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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8월호
'맛'시장 '멋'골목③ 양림동 펭귄마을
'맛'시장 '멋'골목③ 양림동 펭귄마을
  • 김샛별 기자
  • 승인 2016.12.06 15: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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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갖 ‘쓰레기’들이 모여 예술이 되다
대인시장에서 충장로를 지나 광주천 너머에 있는 양림동 펭귄마을. 사진 / 김샛별 기자

[여행스케치=광주] 회색 LPG 가스통에 얼굴과 날개를 달아 펭귄 모양을 해놓은 것을 발견했다면, 그곳이 펭귄마을 입구다.

멈춰 있는 시계들이 가득한 벽면, 오래된 광고 전단지, 누군가 신었던 신발들이 주렁주렁 매달린 벽, 금이 간 벽을 교묘하게 가리는 줄기 그림, 곳곳에 귀여운 펭귄들이 그려져 있는 마을. 한쪽엔 이곳을 찾은 이들이 쓰레기로 만든 정크아트 작품들이 한쪽 벽면을 차지하고 있다.

펭귄마을의 포토스팟인 텃밭. 사진 / 김샛별 기자

개성 어린 작품들을 감상하다 보면 작은 텃밭이 보인다. 활짝 핀 꽃과 키작은 나무들 사이로 깨진 장독대와 지구본, 캔으로 만든 작품들이 즐비하다.

김다방의 대표 메뉴는 커피와 달고나다. 사진 / 김샛별 기자

오늘은 펭귄마을 김다방이 문을 열었다. 달고나를 만들다 말고 커피를 주문한 손님이 오자 구경하던 아이에게 “휘휘 젓고 있어라” 맡겨놓곤 집으로 휙 들어가신다.

점점 부풀어 오르는 달고나를 들고 있던 아이는 ‘이제 어떻게 하냐’는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본다. 이를 지켜보는 이들의 얼굴에 웃음꽃이 핀다.

펭귄 조형물이 간판을 대신하는 주막. 사진 / 김샛별 기자

조금 더 걸어 펭귄마을 깊숙이 들어가면 마을 주민들이 이야기꽃을 피우는 주막이 하나 있다.

수퍼 가운데 테이블이 놓인 것뿐인데 막걸리 한 잔에 번데기 한 그릇을 놓고 서로의 안부를 묻고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나눈다. 일명 거리의 ‘사랑방’이다.

이 ‘사랑방’ 뒤의 숨은 텃밭도 놓치지 말자. 이곳이야말로 오래된 광고 전단지부터 누군가의 자랑이었을 상장, 7080의 추억이 담긴 옛 기타, 볼록한 텔레비전에 소녀상까지 잡동사니가 펭귄마을 작목반의 손을 거쳐 조화를 이룬다.

양림동 건축투어를 진행하는 박종호 건축사는 “원래 이곳엔 화재로 전소된 집이 하나 있었다”며 “보다시피 오래된 동네라 군데군데 빈집들도 있었고, 곳곳에서 나온 생활쓰레기들이 흉물스럽게 방치되어 있었다”고 설명한다.

김동균·이춘대 어르신이 버려진 생활 소품 등으로 동네벽에 전시하고 텃밭을 꾸민 것이 이제는 마을 주민들 모두가 나서서 펭귄마을을 가꾸고 있다.

골목 곳곳에 아기자기한 매력이 가득해 보는 재미가 있다. 사진 / 김샛별 기자

2~30분이면 충분히 둘러볼 정도로 규모가 작은 이곳은 하나하나 뜯어보자면 배의 시간이 걸릴 정도로 오래된 추억 속 물건들이 한 발짝 한 발짝 걸을 때마다 걸음을 멈추게 한다.

언뜻 보면 고물덩어리, 폐품에 불과해 보이지만 주민들의 일상과 정서가 예술과 버무려지니 어디에도 없는 독특한 아름다움을 뽐낸다.

Info 펭귄마을
펭귄마을이라는 이름은 한때 뇌졸중을 앓은 뒤로 걸음걸이가 뒤뚱뒤뚱 걷는 것이 펭귄을 닮았다 해 ‘펭귄아저씨’라는 별명이 붙은 촌장님에게서 비롯되었다. 쓰레기로 가득했던 마을을 이렇게 뒤바꿔놓은 것이 그이기 때문에 그 별명을 따 ‘펭귄마을’이 되었다.
주소 광주 남구 천변좌로446번길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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