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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중국인 동네, 인천 차이나타운을 여행하는 법
중국인 동네, 인천 차이나타운을 여행하는 법
  • 김샛별 기자
  • 승인 2018.05.29 17: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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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고 화려한 인천화교들의 역사가 담긴 선린동 동네길
한국에 유일한 중국식 사당인 의선당. 사진제공 / 인천 중구청 관광진흥실.

[여행스케치=인천] ‘차이나타운’ 하면 떠올리는 풍경이 있다. 화려한 금색과 붉은색으로 지어진 건물, 창가에 달린 홍등, 용이 감싸고 있는 모습 등이다.

실제로 인천 차이나타운에 가면 4층, 5층 건물로 거대하게 지어진 중국요릿집 건물들이 우리의 기대를 충족시킨다. 그래서 선린동은 '한국 속 중국'으로 소개되곤 한다.

그러나 이곳을 최초로 짜장면을 발명한 동네로만 알고 돌아간다면 겉만 훑고 가는 것이나 다름없다. 중국식 건물부터 화교의 역사와 생활을 엿볼 수 있는 선린동을 천천히 걸었다.

1907년, 옛 공화춘 건물을 그대로 사용해 개관한 짜장면박물관. 사진 / 김샛별 기자

최초의 짜장면과 중국식 건축양식을 볼 수 있는 공화춘
인천 차이나타운 하면 짜장면의 발상지인 공화춘을 빼놓고는 말할 수가 없다. 국내에 현존하는 중국요릿집 중 가장 오래된 건물인 공화춘은 중국의 독특한 건축양식을 뽐낸다.

1907년 중국 산둥 지방의 장인이 참여해 지었다는 이 건물은 외관이 벽돌로 이루어져 언뜻 서구식 건축양식 같지만, 내부는 다양한 중국 전통문양과 붉은색으로 화려하게 장식되어 중국과 서구의 복합적인 건축양식이 도입된 건축물이다.

1983년 폐업한 공화춘의 건물은 한국식 짜장면의 역사와 문화적인 가치를 알리기 위해 2012년 짜장면박물관으로 재탄생했다. 이곳에서는 개항기 인천항 부두에서 면에 중국식 된장을 버무려 먹던 짜장면의 시초에서부터 시작해 짜장면의 역사는 물론, 옛 중국요릿집 식당을 재현해놓기도 했다. 인천화교 1세대로 불리는 산둥성 노동자들이 짜장면을 어떻게 탄생시켰고, 그 짜장면이 어떻게 서민들의 외식음식이 되었는지도 알 수 있다.

짜장면에 관한 다양한 자료를 볼 수 있는 짜장면박물관. 사진 / 김샛별 기자
거리 양옆으로 1925년 지어진 중국식 건축물이 여전히 남아 있다. 사진 / 김샛별 기자

짜장면박물관 골목에서 나오면 보이는 메인로드엔 차이나타운에서 가장 대표적인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건물이 보인다. 1925년 건립된 주상복합건축물로 현재 주인 역시 화교다.

1층에는 중국요릿집들이 있고, 2층은 상가와 주거 형태로 사용 중이다. 불에 구운 벽돌인 연와조로 지어진 이 건물은 중국 특유의 원색이 사용되어 화려함을 뽐낸다. 박공형 지붕, 목조 청풍차양, 개방형 발코니가 더욱 이국적인 느낌을 더한다.

Info 짜장면박물관
이용요금 성인 1000원, 청소년 700원, 어린이 500원
이용시간 오전 9시~오후 6시
주소 인천 중구 차이나타운로 56-14
문의 032-773-9812

인천 차이나타운에 남아 있는 중국식 가옥. 사진 / 김샛별 기자

골목 곳곳 중국식 가옥이 풍기는 분위기
인천에는 중국의 조계지가 먼저 생겨나고, 그 뒤로 일본 역시 조계지를 세웠다. 조계지란 정부와 조약·협정을 맺어 자치적인 행정권을 행사할 수 있는 외국인 거주지역을 뜻한다. 차이나타운에서 중구청으로 가는 사이, 청일조계지를 나누는 경계 계단이 있고 그 주변으로 쉼터가 조성되어 있다.

