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1호 표지이미지
여행스케치 5월호
백제의 사비시대를 함께 한 강물을 따르다
백제의 사비시대를 함께 한 강물을 따르다
  • 노규엽 기자
  • 승인 2017.01.02 16:4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구드래나루터에서 백제보까지 - 백마강길 자전거 여행
백마강은 부여 부근을 흐르는 금강의 다른 이름으로, 백제의 사비시대 당시 천연 방벽이자 문화 교류의 수단이 되어주었던 강이다. 사진 노규엽 기자

[여행스케치=부여] 부여는 백제의 마지막 도읍이었던 사비성이 자리했던 곳이다. 백제 성왕(?~554)이 ‘천년을 이어갈 도읍’으로 천도하였지만, 불과 120년이 지난 의자왕(?~660) 대에 이르러 사라지고 만 국가 백제. 강을 따라 이어지는 백마강길을 돌며 백제의 숨결을 되새긴다.

백마강길은 부여군에서 만든 걷기 코스이지만, 자전거 여행으로 즐기기도 좋다. 사진 노규엽 기자

백마강은 부여 부근을 흐르는 금강을 부르는 말이다. 대부분 백마강 변을 따라 이어지는 백마강길은 부여군에서 만든 걷기 코스이지만 총 길이가 약 25.3km에 달해 하루 동안 자전거를 타고 돌아보기에도 좋다. ‘금강종주자전거길’과 겹치는 구간도 제법 많으면서 곳곳에 들를만한 장소들이 연결되어 있어서다.

6~7세기 ‘큰 나라’였던 백제의 흔적
원점회귀를 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백마강길은 부여읍 북서쪽의 구드래조각공원에서 시작하면 좋다. 조각공원에서 조금만 강 쪽으로 나아가면 구드래나루터가 보이는데, 백제 때부터 물류수송과 문물교류의 중추였던 곳이다. 군산 앞바다의 밀물이 구드래나루터까지 들어오므로 물때를 맞추면 큰 힘을 들이지 않고 배가 들어올 수 있었기 때문이다. 구드래의 명칭에 대해서는 정확하지 않지만 ‘큰 나라’라는 의미가 있다는 설이 있으며, 일본에서 백제를 칭하는 ‘구다라’가 구드래에서 비롯됐다는 말이 있다.

넓은 길을 만들어져 자전거로 지나기 편한 백제교의 브릿지파크. 사진 노규엽 기자

구드래나루터에서 강변공원을 따라 남쪽 백제교 방면으로 길을 잡는다. 강과 가깝게 공원 안으로 자전거를 몰아도 되겠지만 길 상태가 자전거를 타기에 썩 좋지는 않으므로 제방 위의 자전거길을 달리는 것이 편하다.

자온대와 수북정. 바위 중간의 붉은 글씨는 우암 송시열이 적은 '자온대'이다. 사진 노규엽 기자

본래의 백마강길 코스는 백제교를 지나 궁남지로 길을 연결하지만, 자전거를 이용해 돌아보기에는 매력이 떨어지는 편. 백제교 아래를 지나 이어지는 길을 따라 시인 신동엽의 시비 정도만 둘러보고 다리를 건너가는 편이 낫다.

백제교를 건널 때는 남쪽(진행방향의 좌측)의 길로 건너자. 맞은편 길과 달리 ‘백제 브릿지파크’가 조성되어 있어 길도 넓고 쉼터도 있다. 그리고 교각 끄트머리에 이르러 자온대와 수북정을 들르기도 쉽다. 자온대는 백마강 가에 서있는 바위로 백제 의자왕이 왕흥사로 예불을 드리기 위해 강을 건너 잠시 쉬면 바위가 저절로 따뜻해졌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백제교 위 조형물이 있는 곳에서 바라보면 우암 송시열이 적었다는 붉은 글씨를 볼 수 있다. 수북정은 조선 때 자온대 위에 건립한 정자로 경치가 좋아 부여팔경 중 하나였다고 하나, 현재는 나뭇가지에 가려 풍광을 보기 어려운 점이 아쉽다.

