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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먹방’하기 딱 좋은 안성맞춤 여행 코스
‘먹방’하기 딱 좋은 안성맞춤 여행 코스
  • 노규엽 기자
  • 승인 2017.01.04 17: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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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동시장부터 경주읍성 투어까지

[여행스케치=경주] 지방소도시의 시장은 보통 5일장을 생각하게 되지만, 경주시내에서는 5일장이 서는 중앙시장만큼 상설시장인 성동시장이 유명하다. 지역민들의 생활을 담당하는 시장이지만, 여행객들도 지나칠 수 없는 이유가 존재하는 곳. 경주역 바로 앞이라 찾기 쉬운 이점도 있다.

경주 성동시장은 먹을거리, 그 중에서도 분식 거리가 아주 유명하다. 사진 노규엽 기자

‘분식 거리’의 뿌리칠 수 없는 유혹
“어디서 왔나요?” “한 번 맛을 보세요.”

가게를 찾은 손님에게 친숙하게 말을 건네며 우엉조림을 손수 입에 넣어주는 보배김밥의 김효원 사장은 37년에 이르는 장사 경험만큼이나 손님을 대하는 태도가 푸근하다. 달걀부침, 단무지, 오뎅, 맛살, 오이뿐인 보통 김밥에 간을 맞추기 위해 직접 만든 우엉조림을 얹어주는 일명 ‘우엉김밥’을 처음으로 만든 그는 성동시장에 우엉김밥을 유행시킨 장본인이기도 하다.

시장의 주요 입구나 다름없는 공영주차장 바로 뒤편의 골목에는 가지각색의 분식집들이 늘어서 있다. 보배김밥을 비롯해 우엉김밥 전문점들은 물론이고, 떡볶이, 튀김, 순대 등 분식계의 마스코트를 두루 판매하는 가게들이 골목 초입부터 침샘을 자극한다. 분식 거리는 지극히 평범함이 가장 큰 장점. 분식집들도 프랜차이즈화 되고 있는 현실 속에 ‘오래 전부터 먹어오던 바로 그 맛’이 남아있어 학창시절의 추억을 되살려준다.

성동시장에서 우엉김밥을 처음 만들어 유행시키 보배김밥. 사진 노규엽 기자

실제로 분식 거리는 시장 인근에 근화여고가 있던 시절, 교복을 입고 다니던 학생들이 자주 다니며 형성된 골목이다. 지금은 근화여고가 경주시 북쪽으로 이전해 학생들의 모습을 보긴 어렵지만, 당시 성동시장 분식 거리에서 추억을 만들었던 학생들이 학부모가 되어 아이들과 찾아오니 ‘옛 맛’을 유지하며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시장 역사가 오래 되다보니 기존의 맛에 새 맛을 더한 집도 있다. 20여 년 동안 순대만 전문으로 취급해온 원진찹쌀순대의 김병식ㆍ최남숙 부부는 10년 전 땡초를 넣어 개발한 매운 순대를 내세워 성동시장 맛집으로 소문이 났다. 오랜 경력으로 하루 판매량도 얼추 예측하니, 매일 순대를 만들어 신선한(?) 순대를 맛보이는 것도 분식 거리의 인기점이 된 이유에 한 몫 한다.

성동시장에서는 돔배기, 개복치 등 다양한 횟감도 만날 수 있다. 사진 노규엽 기자

온통 먹을거리 가득한 시장
제대로 된 식사를 원한다면 뷔페식당들이 밀집되어 있는 ‘식당 거리’를 찾으면 된다. 번듯한 가게를 차린 것도 아닌, 저잣거리에 걸터앉듯 자리 잡은 식당들이지만 집집마다 수북이 쌓아놓은 각종 찬들만 봐도 여느 이름난 식당을 찾아가는 것보다 푸짐한 한 끼를 먹을 수 있음을 예고한다. 집마다 메뉴는 조금씩 달라도 큼지막한 분홍색 햄과 달걀말이는 식당 거리의 트레이드마크. 단돈 6000원에 밥도, 반찬도 무한리필이니 양 많은 사람도 배를 채우기 아주 그만이다.

다양한 반찬거리를 쌓아놓은 식당 거리. 사진 노규엽 기자

지역의 특색을 지닌 먹을거리도 빠질 수 없다. 바다와 가까워 수산물 시장도 잘 형성되어 있는 성동시장에서는 멋진 모습(?)으로 삶아진 통문어들이 시각을 자극하고, 경북 지역에서는 제수용 고기로 빠지는 않는 돔배기(상어를 소금에 절인 것)도 한 집 건너 한 집마다 판매한다. 상어의 껍질과 내장을 삶아 먹는 두치도, 하얀 묵처럼 생긴 개복치도 경주 성동시장에서 맛볼 수 있는 안주거리로 손꼽힌다.

