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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푸른 물속의 해녀를 만나다
푸른 물속의 해녀를 만나다
  • 유은비 기자
  • 승인 2017.01.06 10: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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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쿠아플라넷 제주 해녀 물질 시연
대형 수조 안에서 해녀들이 물질 시연을 하고 있다. 사진 / 유은비 기자

[여행스케치=제주] 제주의 해안도로를 달리다 보면 종종 해녀들을 마주칠 수 있지만 정작 그들이 바다에 들어가 물질하는 모습은 좀처럼 보기 힘든 풍경이다. 그러나 아쿠아플라넷 제주에서 진행되는 ‘해녀 물질 시연’을 통해서라면 해녀들의 바다 속 일상을 잠시 엿볼 수 있다.

성산일출봉과 제주의 동쪽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아쿠아플라넷 제주. 이곳은 제주만의 특징을 살린 ‘제주 바다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해녀들의 물질을 직접 볼 수 있는 ‘해녀 물질 시연’은 그 중 하나. 해녀 물질 시연은 초대형 메인 수조에서 매일 4차례 이루어진다.

8m짜리 대형 수조 앞에서 사람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 / 유은비 기자
해녀 물질 시연을 준비하는 오순희씨. 사진 / 유은비 기자

제주 해녀 물질 시연
‘물질’은 해녀들이 바다 속에서 해산물을 따는 일을 일컫는 제주도 방언이다. 해녀들은 잠수복에 오리발(물갈퀴)과 눈, 코를 감싸는 물안경만을 착용한 채 매일 바다로 출근한다. 그런데 여기 일주일에 한두 번은 아쿠아플라넷으로 출근하는 해녀들이 있다. 이들은 8m의 대형 수조 속으로 잠수해 관객들에게 신비로운 풍경을 선사한다.

물질 시연은 사회자가 제시하는 미션을 물속에서 해녀들이 수행하는 형식이다. 먼저 해녀 한명이 힘찬 발길질로 잠수해 들어온다. 해녀가 빠른 속도로 수직 하강하기 시작하자 관객석은 숨을 죽인 채 해녀가 향하는 곳을 주시한다.

수조 바닥에 설치된 바위에 납작 엎드린 자세를 취한 해녀는 곧 소라를 잡아 관객에게 내밀어 보인다. 관객들은 환호성을 터뜨리며 다시 수중 위로 떠오르는 해녀에게 박수를 보낸다.

두 번째 미션은 문어 인형 잡기. 바다에서 살아 있는 문어와 대결해야하는 해녀로써는 인형 문어를 잡아 올리는 일은 식은 죽 먹기일 터. 금세 문어 인형을 한손으로 잡아 수면위로 올라간다.

관객들에게 잡은 소라를 보여주는 해녀의 모습. 사진 / 유은비 기자
물질 시연 도중 막간을 이용한 토크쇼가 진행된다. 사진 / 유은비 기자

한편 수족관 앞의 무대에서는 막간을 이용해 잠수복을 입은 해녀와 사회자가 짧은 토크쇼도 진행한다. “안녕하수꽈(안녕하세요), 밥 먹었딥까?(밥 먹었습니까?)”를 시작으로 해녀의 속사포 제주도 방언은 점점 속도가 빨라진다. 해녀의 말을 알아듣고자 가만히 귀를 기울이던 관객들은 그만 웃음을 터뜨리고 만다.

아쿠아플라넷 제주에서 해녀 물질 시연을 하는 오순희씨(왼쪽)와 김추자씨(오른쪽). 사진 / 유은비 기자

바다 하나만 믿고 사는 그들의 이야기
관객들의 박수와 환호를 받으며 무사히 시연을 마친 해녀 오순희씨와 김추자씨를 만났다.

“엄청 춥거든, 바다. 고무 옷 없을 때는 우리 어머니들 애기 놓고(낳고) 삼 일만에 (바다)들어가서 미역 캐고... 옛날에는 해녀들이 그렇게 고생했지.”

물이 뚝뚝 떨어지는 고무 옷(잠수복)을 가리키며 김추자씨는 어제와 오늘의 해녀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진짜 오늘 돈 한 푼 없다가도 바다에만 들어가면 돈이 생기니까 그래서 아무것도 없어도 바다 하나만 믿고 사는 거야.”

