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오스가 많이 무더울 것이라고 예상은 했지만
피부를 찌르는 듯한 햇빛때문에
숙소를 나선지 십분도 채 되지않았을 때부터
땀이 흐르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어렵게 시간을 내서 온 여행인만큼
최대한 많은 것을 보고 돌아가고 싶었습니다.
계속되는 강행군에 몸도 마음도 지쳐
이제는 보러다니는 사원마다 다 비슷해보일무렵
어느 식당에 들어갔습니다.
일단 허겁지겁 메뉴판을 뒤져 갈증을 풀어줄만한 음료를 주문했습니다.
제 마음과는 달리 음료가 나오기까지 시간이 꽤 걸렸습니다.
바닥에 깔린 방석도 지저분해보이고 다리에 닿는 느낌도 눅진눅진했습니다.
선풍기바람에 땀이 말라갈 무렵 음료가 서빙되었습니다.
여행에서 남는 것은 사진뿐!
목이 말랐기때문에 재빨리 사진을 찍고 음료를 쭉쭉 들이켰습니다.
시원한 음료에 열을 식히고 나니 주변 풍경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아까 유적지에서는 관광객이 거의 안보이더니
루앙프라방 관광객들이 죄다 여기 와있는 것 같았습니다.
함께 카메라를 들여다보며 대화하는 사람들,
바닥에 깔린 담요위에 누워 책을 보는 사람,
핸드폰을 하는 사람,
낮잠을 청하는 사람.
각자 다른 모습으로 여행을 즐기고 있었습니다.
식당 바로 앞에는 강이 내려다보였고
나무와 꽃, 선베드 등으로 정원처럼 꾸며진 식당이 꽤나 운치있게 느껴졌습니다.
그제서야 제가 마음을 너무 조급하게 먹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바쁜 일상을 피해 놀러온 곳에서마저
저는 여행책의 모든 곳을 돌아보기위해 더욱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마음을 고쳐먹었습니다.
지금 나를 행복하게하는 것에 집중하자고 마음먹었습니다.
그래서 오후 일정은 모두 접어두고 일단 피자와 까르보나라 파스타를 주문했습니다.
역시나 음식도 음료처럼 늦게 나왔지만
이번에는 기다림이 지루하지 않았습니다.
저도 다른 사람들처럼 쿠션에 비스듬히 기대누워
가방에 있던 수첩과 볼펜을 가지고 끄적거리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한참만에 나온 피자는 허기졌던 상황을 배제하고 보더라도
정말 맛있었습니다.
주방장이 어디에서 배워온걸까 궁금할만큼 맛있어서
제 인생 가장 맛있게 먹은 피자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피자를 맛있게 먹고 뜨거웠던 태양이 제법 부드럽게 느껴질무렵이 되서야
식당을 나서 일몰 포인트로 향했습니다.
이번에는 여행책에 나온 일몰 포인트가 아닌
식당에서 만난 영국 여행자가 추천해준 곳으로 갔습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그 때 먹었던 피자가 매우 그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