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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4월호
내 멋대로 떠나는 부안 여행
내 멋대로 떠나는 부안 여행
  • 유은비 기자
  • 승인 2017.01.06 10: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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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안댐물 문화관 근처 산책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 사진 / 유은비 기자

[여행스케치=전북] 흩어졌던 기와 바람이 내륙으로 모여든다고 하여 ‘축복의 땅’으로 불리는 부안. 해안선이 아닌 산줄기가 이어지는 부안의 매력적인 내륙 여행지를 찾아 떠난다. 부안군청에서 제공하는 관광안내지도를 펼쳐들고 내 멋대로 부안 여행을 시작해본다.

부안 관광안내지도를 펼쳐보면 대략적인 부안의 지형을 살펴볼 수 있다. 부안의 서남쪽, 불뚝 튀어나온 변산반도는 해안 길을 따라 앞바다를 둘러보는 코스로 매우 유명하다.

부안 내륙 쪽으로 눈을 돌리면 평야와 산간 지형으로 나뉜 모습이다. 부안 서남부 내륙은 변산반도국립공원을 중심으로 우후죽순 산이 솟아있고 김제시와 맞닿아 있는 쪽의 부안은 온통 평야지대다.

산과 평야. 어디를 선택해서 돌아볼까? 고민 끝에 산간지대를 손으로 짚었다. 너도나도 겨울바다를 보러가는 마당에 한적한 산간지대가 더 끌리는 것을 어쩌랴. 변산의 산줄기를 타고 흐르는 강한 기운을 받으며 곳곳의 명소들을 찾아보기로 했다.

부안댐 수문 위로 쏟아져 내리는 햇빛. 사진 / 유은비 기자

인공과 자연이 그려낸 수묵화
부안 여행의 첫 번째 행선지는 부안댐. 지도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띈 까닭이다. 그저 그런 댐이라고 생각하고 지나친다면 부안댐의 숨겨진 비경을 놓치기 십상이다.

새만금홍보관에서 격포 변산 방면 77번 국도로 달리다 보면 부안댐 이정표를 찾을 수 있다. 운전자의 옆좌석에서 드라이브를 즐기기에는 풍광 좋고 공기 좋은 곳이지만 정작 운전자는 차를 세우지 않는 이상 풍경들을 놓치게 된다.

네비게이션에 부안댐물문화회관이라고 입력시키고 가다보면 물문화회관에 이르기 전 공용 화장실 표시가 있는 바로 그 지점이다. 부안댐의 경치를 마음 놓고 구경할 수 있는 작은 쉼터다.

곳곳에 비치된 의자에 앉아 잔잔하게 물결치는 부안호를 바라본다. 용수 공급용으로 건설된 부안댐과 그 댐으로 인해 중계계곡 일대가 호수를 이루면서 이곳은 인공과 자연이 오묘한 조화를 이루는 독특한 매력을 지니게 되었다.

댐 안에 물이 가득 채워져 있고 그 물에 비친 내변산 자락의 모습은 암석과 물, 푸른 하늘까지 더해져 한 편의 수묵화다. 하얀 백로가 물가를 낮게 날아가고 댐의 수문으로 폭포 대신 햇볕이 쏟아져 내린다.

Info 부안댐물문화회관
주소 전북 부안군 변산면 부안댐로 280-26

김인경원조바지락죽집의 바지락죽 한 상. 사진 / 유은비 기자
쫄깃한 바지락이 매력적인 뽕잎바지락죽. 사진 / 유은비 기자

맛과 영양을 한 그릇에 담아낸 뽕잎바지락죽
금강산도 식후경이다. 다음 행선지로 넘어가기 전 부안댐 근처의 맛집을 찾았다. 부안의 유명한 먹거리는 바지락과 백합 그리고 오디가 있다.

맛집 관련 정보는 관광안내지도에 명칭과 전화번호, 메뉴 등이 깨알같이 적혀 있지만 종류도 많고 사진이 없어 어떤 음식점으로 갈지 결정하기 어려웠다. 할 수 없이 인터넷을 뒤적거리다가 뽕잎바지락죽집으로 향했다. 김인경원

바지락죽집은 상당히 외진 공간에 있는데도 음식점에는 사람들이 가득하다.

김인경 사장은 “5년 전부터 식이섬유가 많은 뽕잎으로 바지락죽을 하고 있다”며 “뽕잎을 넣어 죽을 쑤면 바지락의 지방 성분이 쭉 빠져 바지락이 쪼그라든다”고 설명한다. 그만큼 뽕잎은 우리 몸속의 독소 배출에도 도움을 주고 바지락의 비릿한 잡내도 잡는다고.

죽 한 사발을 든든히 먹고 다음 행선지를 정해야할 차례. 변산반도국립공원이다. 관광안내지도는 소개만 할 뿐, 안을 제대로 둘러보고 싶다면 국립공원의 안내지도를 펼치거나 내변산탐방지원센터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센터의 강동협 자연환경해설사는 “내변산 탐방로를 따라서 20여 분만 걸으면 실상사지가 나온다”며 “산책 겸 둘러보기 좋은 곳”이라고 설명한다.

