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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4월호
[slow travel] 갈대숲과 갯벌의 화음이 들려오는 자전거 여행
[slow travel] 갈대숲과 갯벌의 화음이 들려오는 자전거 여행
  • 조용식 기자
  • 승인 2016.11.07 14: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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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가을, 순풍이 불어 더 달리고 싶어진다

자전거 길로 갈대숲이 늦가을의 정취를 느낄 수 있다. 남포 다리를 건너 해창으로 향하는 갯벌에는 수많은 철새들이 먹이 사냥 중인 듯 미동을 하지 않는다. 전남 강진의 해안 자전거길에서 갈대숲과 갯벌의 살아 숨 쉬는 소리를 전한다.

강진만의 갈대숲 여행은 강진종합운동장에서 시작된다. 이곳에서 자전거를 빌려 목리다리, 강진만 갈대숲, 남포교, 제방 자전거도로, 철새 도래지까지 코스를 잡는 것이 좋다. 이 구간은 강진군 체육회가 매주 화, 목요일 자전거 타는 날을 정해 자전거를 무료로 대여해 준다.

강진만의 춤추는 갈대숲을 따라 달리는, 두 바퀴

중흥아파트를 지나 목리다리를 지나면서 강진만 갈대숲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한다. 함께 라이딩을 한 김진태 주무관은 “강진만 갈대숲의 하이라이트는 남포 축구장이 있는 곳”이라며 “강진군이 올해 처음 ‘강진만 춤추는 갈대 축제’를 선보이게 됐다”고 소개한다.

남포 축구장 건너편으로 금사리의 금사봉과 용두봉으로 운무가 펼쳐져 강진만의 갈대숲에 운치를 더하는 모습이다. 갈대숲을 이어주는 데크가 사이사이 모습을 보일 정도로 강진만의 춤추는 갈대숲은 장관을 이룬다.

잠시 자전거에서 내려 강진만의 갈대숲을 걷는 시간을 가져본다. 갈대 축제 현장에 세워진 배 위로 올라가니 20만 평에 달하는 강진만의 갈대숲 전경이 한눈에 들어오며 장관을 연출한다. 나무 데크를 따라 어른 키만 한 갈대숲을 만난다.

황금으로 물들어가는 갈대숲을 따라 사랑의 소원 길을 걷는다. 소원 길 입구에는 ‘사랑의 소원 달기’ 행사에 참가해 작성한 글들이 하나둘 달려있다. 소원 길은 건너편 대형 고니 형상을 한 곳까지 이어져 있다.

다시 자전거를 타고 남포 다리를 향해 달린다. 갈대숲 맞은편에는 노란 물결의 코스모스가 갈대숲으로 여행을 온 여학생들을 맞이하고 있다. 늦가을에도 활짝 핀 코스모스를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들이 밝기만 하다. 그 옆으로 ‘2017년은 남도 답사 1번지 강진 방문의 해입니다’라는 현수막이 내걸려 있다.

철새 도래지에서 만난 짱뚱어 낚시꾼

남포 배수장을 지나 오른쪽으로 조금만 가면 남포 다리가 나온다. 둑방 자전거 도로가 펼쳐지는 이 구간 역시 시원하게 펼쳐진 갈대숲이 이어진다. 한참을 달리니 강진만의 자랑인 갯벌이 눈에 들어온다. 철새 도래지로 유명한 이곳에는 여러 종류의 철새들을 만날 수 있다.

검은 속살을 드러내 놓은 갯벌에는 짱뚱어를 잡는 주민들의 모습이 하나둘 보인다. 한 주민이 갯벌 한가운데 앉아서 갈고리 모양의 여러 개의 바늘을 매단 낚싯대를 짱뚱어 주변으로 던진다. 짱뚱어가 눈치채지 못하게 조심스럽게 낚싯바늘을 끌어서 재빨리 잡아채는 방식으로 짱뚱어를 잡는다.