경북에서도 일부 지역에서만 먹는다는 닭발편육도 꼭 맛봐야할 리스트 중 하나. 특히 식당 거리 지근의 평화식육점은 관절과 변비에 효과가 있다는 우슬을 첨가한 닭발편육을 만들었다. 쫄깃쫄깃한 젤라틴의 식감에 은근히 매운맛이 어우러진 닭발편육은 이름과 비주얼 이상의 맛에 놀라움을 선사한다.

멋지게(?) 삶아져 내걸린 문어들. 사진 노규엽 기자
꼭 맛봐야할 아이템 중 하나인 닭발편육. 사진 노규엽 기자

식 후 경에 알맞은 경주읍성 투어
대다수의 사람들이 경주하면 신라와 관련된 유적지만 떠올린다. 이는 경주 역시 고려와 조선시대를 지나왔다는 걸 잠시 잊은 데서 비롯되는 착각이다. 신라 이후의 시대상을 엿볼 수 있는 경주읍성이 성동시장 바로 인근에 있다.

공영주차장 방면으로 시장을 빠져나와 곧바로 직진하면 좌우로 가로지르는 왕복2차선 도로를 마주한다. 이 도로를 건너 형산강에 이르는 지역이 경주읍성이 있던 자리다. 성벽은 허물어진지 오래라 형체가 남아있지 않지만, 성동시장 방면 입구의 성문은 복원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경주문화원 향토사료관을 방문하면 경주읍성에 관한 이해가 더욱 쉬워진다. 사진 노규엽 기자

시대의 흐름에 따라 경주읍성 내의 건물들도 당연히 변모해있다. 8~90년대 서울 풍경 정도로 보면 될까? 그런 점이 성동시장과 연계하여 ‘추억팔이’ 산책을 하면서 곳곳의 유적들을 찾아보는 재미를 만들어낸다.

먼저 계림초교 정문 앞에는 간판조차 거의 떨어져나간 ‘미나문방구’가 있다. 실제 영화 <미나문방구>가 촬영되기도 한 곳이지만, 영화 촬영지를 구경한다기보다는 어린 시절에 군것질거리를 빨던 추억에 잠기게 되는 풍경이다.

경주읍성에는 조선조~근대에 이르는 유적들이 남아있다. 한국원자력환경공단 옆에 약간의 터만 남은 ‘집경전지’, 공단 내 화단에서는 ‘집경전구기 비석’과 말을 내리라는 의미의 ‘하마비’를 찾을 수 있다. 고려부터 조선까지 객관으로 사용됐던 ‘동경관’으로 가는 길목에는 경주 최초의 서양식 건물로 알려진 ‘화랑교육원(구 야마구치 병원)’을 볼 수 있고, 일본에서 건축자재를 들여와 일본 전통불교 양식으로 세운 ‘구 서경사’도 가까운 거리에 있다. 지금은 쉼터로 꾸며져 있지만 우방명시아파트 단지에서는 동학의 창시자 최제우가 옥살이를 했다는 옥터의 흔적도 엿볼 수 있다.

일본에서 자재를 들여와 지은 일본식 사찰 건물인 (구)서경사. 사진 노규엽 기자

이러한 경주읍성의 과거 흔적들을 개인적으로 찾아다니는 일은 수고로우면서 흥미가 떨어질 수도 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 경주문화원을 제일 먼저 들르는 것도 한 방법. 경주문화원에서 운영하는 향토사료관(무료ㆍ월요일 휴관)을 둘러보며 경주읍성의 옛 모습을 재현한 디오라마와 사적들에 대한 스토리를 들을 수 있고, 미리 문화원에 요청하면 관람에 도움이 될 해설도 들을 수 있다. 고복우 경주문화원 사무국장은 “올해 안에 투어 프로그램을 만들어 운영할 계획”이라 말하며, “그 전에도 경주읍성을 알고 찾아오는 여행자가 있다면 적극적으로 돕겠다”고 하니 경주읍성 투어에 관심 있는 사람들은 참고하기 바란다.

현재의 경주읍성 투어는 직접 즐기는 체험보다는 유적을 쫓아다니며 찾아내는 수고에 지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길지 않은 거리라도 걸어다니고 나면 배도 좀 꺼질 것은 분명한 일. 성동시장에서 배가 불러 미처 먹지 못한 먹을거리를 다시 ‘득템’하러 갈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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