바다와 공생하는 해녀들이지만 바다가 늘 넉넉한 수입을 주지는 않는다는 오순희씨. 그는 “재수가 좋을 때는 10만원어치, 조금 많이 벌 때는 20만원어치도 잡는다”고 말하면서 “날씨가 좋지 않으면 1만원어치 겨우 잡을 때도 있고 아예 못 잡을 때도 있다”고 덧붙였다.

대형 수족관에서 물질을 하는 것과 바다에서 하는 것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수압 때문에 수조가 더 힘들어요. 숨이 더 차거든. 바다서 1분 살거 여서는 50초 살아.” 파도가 몰아치는 바다가 익숙하다는 예상을 벗어난 답변이 돌아온다. ‘바다의 딸’인 해녀다운 면모다.

예로부터 해녀들이 물질을 통해 해산물을 잡고 가정과 지역공동체를 꾸려 나갔던 제주해녀문화는 여성의 역할이 강조 되어 왔다는 특징이 있다.

육지와 다르게 제주도의 남성들은 아이도 보고 가사일을 주로 했다는 김추자씨는 “옛날에야 그게 심했지만은 오늘날에는 남성도 여성도 같이 같이 일하며 산다”며 “요즘에는 한쪽이라도 일 안하면 결혼 못허지”하고 웃음을 터뜨린다.

매일 바다와 아쿠아리움의 수조로 번갈아 가며 출근하는 스무 명의 해녀들. 이들은 제주해녀의 물질을 관객들 앞에서 직접 시연하며 해녀문화 알리기에 앞장서고 있다.

아쿠아플라넷 제주 외관. 사진 / 유은비 기자
아쿠아플라넷 제주 내부 모습. 사진 / 유은비 기자
아쿠아플라넷 뒤로는 성산일출봉이 보인다. 사진 / 유은비 기자

아쿠아플라넷 제주, 해녀와 손잡다
해녀 물질 시연은 아쿠아플라넷 제주가 개관한 2012년부터 진행된 공연이다. 해녀들은 물질 시연이 시작된 경위에 대해 “아쿠아리움 쪽에서 어른들이 이렇게 해녀 생활을 하는 게 신기하고 존경스럽다고 함께 이 문화를 알리고 보존해보자면서 해녀에게 손을 내밀었다”고 회상한다.

아쿠아플라넷 제주의 이광희 주임은 “실질적으로 접하기 힘든 해녀들의 물질 과정을 보여줌으로써 제주만의 독특한 해녀문화와 그들의 힘든 삶을 조명한다는 것이 본 공연의 기획 의도”라고 소개하며 “해녀분들도, 회사 내부적으로도 해녀 물질 시연에 만족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또한 “제주 지역 주민들과 함께 상생해 나가는 자리를 계속해서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두 명의 해녀와 한 명의 인어가 수조 안에서 공연을 진행한다. 사진 / 유은비 기자

해녀들은 일주일에 한두 번 순번을 돌아가며 아쿠아플라넷 대형 수조에서 물질 시연을 한다. 매일 바다에 나가지만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는 탓에 수입이 일정치 못한 해녀들에게 물질 시연은 고정 수입의 기회가 된다.

제주해녀문화가 세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됨에 따라 국내에서 유일하게 해녀의 물질 장면을 볼 수 있는 아쿠아플라넷 제주가 주목받고 있다.

이에 대해 이광희 주임은 “이곳에서 물질 시연을 해주시는 해녀어머님들도 이를 계기로 해녀라는 직업에 더욱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며 “해녀문화 중 하나인 물질을 관광객들에게 보다 생생하게 보여주고, 해녀 물질 시연이 해녀문화를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는 통로가 되어 주기를 바란다”고 소감을 밝혔다.

Info 아쿠아플라넷 제주
이용시간 연중무휴 오전 10시~오후 7시(매표 마감 오후 5시 50분)
해녀 물질 시연 오전 10시 30분, 오후 12시 20분, 오후 2시 20분, 오후 4시 20분
입장요금 어른 3만9500원, 청소년/경로 3만7800원, 어린이 3만5900원
주소 서귀포시 성산읍 섭지코지로 95
홈페이지 www.aquapla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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