조계지 쉼터 계단을 오르면 자유공원이, 계단을 기준으로 양옆은 청일 조계지로 나뉜다. 사진 / 김샛별 기자

조계지 계단 바로 왼편에 오래되고 독특한 이층 건물이 보인다. 붉은색 벽돌, 아치형 덧문이 달려 있는 창문과 세 개의 입구, 2층엔 초록색으로 칠한 발코니가 인상적이다.

조용희 인천광역시 중구청 투어 코디네이터는 “6·25 한국전쟁과 인천상륙작전으로 UN군이 2~3일간 인천에 집중 포격을 했고, 청국 조계지가 함포 사격을 정면으로 받았다”며 “이 근방에 거의 유일하게 남은 1930년대 지어진 중국식 2층 건물”이라고 설명한다.

이처럼, 인천의 차이나타운은 국내 최초이자 최대의 화교 거주지로 여전히 곳곳엔 인천화교 3세대들이 살고 있어 조금이나마 삶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평상시 화교들이 기도를 올리고, 명절에는 작은 축제를 벌이는 의선당 내부. 사진제공 / 인천 중구청.

복(福)이 크게 써있는 대문, 등이 달려 있는 집, 빨간색 페인트가 칠해진 집을 지나 중국요릿집 ‘만다복’을 지나면 한국에 유일하게 남은 중국식 사당인 의선당을 볼 수 있다. 한 사람이 겨우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문이 작아 보지 못하고 지나치기 쉽다. 의선당은 불교와 도교 풍습이 섞인 독특한 모습인데, 백년 전 황합경이라는 스님이 세운 것이라 알려져 있다. 차이나타운에 거주하는 화교들은 평상시 이곳에서 기도를 올리며, 춘절·중앙절·중추절 등 중국 명절에는 작은 축제를 벌인다.

Info 의선당
주소
인천 중구 북성동2가 9-16

학교 담벼락에는 중국 문화를 벽화로 그려두어 지나는 이들에게 자신들의 문화를 소개한다. 사진 / 김샛별 기자

중국의 역사를 배우고, 중국어를 사용하는 마을
전세계 어디를 가도, 화교들의 특징이 몇 가지 있다. 그 중 하나는 중국을 떠난 화교들은 해외에서도 화교들끼리 결혼하고, 중국어를 사용하는 등 살고 있는 나라와 다른 자기들만의 ‘작은 중국’ 사회를 이루고 산다는 것. 인천 선린동의 차이나타운도 마찬가지다.

1955년 재건된 복흥당. 사진 / 김샛별 기자

체육시간인지, 운동장에서 아이들의 소리가 들려오는 길. 메인로드의 뒷길엔 중학교가 하나 있다. 현재 약 450명 정도가 다니고 있는 이 학교는 구한말, 청국 조계지를 한 눈에 내려다볼 수 있도록 선린동 가장 높은 곳에 자리했던 청국영사관으로 사용되었던 역사가 남아 있다.

여러번 소실을 반복했지만 지금까지도 역사가 이어지고 있는 학교 안에는 특히 1955년 재건되어 초등부 건물로 사용되는 복흥당이 중국식 건물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현재 학교와 관련 없는 외부인들은 출입이 금지되어 있지만, 중국어로 소리를 지르며 아이들이 뛰노는 소리를 멀리서나마 들으며 이국적인 감상에 젖을 수 있다.

학교 정문 담벼락에는 중국 문화이야기와 학교의 역사가 적힌 판넬이, 후문 담벼락에는 삼국지 벽화거리를 조성해놓아 총 80컷의 타일에 소설 <삼국지>를 구경할 수 있도록 했다.

