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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4월호
새해의 첫걸음, 동해남부선 철길
새해의 첫걸음, 동해남부선 철길
  • 조용식 기자
  • 승인 2016.12.06 10: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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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걸어 기억의 만남...미포에서 송정역까지
정유년 새해를 맞아 해안 절경이 뛰어난 동해 남부선 철길을 걷는다. 철길 밑의 침목을 하나하나 밟으며 새해를 향한 계획도 세워보자. 사진 / 조용식 기자

[여행스케치=해운대] 철길이 뻗어있다. 수평선까지 길게 놓인 철로 밑으로 침목이 보인다. 철로의 안전한 운항을 위해 묵묵히 떠받치고 있던 침묵도 이제는 홀가분한 모습이다. 이제는 우리 품으로 되돌아온 동해남부선 철길. 이제 그 길을 사람들이 걷는다. 2017년 밝은 희망을 위해 한발 한발 걸어가보자.  

해운대 미포 건널목을 지나 만나는 동해남부선 해안 철길. 이 철길은 2013년 12월 2일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2014년 3월부터 일반에 개방됐다. 미포, 청사포, 구덕포를 지나 송정역까지 4.8km에 이르는 철길을 따라 정유년(丁酉年)의 첫걸음을 내디딘다.  

해운대, 광안리 그리고 오륙도까지... 뻬어난 해안 절경

해안 절경이 뛰어난 동해 남부선 철길은 우리나라 유일의 임해철도선이었다. 미포 건널목으로 ‘동해 남부선 철길을 들어서며...’라는 글귀가 적힌 이정표가 보인다. 그 밑으로 ‘이곳 철로 부지는 풍광을 즐길 수 있는 자연친화형 여가 공간으로 꾸며질 예정’이라고 적혀있다.

동해 남부선 철길에서 만나는 달맞이재. 이곳은 많은 연인들의 기념 촬영지로도 유명하다. 사진 / 조용식 기자

임해철도란 해변에 자리 잡은 공업지대를 중심으로 원료 및 제품을 수송하기 위하여 만들어진 철도를 말한다. 울산·포항 등지에 임해철도가 있다.

미포철로를 친구와 정겹게 걷는 여행자의 모습이 들어온다. 이들은 파도 소리가 들리자 동시에 바닷가를 바라보며 한 옥타브 올라간 목소리로 즐거워한다. 다정히 팔짱을 끼고 걷는 연인들은 오히려 느긋하고 차분하게 발걸음을 옮긴다. 혼자 여행을 하는 사람은 철길의 침목과 발로 대화를 하며 걷는다. 

철길과의 밀당도 나름 재미있다. 몇 걸음을 걷다 내 보폭과 차이가 나면, 살짝 점프해 가며 발을 옮긴다. 철길에 올라 뒤뚱뒤뚱하다 떨어지면서도 연신 올라서기를 반복한다. 철길 바깥쪽으로 나와 있는 침목을 따라가거나 아예 철길을 벗어나 천천히 걸어가는 이도 있다. 

미포 철길에서 만나는 달맞이재 터널. 터널 길이가 25m로 아주 짧은 터널이지만, 사람들은 이곳에서 추억을 만든다. 부산에서 만난 조성화씨는 “기차 터널을 배경으로 웨딩 및 기념 촬영을 많이 한다”며 “사람이 많이 몰릴 때는 기다려야 할 정도로 인기 있는 코스”라고 말했다.  

그는 또 “미포 철길은 해운대, 광안리, 오륙도 등의 아름다운 해안 경치를 배경으로 멋진 사진을 담아갈 수 있는 곳”이라고 덧붙이기도. 

미포 철길을 걷다 보면 위로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린다. 달맞이고개에서 시작되는 문텐로드는 미포 철길과 같은 코스로 길이 놓여 있다. 부산의 갈맷길에 포함된 문텐로드 코스는 야간에도 숲길에 조명이 켜지는 곳이다. 숲길이 조용하고, 걷기 편한 문텐로드는 부산 시민들에게 인기 만점의 코스이다. 

