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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동호회탐방] 세상걷기, 변산마실길을 걷다
[동호회탐방] 세상걷기, 변산마실길을 걷다
  • 유은비 기자
  • 승인 2016.10.13 15: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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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에 한 발짝 더 다가가는 걷기 동호회
탁 트인 변산 앞 바다. 사진 / 유은비 기자

[여행스케치=전북] 그대가 누구인지, 사는 곳도, 직업도 중요치 않다. 오로지 이 순간만을 발걸음으로 옮기는 '세상걷기' 동호회원들. 웃음 많은 그들을 따라 변산마실길을 걷는다.

전북 부안 변산마실길의 시작점인 격포항에 도착하자마자 세상걷기 회원들 의 걷기가 시작됐다. 세상걷기 김시중 회원은 산길을 오르는 내내 “참 좋다, 그냥 참 좋다”를 연신 외치며 활기를 더했다.

한 길 위에 두 사람이 피워내는 이야기가 걷기를 즐겁게 만든다. 사진 / 유은비 기자

무엇이 그리 좋으냐는 질문에, “함께 걸을 때 가장 즐거운 것은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라고 말하자 뒤 에서 걸어오던 신태현 회원은 덧붙인다. “혼자 걸으면 금방 지쳐요. 여럿이 걸으면서 세상 이야기 나누다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걷게 되지요.”

봉희봉 숲길을 걷는 세상걷기 회원들. 사진 / 유은비 기자

서로의 길벗이 되어 세상을 걷는 일
변산마실길에 참여한 회원들이 하나 둘 봉희봉을 오른다. 울창한 숲이 먼저 펼쳐지는 변산마실길 4코스는 자신의 페이스에 맞게 걷다보면 뒤처지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앞서 걷던 일행은 기다리다 걷기를 반복하니 안심하고 천천히 걸으라며 격려하는 회원들.

기다리는 동안 가방에서 시원한 오미자 차와 배를 꺼내 나누어 먹으며 땀을 식힌다. 꾸역꾸역 산을 오르다보니 평지가 나오고 어느새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을 촬영했던 전라좌수영세트장에 이르렀다.

원래는 전라우수영 관할지역 이지만 극중 이순신의 고뇌를 연출하기 위해 바다와 어우러진 이곳의 풍경이 적절하여 전라좌수영세트장을 만들었다고 한다. 지금은 텅 빈 세트장으로 남아있지만 변산 앞바다를 배경으로 촬영된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의 감동은 영원하다.

드라마<불멸의 이순신>세트장. 누각 너머 바다가 보인다. 사진 / 유은비 기자

사립문을 지나 더 안쪽으로 들어가면 멋스러운 기와지붕을 얹고 있는 누각이 보인다. 그 너머로 모습을 드러내는 푸른 바다라. 잠시 걸음을 멈춘 회원들은 마침내 마주한 바다를 바라보며 크게 숨을 들이쉰다.

전라좌수영세트장을 둘러보고 다시 걷기 행렬이 이어진다. 바닷바람을 맞고 난 후 회원들의 발걸음이 훨씬 가볍다. 아기자기한 조각품과 벽화로 꾸며진 궁항마을로 간다. 궁항마을까지 가는 길은 비교적 평탄하다. 그러나 계속되는 아스팔트길이 못내 아쉽다는 신경문 카페지기.

궁항마을의 선홍빛 지붕과 조각상. 사진 / 유은비 기자

갈수록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는 걷기동호회인 만큼 그는 카페의 운영위원들과 ‘걷기에 좋은 길’을 찾기 위해 무던히 노력한다고 한다. 선홍빛이 도는 지붕들이 궁항마을에 도착했음을 알린다.

골목골목 귀여운 조각과 알록달록한 벽화가 사람들의 발길을 멈추게 한다. 저마다 카메라를 꺼내들고 또 한 장의 추억을 남긴다. 잠시 궁항마을에서 쉬었다가기로 한다.