학교 뒷편에 조성된 담은 삼국지 벽화거리로 조성해두었다. 사진 / 김샛별 기자
크기는 작지만 중국 분위기를 느낄 수 있도록 조성한 한중원 쉼터. 사진 / 김샛별 기자

학교 앞, 한중원 쉼터는 청나라시대 중·후반기 쑤저우 지역의 정원 양식을 본따 야외문화공간으로 만들어두었다. 크기는 작아도 전통정원이 갖추고 있는 영벽(影壁), 조벽(照壁), 정자, 목교와 연못, 대나무 및 용기와를 얹은 담장 등 구색을 맞춰 중국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잠시 앉아 쉬어도 좋고, 입구의 기계에서 기념사진을 찍어 메일로 전송할 수 있어 좋은 추억을 만들어준다.

한중문화관과 그 옆으로 나란히 자리하고 있는 화교역사관. 사진 / 김샛별 기자

인천화교들이 직접 기증한 물건들로 꾸며진 역사관

지나간 시간을 좀 더 자세히 알 수 있는 화교역사관을 둘러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인천역과 신포역 사이, 인천아트플랫폼이 있는 차이나타운 입구에는 공화춘 건물과 비슷한 외관의 커다란 건물 두 개가 나란히 서있다. 각각 한중문화관과 화교역사관이다.

한중문화원에서는 치파오 등 중국 전통 복식 체험도 가능하다. 사진 / 김샛별 기자

한중문화관 1층에서는 갤러리 전시를 볼 수 있고, 3층에서는 중국 여러 도시에서 기증 받은 각종 유물들을 볼 수 있다. 또한 2층 한중문화전시관에서는 중국의 대표적인 건물을 축소해놓은 모형, 중국의 각 소수민족별 의상을 입혀놓은 인형을 비롯해 중국의 음식, 술, 담배, 경극 등 다양한 문화를 알아볼 수 있다.

특히 2년에 한 번씩 바뀌는 고대 중국 도자기 코너는 보기 힘든 자료들이 많으니 눈여겨보는 것이 좋다. 전시실 끝에는 치파오 등 중국의 전통의상을 입어볼 수 있는 체험장소와 칠교놀이 체험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2층은 바로 화교역사관과 연결되어 있어 1층을 둘러본 뒤 3층으로 올라가 관람하고, 2층으로 내려오는 동선이 가장 좋다.

기증받은 실제 인천 화교소학교 졸업장. 사진 / 김샛별 기자

화교역사관은 우리나라에서 자연발생적으로 조성된 차이나타운에 대한 역사와 화교의 역사를 담고 있다. 이곳에서는 대표적인 화교의 삶을 직업별로 나눠 전시해놓았다.

우선 한의사로서의 삶을 보여주는 중국 의사 면허증과 한국에서 취득한 한의사 면허증, 화교학교 교사로서의 삶을 보여주는 1973년 인천 화교소학교 졸업장, 왕덕능 교장의 교무일지와 졸업식 준비 메모 등이 눈에 띈다.

한편에는 화교들의 생활풍습을 보여주는 청첩장, 결혼증서를 시작해 아기수첩과 결혼예단, 붉은색 봉투에 돈을 넣어 받는 사람을 축복하는 ‘홍빠오’ 등도 보인다. 물건들은 모두 붉은색 종이거나 붉은 커버를 씌워놓아 그들이 얼마나 붉은색을 사랑하는지 짐작케 한다.

김남희 인천중구시설관리공단 문화사업팀 학예사는 “이 자료들은 현재도 차이나타운에 거주하거나, 거주하다 다시 중국으로 이주한 이들에게서 기증받은 것들”이라고 설명한다.

선린동을 걸어보면 알겠지만, 개항부터 시작해 여러 나라의 건축양식과 역사가 혼재되어 이곳만의 독특한 분위기가 있다.

그러나 과거에 갇혀 있지 않고, 여전히 생동감 넘치는 것은 이곳을 생활터전 삼아 매일을 살아내는 인천화교들 덕이 아닐까. 낯설고 이국적인 선린동은 그래서 특별한 동네다.

Info 한중문화관
이용요금
성인 1000원, 청소년 700원, 어린이 500원
이용시간 오전 9시~오후 6시
주소 인천 중구 제물량로 238
문의 032-760-7860 www.hanjung.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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