자전거 도로에서 ‘사색과 명산의 다산오솔길’ 이정표를 만났다. 유배길 2코스로 다산수련원 → 다산초당 → 백련사 → 철새도래지 → 남포마을 → 목리마을 → 이학래생가 → 강진5일시장 → 사의재 → 영랑생가로 이어진다.

김진태 사무관은 “유배길 2코스는 18년 동안 강진에서 유배생활을 했던 다산 정약용 선생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인문학 트레킹의 한 코스”라고 소개하며 “강진 인문학 트레킹을 하신 분들이 최근에는 무위사를 중심으로 한 트레킹 코스를 찾고 있다”고 설명한다.

출발한 지 2시간이 지났는데, 자전거로는 9km를 달려 철새 도래지 전망대에 도착했다. 중간중간 볼거리가 많아 시간을 많이 지체한 것이다. 전망대에는 철새를 보다 가까이서 관찰할 수 있는 망원경이 준비되어 있다.

검은 속살의 광활한 갯벌에서 스트레스를 날리다

검은 속살을 드러낸 강진만의 갯벌을 가로 지르는 물줄기가 가늘고도 길게 이어져 있다. 멀리 철새들의 움직임을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시원해진다. 넓은 갯벌은 바다와 같이 마음속의 스트레스를 날려 보내기 좋은 곳이다.

철새 도래지에서 다산 정약용 선생이 10여 년 동안 유배 생활을 하면서 후학들을 가르친 백련사까지는 자전거로 약 3.6km. 종합운동장에서 자전거를 빌리는 여행자에게는 허락되지 않는 코스이지만, 다산 정약용 선생의 발자취를 소개하기 위해 조금 더 자전거 여행을 했다.

백련사는 만덕산이란 산 이름을 따서 만덕사라 하였으나 현재는 백련사로 부르고 있다. 신라 말에 창건된 것으로 전해지는 백련사는 1211년에 원묘국사 요세에 의해 중창되었다. 보물 1396호인 백련사 사적비와 전남 유형문화재 136호인 백련사 대웅전, 전남 유형문화재 223호인 백련사 원구형 부도 등이 있다.

조선 후기에는 8대사를 배출하여 전국에서 명실공히 으뜸가는 명찰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현재는 대응전, 응진당, 명부전, 칠성각 등의 건물이 남아 있다.

백련사 동백나무 숲은 약 7000그루의 동백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동백나무와 함께 비자나무와 후박나무가 자라며, 나무 아래에는 차나무가 자생하는 것이 특징이다. 백련사에서 다산초당으로 이어지는 오솔길은 다산 정약용 선생이 백련사의 명승 아암 혜장 선사를 만나기 위해 오가던 사색의 길이다. 길이가 800m이며, 도보로 30분 정도 소요된다. 오솔길 중간 지점에는 해월루가 있어 잠시 쉬어갈 수 있다.

다산초당은 정약용 선생이 강진 유배 기간 중 10여 년 동안 생활하면서 후학들을 가르친 곳이다. 다산초당, 동암, 서암, 천일각 등의 건물과 ‘다산 4경’이라고 부르는 정석, 약천, 다조, 연지석가산 등의 유적이 있다. 다산초당을 비롯하여 이곳이 다양한 유적을 ‘정약용 유적’으로 통합하여 사적 107호로 지정하고 보호하고 있다.

시간이 더 허락된다면 출렁다리까지 자전거 여행을 하는 것이 좋다. 이 구간은 최근 행정자치부가 주관한 ‘아름다운 자전거길 100선’에 선정된 곳이다. 강진만 제방길과 해안도로에 조성된 자전거길로 깨끗하고 시원한 강진만의 생태적 가치를 만끽할 수 있는 자전거길이다.

김진태 주무관은 “남포~출렁다리 구간은 청정한 강진만과 다산의 숨결을 품은 강진관광의 진미”라며 “내년 강진 방문의 해를 대비해 주변 관광자원의 편의시설을 확충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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