궁항마을에서 상록해수욕장을 가는 길. 인도가 끊겨 차도로 가는 위험을 무릅써야 한다. 사진 / 유은비 기자

변산 앞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
그래, 이 맛에 걷지 

궁항마을을 지나 상록해수욕장까지 가는 길은 중간에 인도가 끊겨 차도로 가야했다. 버스가 오거나 차량이 빈번하게 지나가 걷기가 조금 지체됐다. 이에 구본형 회원은 “차로 갈 땐 그냥 지나치던 풍경이지만 걸으니 작은 것 하나 다 보이지 않느냐”며 “걷기의 진정한 매력은 자연에 한 발짝 다가서 는 것”이라고 말했다.

드넓은 해안사구가 펼쳐진 상록해수욕장. 사진 / 유은비 기자

어느덧 상록해수욕장에 이르니 드넓은 해안사구가 펼쳐진다. 세상 걷기 회원들은 일렬로 서서 ‘드디어 만난 해안사구’에 감탄했다. 여기에 시원한 바닷바람까지 부니 ‘이 맛에 걷는다’고 회원들은 연신 즐거 워한다.

울창한 나무가 시원한 그늘을 만드는 길목에서 포즈를 취하는 회원들. 사진 / 유은비 기자

걷기에 탄력을 받아 쉼 없이 걷다보니 전북학생해양수련원에 도착했다. 이곳에는 4코스의 종착지 솔섬이 있다. 일몰이 유명한 솔섬은 사진 가들이 꼭 한번은 찾아온다는 곳이다.

썰물 때는 길이 생겨 육지와 연결된다. 그러나 솔섬 보호를 위해 출입이 금지되어 있다. 조금은 멀지만 섬의 모습을 한눈에 넣을 수 있으니 이 또한 운치가 있다.

데크길을 따라 목표지점인 모항해수욕장으로 향하는 회원들. 사진 / 유은비 기자

4코스를 마무리하고 5코스로 접어들자 바다와 한층 더 가까워진다. 4코스 보다는 5km가 더 긴 길이지만 훨씬 수월하게 걸을 수 있다. 야트막한 산길만 지나면 해안길이 계속되기 때문이다.

산 중턱의 마실길 쉼터에서 잠시 숨을 고른 후 데크길을 따라 걷는다. 모자가 날아갈 만큼 강한 바닷바람이 불어온다. 데크길이 끝나고 펼쳐진 길은 온통 바위투성이다. 선두자는 망설임 없이 판판한 돌을 찾아 차례로 디뎌가며 회원들에게 안전한 길을 안내 한다. 서로를 믿고 또 자신을 믿으며 걷는 이들은 모항해수욕장까지 무사히 완주의 기쁨을 만끽했다.

솔섬에 도착한 세상걷기 회원들. 사진 / 유은비 기자

2000년 5월에 창설된 다음 카페 ‘세상걷기’는 1만2천명의 회원이 가입되어 있다. 퇴근 후 저녁걷기, 토요ㆍ일요 걷기, 버스를 대절하여 전국을 걷는 여행걷기, 매월 넷째 주 토요일에 버스를 대절해서 가는 버스도보, 2박3일 일 정으로 제주 오름과 올레길을 걷는 제주걷기, 해외걷기 등 다양한 코스와 주제를 가지고 진행되고 있다. 현재 신경문 카페지기와 여덟 명의 운영진이 세상걷기를 이끌어간다.

Interview 신경문(산아야) 세상걷기 카페지기
걷기여행을 하는 사람들은 많아졌지만 아직 올바른 걷기문화가 정착되지는 않았다고 생각해요. 산이나 들에 있는 식물과 열매를 채취하지 않는 것과 쓰레기를 버리지 않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입니다. ‘세상걷기’는 올바른 걷기문화를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며 오늘도, 내일도 길을 나선답니다. cafe.daum.net/doubukro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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