반면에 미포 철길의 주변은 조금 어수선한 느낌이다. 철길을 따라 걷다 보면 군데군데 철망이 뜯겨 사람들의 왕래가 가능한 곳이 있다. 그 사이로 식당과 펜션 위치를 알리는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일부 업체가 장사를 위해 무단으로 길을 만든 것으로 추정된다. 미포에서 송정까지 철길을 걸으며 안타까운 소식도 들렸다. 이 폐선 부지에 풍경 열차, 스카이바이크, 포레스트 슬라이드 등 자연경관을 훼손하는 관광편의시설이 들어선다는 것이다.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원하는 시민들의 반대로 인해 현재 ‘동해남부선 폐선부지 활용 방향’이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고 있다.

대형 태극기, 장승 그리고 청사포로 이어지는 길

사람들의 발길이 편하도록 한창 공사 중인 철길을 지나면 대형 태극기를 만난다. 광복 70주년 기념으로 담벼락에 바람개비를 이용한 대형 태극기가 그려져 있다. 조금 더 지나면 괴기한 표정으로 웃고 있는 장승들이 지나가는 여행객을 바라보는 모습이다. 

검게 그을린듯한 담벼락은 연인들의 사랑 고백을 위한 낙서장으로 변해있으며, 소나무 너머로 빨간색 등대와 흰색 등대가 보인다. 어느새 청사포가 가까워진 것이다. 청사포에는 전설이 있다.

전설에 의하면, 예전에 이 마을에 살던 금실 좋은 부부가 살았는데, 고기잡이 나간 남편이 바다에 빠져 죽었다고 한다. 그 아내는 해안가 바위에 올라 매일 같이 남편이 오기를 기다렸는데, 이를 애처롭게 여긴 용왕이 푸른 뱀을 보내어 부인을 동해 용궁으로 데려와 죽은 남편과 만나게 했다는 전설이다. 

마을 지명은 뱀이란 의미가 좋지 않다고 해서 최근엔 ‘푸른 모래의 포구’란 이름으로 바뀌었다. 청사포의 빨간 등대와 하얀 등대가 마치 금실 좋은 부부의 모습으로 느껴진다. 청사포는 일출이 아름다운 곳이기도 하다. 

항구에 다다르면 빨깐등대와 하얀등대가 있다. 바다에서 항구 쪽을 바라볼 때, 빨간색 등대는 등대의 오른쪽이 위험하니 왼쪽으로 가라는 뜻이며, 흰색 등대는 등대의 왼쪽이 위험하니 오른쪽으로 가라는 뜻이다. 등대지기가 있는 곳은 대부분 흰색 등대이며, 노란색 등대는 주변 해상에 장애물이나 시추선 등이 있으니 조심하라는 의미이다. 

가족 여행, 서핑을 즐기는 사람들을 만나다

청사포에서 구덕포로 가는 철길은 현재 공사 중이다. 내년 4월 30일까지 청사포 하늘 전망대 조성공사로 구덕포까지는 갈맷길을 이용해야 한다. 결국 갈맷길을 따라 이동하다 다시 구덕포 철길로 들어선다.  

구덕포 철길에는 횟집과 카페, 식당 등의 먹거리 촌이 몰려있다. 가족과 여행을 떠나온 사람들, 카약과 서핑을 즐기는 사람들까지 만날 수 있다. 바로 옆으로 송정 해수욕장이 넓게 펼쳐져있다. 송정 해수욕장에는 모래탑을 쌓아 놓고 활짝 웃는 어린이, 아빠와 함께 물놀이하다 밀려오는 파도에 중심을 잃는 아이의 표정에서도 해맑은 웃음이 쏟아져 나온다. 

