥 지나칠 수 없을 것이다. 책의 왕국을 꿈꿨던 리차드 부스는 결국 영국 책마을 ‘헤이 온 와이’를 만들어 냈다.

완주와 삼례 시민들도 온 마을이 책으로 뒤덮일 날을 꿈꾸고 있다. 앞으로 삼례책마을이 어떻게 변화해 나갈지 지켜보는 것도 크나큰 즐거움이 될 것이다.

Info 삼례책마을
주소 전북 완주군 삼례읍 삼례역로 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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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o135 2016-11-03 18:10:31
가까운 곳에 있네요. 한번 가봐야 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