Info 김인경원조바지락죽
메뉴 바지락죽 8000원, 뽕잎바지락죽 9000원(2인 이상)
주소 전북 부안군 변산면 묵정길 18

내변산의 기이한 암릉. 사진 / 유은비 기자
앞뒤로 모습이 다른 인장바위. 사진 / 유은비 기자

기이한 암릉에 둘러싸이다
내변산 탐방로에 진입해 산으로 들어가면 바람꽃다리가 나온다. 이 다리는 막혀 있어서 걸어 들어갈 수는 없지만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멋진 풍경을 선사한다. 바람꽃다리를 지나치면 멀리 인장바위가 모습을 드러낸다.

입구에서 바라보면 산을 뚫고 나온 뾰족한 송곳마냥 불쑥 솟아있는 인장바위는 자세히 보면 수줍은 듯 고개 숙인 아기 코끼리의 모습이다. 조금 전진하면 멸종위기식물원이 나오는데 이 지점에서 뒤를 돌아보면 바위는 뭉툭한 연필 심지 모양이다.

앞뒤로 모양이 다른 바위에 정신이 팔려 쳐다보다가 고개를 좌우로 돌리니 주변이 온통 기이한 암릉이다. 잠시 안내지도를 접고 발길 닿는 데로 걷는다.

그런 산 아래 기와집 한 채가 외로이 서 있다. 자칫 실상사가 이곳이 아닌가 헷갈릴 수 있지만 비석의 한자를 더듬더듬 읽어보면 이곳은 ‘원불교 제법성지’. 별도의 설명 문구가 붙어 있지 않아 무엇을 했던 건물인지 도통 알 길이 없다.

실상사지의 복원된 대웅전 모습. 사진 / 유은비 기자

원불교 제법성지를 지나고 나서야 목적지인 실상사지가 나타난다. 강동협 해설사는 실상사에 대해 “신라시대에 창건된 사찰로 내변산 4대 사찰 중의 하나에 손꼽혔으나 6.25 한국전쟁 때 소실되어 지금은 복원된 대웅전과 그 터만이 남아 있는 상태”라며 “월인천강지곡이 봉안되었던 사찰이었다”고 말한다.

불교 사찰과 원불교 성지가 같은 공간에 있다는 사실이 의아하기도 하지만 그만큼 변산의 터가 좋다는 뜻일 게다. 내변산의 정기를 나란히 나누어 받고 있는 실상사와 원불교 제법성지를 한 바퀴 산책하고 발걸음을 옮긴다.

Info 내변산탐방지원센터
주소 전북 부안군 변산면 중계리

내소사에 이르는 길에는 단풍나무 터널이 있다. 사진 / 유은비 기자
내소사로 향하는 길, 전나무 숲길이 펼쳐진다. 사진 / 유은비 기자
내소사의 거대한 느티나무가 사람들을 반긴다. 사진 / 유은비 기자

돌탑을 쌓듯 간절한 마음으로 걷는 길
내소사로 향하는 길목에 전나무 숲길이 펼쳐진다. 이 숲길은 여름에는 전나무가 그늘을 만들어 주어 시원한 맛에, 한 겨울에 눈이 내리면 찬 기운을 감싸 안는 포근한 맛에 걷는 길이다.

일주문에서 시작되는 전나무 숲길을 지나 다리를 건너면 단풍나무 터널이 내소사 천왕문까지 이어진다.

천왕문에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것은 1000살 먹은 느티나무. 나뭇잎 하나 없이 썰렁하게 서 있지만 고목의 위엄은 그 앞을 지나치려던 발걸음을 멈추게 만든다.

내소사에 대해 설명 해 놓은 안내책자는 ‘꼭 필요한 사람만 꺼내가라’는 안내문구와 함께 봉래루 다리 밑에 있다. 봉래루를 지나면 대웅보전이 모습을 드러낸다. 대웅보전의 나무로 조각된 꽃 문살은 소박함과 화려함을 동시에 겸비하고 있다.

대웅보전 뒤편으로 돌아가니 돌담 위로 사람들이 작은 돌탑들을 쌓아 놓았다. 내소사의 안내책자에 쓰여 있는 문구 ‘여기에 들어오시는 분은 모든 일이 다 소생되게 하여 주십시오’를 되뇌며 작은 돌탑 하나 얹는다.

Info 내소사
주소 전북 부안군 진서면 내소사로 243
홈페이지 www.naesosa.org

반계서당에 오르면 부안 평야의 끝자락이 눈에 들어온다. 사진 / 유은비 기자
반계서원에 오르는 길. '실사구시'라고 적힌 비석이 보인다. 사진 / 유은비 기자
반계 유형원 선생이 후학을 양성하기 위해 지은 반계서당. 사진 / 유은비 기자

부안의 땅을 굽어보던 실학자의 유적지
부안 내륙을 여행하며 변산 자락의 깊게 패인 골짜기에 숨은 명소들을 만나봤다. 반계선생유적지도 그중 하나로 가볼 만한 곳이다. 반계 유형원 선생은 1622년 조선 후기의 실학자로 과거 응시 대신에 전국을 유람하며 현실과 맞닿는 실질적인 학문에 전념했던 인물이다.

그가 부안에 정착하여 지은 책 <반계수록>에 담긴 축성 이론은 훗날 정약용이 수원 화성을 축성할 때 적용되었다고도 전해진다. 반계 유형원 선생이 후학을 양성하기 위해 지은 반계서당. 그 위로 올라서서 부안 평야의 끝자락이 보며 부안 여행을 마친다.

Info 반계선생유적지
주소 전북 부안군 보안면 반계로 97-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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