송정해수욕장을 지나 죽도 공원 부근 방파제에서는 낚시를 즐기는 사람들의 망중한을 느낄 수 있다. 다시 철길로 빠져나간다. 해수욕장 입구 교차로를 지나 송정삼거리를 따라가니 동해남부선 철로 종착역인 옛 송정역이 보인다. 

집 모양의 기차가 철로를 다니는 벽화와 엄마와 딸이 그린 나비 벽화가 인상적인 옛 송정역에 들어서니 그림 전시회가 한창이다. 그 옆으로 이제는 소용없는 열차 시간표와 여객운임표는 추억을 되살리며 향수를 자극한다. 

1934년 12월 16일 처음 기적 소리가 울렸던 동해남부선 철길은 80여 년이 지난 후에야 우리에게 걷는 길을 열어주었다. 교복 입은 통학생과 일터를 향한 일꾼들, 그리고 열차 여행으로 설렘 가득했던 모든 이들에게 ‘시간을 걸어 기억의 만남’이란 선물 보따리를 안겨준다. 내 품에 한 아름 감싼 보따리는 새해의 소중한 선물이 되었다. 


동해남부선 철길 주변 여행 정보

나의 바다

주요리인 활어회가 나오기 전에 먼저 멍게 굴, 문어, 개불, 새우, 조개 등 푸짐한 모둠 해산물이 나오는 ‘나의 바다’. 활어회는 직접 초밥을 만들어 먹을 수 있게 별도로 제공된다. 일본에서 직접 구매한 겨자와 간장 그리고 얼큰한 매운탕으로 시원함을 느낄 수 있다. 1층 수족관, 2층 연인·가족석, 3층 가족·소모임 100석, 4층 연회·단체석 150석

주소 부산 해운대구 송정중앙로6번길 188
메뉴 활어회 2인 7만원, 5인 15만원
문의 051-704-3495

대구탕

뽀얀 국물에 얼큰하고 시원한 국물과 두툼한 대구 속살이 매력적인 해운대 기와집 대구탕. 맑은 지리로 입맛에 따라 얼큰하게 먹을 수 있게 다대기 소스도 준비되어 있다. 대구탕과 함께 나오는 김에 밥을 싸서 간장을 찍어 먹는 것도 일품이다. 달맞이 고개에서 바라보는 풍경이 아름다우며, 대부분 대기표를 받아서 기다릴 정도로 잘 알려진 맛집이다. 

주소 부산 해운대구 달맞이길104번길 46
메뉴 대구탕 1만원
문의 051-731-5020   

갈맷길 1코스

예부터 아홉 개의 포구가 있어 기장 구포로 불렀다. 
화사을포(火士乙浦)-고리, 월내포(月來浦)-월내/임랑, 독이포(禿伊浦)-문오동(文五洞)/칠암/신평, 동백포(冬栢浦)-동백, 기포(碁浦)-이동, 이을포(伊乙浦)- 일광/이천, 무지포-대변, 공수포(公須浦)-공수, 가을포(加乙浦)-송정을 말한다. 
옻을 칠한 것처럼 검은빛으로 일렁이는 칠암바다를 지나 오영수의 소설 ‘갯마을’의 무대인 일광을 넘어서면 고산 윤선도의 유배지 죽성이 있다. 대변 고개를 넘어서면 매년 4월 멸치 축제로 성황을 이루는 대변항이 있고, 연오랑세오녀의 전설이 깃든 오랑대와 벗하여 기장 팔경의 하나인 시랑대가 동해 최남단 관음성지로 알려진 용궁사와 같이 있다. 
송정해수욕장을 지나 수령 300살의 해송이 반기는 구덕포, 청사포가 있고 내려서는 고갯길에서 바라보는 풍광이 백만 불짜리인 미포가 걷는 발걸음을 절로 멈추게 한다.

1코스 (33.6km, 10시간 소요)
임랑해수욕장 - 칠암 - 일광해수욕장 - 기장군청 - 대변항 - 해동 용궁사 - 문텐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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