 

백마강 물길을 거슬러 올라가는 자전거길
백제교 이후로는 백마강교까지 강변을 따라 달리는 길이 이어진다. 금강종주자전거길을 잠시 달려 은산천을 건너면 ‘희망의 숲길’이 있는 강변공원에 들어서며 넓고 시원한 경치를 즐길 수 있다. 이곳을 지나면 진변리 마을에 닿고 큰 홍수가 났을 때 청주에서 떠내려 왔다는 전설이 깃든 부산(浮山)이 나타난다. 백마강길 코스는 부산 등산로로 연결되지만 이곳은 조금 험한 바윗길이라 자전거로 통과하기는 좋지 않다. 등산로 입구에 자전거를 놔두고 약 10분 거리에 있는 대재각까지만 다녀오거나, 마을길을 돌아나가 부산을 빙 둘러 길을 연결하는 편이 낫다.

부여읍 건너편의 백마강길은 천변공원을 따라 길이 이어진다. 사진 노규엽 기자

부산 이후로는 다시 백마강 변을 따라 달린다. ‘왕흥사지길’로 불리는 이 길은 날씨가 좋은 날이면 강 건너편으로 낙화암을 바라볼 수 있다. 낙화암을 조망하기 어려운 날씨에는 금강종주자전거길을 따라 직진하여 왕흥사지에 들르면 된다. 577년에 축조된 것으로 확인된 왕흥사지는 거의 흔적이 남아있지 않지만, 한때의 왕실 사찰이 허허벌판이 된 모습을 보는 것으로도 백제의 흥망성쇠에 대한 감상이 느껴진다.

왕흥사지를 지나면 금세 백마강교에 이른다. 이 지점은 자전거 여행의 갈림길이 되는 장소. 백마강길 코스를 따르면 호암리 마을로 들어가 천정대를 올라야 하지만, 이곳도 부산처럼 등산로로 이어지는 길이다. 왕복 3km에 가까워 잠시 자전거를 두고 다녀온대도 1시간 30분~2시간 정도 필요한 거리. ‘정사암’이라고도 불렸던 천정대가 백제 정치와 밀접한 연관이 있었던 역사적 장소임과 백마강을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대라는 점을 감안하면 올라가볼 가치는 충분하다.

천정대 향하는 길목의 호암사지. 이정표만 남아있을뿐 절터는 논이 되어버린지 오래인 듯하다. 사진 노규엽 기자

천정대 외에도 백마강교에서 갈라지는 코스가 있다. 백마강교 아래를 지나 도로로 올라서면 ‘복합문화공간 백제원’이라는 장소가 보인다. 개인이 운영하는 테마파크 격인 백제원에는 60~80년대에 사용했던 물건들을 모아놓은 근대생활사 박물관과 부여의 명승지를 테마로 꾸며놓은 식물원, 오픈형 수장고, 공방, 체험교실 등이 갖춰져 있다. 최규원 대표의 수집력과 또 그걸 꾸민 정성과 노력에만도 감탄이 절로 나온다. 백제원에는 식당도 2곳 있어 자전거 여행 중 식사를 위해 들르기도 좋다.

천정대에서 내려다 본 백마강과 백제보. 사진 노규엽 기자

되살린 계백장군의 정신, 백제보
백마강길의 마지막 코스는 세종보, 공주보와 함께 금강에 건설된 백제보다. 백마강교를 건너 금강종주자전거길을 따르면 닿는 백제보. 3개의 보 중 가장 하류에 위치해있는 백제보는 부여로 흘러드는 수량을 통제하는 역할을 하면서 경관도 좋아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구조물이다. 수문 위로 말안장을 형상화한 조형물을 만들어 백마강을 지키기 위해 계백장군이 돌아왔음을 상징화한 스토리텔링도 갖춰 놓았고, 다리(공도교)가 놓여 강 건너편의 청양과도 오갈 수 있다.

백제보 위의 말안장을 형상화한 조형물은 계백장군이 부여를 지키기 위해 돌아왔음을 상징화한 것이다. 사진 노규엽 기자

백제보에서 부여읍으로 돌아오는 길은 또다시 강변공원의 길을 따라 백마강을 눈에 담으며 달린다. 강 건너편으로 천정대가 있는 산을 한눈에 담아보는 것도 운치. 그렇게 백제 역사를 되새기며 백마강 변을 달리다보면 강변공원이 끝난다. 곧장 마주하는 산길로 부소산을 오를 수 있게 되어 있지만, 부소산성은 자전거 출입금지이므로 자전거 여행에는 맞지 않다. 부소산을 넘지 않고 구드래나루터로 원점회귀하려면 부여읍 방면으로 길을 잡고 고개를 하나 넘자마자 나오는 첫 사거리에서 우회전을 한 후, 부여초등학교를 끼고 다시 우회전하여 계속 직진하면 차가 많이 지나다니는 메인도로를 따르지 않고 안전하게 원점회귀할 수 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