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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노을처럼 따뜻한 공간, 제주 무인카페 ‘노을언덕’
노을처럼 따뜻한 공간, 제주 무인카페 ‘노을언덕’
  • 김다운 기자
  • 승인 2016.06.1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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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여행길 이색 명소
제주에 통용되어오던 향토문화 ‘정낭’
사람 사이의 따뜻함을 간직한 제주 무인카페
사진 / 김다운 기자
제주도식 쉼자리에는 사람 대신 따뜻함과 편안함이, 그리고 고마움이 흐른다. 사진 / 김다운 기자
[편집자주] 지난 2016년 7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여행스케치>가 창간 16년을 맞이해 월간 <여행스케치>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책자에 소개되었던 여행정보 기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행지의 소식을 게재하는 이유는 10년 전의 여행지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16년 전의 여행은 어떤 것에 관점을 두고 있었는지 등을 통해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 아래에 해당 기사가 게재되었던 발행년도와 월을 첨부해 두었습니다. 

[여행스케치=제주] 제주 해안도로에 자리한 카페 ‘노을언덕’은 주인이 없는 무인카페다. ‘돈은 상자에 넣어 달라’는 글귀로 서로에 대한 믿음을 약속하는 이 제주도식 쉼자리에는 사람 대신 따뜻함과 편안함이, 그리고 고마움이 흐른다.

‘돈은 맘소리에 넣어주세요.’
제주도 제주시 도두2동 해안도로에는 계산대 대신 ‘맘소리’라는 나무 상자만 덩그러니 자리를 지키는 무인카페 ‘노을언덕’이 있다. 돈을 내라 닦달하는 사람이나 그 흔한 감시카메라 하나 없으니 손님들은 “와, 정말 아무도 없네~” 하며 신기함을 감추지 못한다.

가게 곳곳에 친절하게 쓰여 있는 ‘음료 만드는 법’대로 모두가 일일 바리스타가 되어 자신의 것을 척척 만드는 풍경은 무인카페이기에 가능하다. 먹고, 설거지하고, 계산하는 모든 과정이 각자의 양심에 맡겨지는 것이다.

자연스레 인건비가 빠지게 되니 가격도 합리적이어서 커피 한 잔에 큰돈 들이기 힘든 여행자에게는 필수 코스가 됐다. 그리고 비록 사람은 없지만 벽면을 가득 메운 메모지에는 다녀간 사람들의 사연이 그렁그렁 맺힌 채 방명록을 대신하고 있다. 연인을 향한 수줍은 고백, 제주 바다에 영감을 받아 써내려간 시 구절 등 저마다의 끄적임이 조용한 카페에 운치를 더한다.

사진 / 김다운 기자
노을언덕에는 먹을 것도, 쉴 자리도 넉넉하다. 사진 / 김다운 기자
사진 / 김다운 기자
노을언덕에 마련된 생강·대추·모과·유자·레몬차. 사진 / 김다운 기자
사진 / 김다운 기자
계산대 대신 놓인 나무 상자 ‘맘소리’. 사진 / 김다운 기자

사실 제주도에서 무인카페는 그리 생소한 존재가 아니다. 2006년 문을 연 ‘오월의 꽃’이후로 약 18곳의 무인카페가 둥지를 틀었으니 말이다. 그 이면에는 제주에 통용되어오던 향토문화 ‘정낭’이 있다. 과거 제주 사람들은 집집마다 대문 대신 굵직한 나무 막대를 가로로 걸쳐 놓았는데 이것이 바로 정낭이다.

주인이 집에 있고 없음을 나타내는 정낭은 개수에 따라 주인의 이동 거리를 알려주기도 했다. 3개가 전부 걸쳐져 있으면 주인이 멀리 출타 중이라는 말이고, 다 내려져 있으면 주인이 집에 있다는 뜻, 2개만 걸쳐져 있으면 주인이 조금 먼 곳에, 1개만 걸쳐져 있으면 가까운 곳에 나갔음을 의미했다. 대문을 걸어 잠그는 대신 이렇게 정낭을 사용하여 이웃에게 소식을 알렸고, 이를 본 이웃들은 외출한 주인을 대신해 가축을 돌보아주기도 했다.

전영림 노을언덕 사장 역시 “정낭으로 상징되는 제주의 소박함, 삼무(三無, 제주도에는 거지와 도둑, 그리고 대문이 없다는 뜻)의 가치를 계승하고자 직접 노을지기가 되었다”고 말한다. 그의 말처럼 노을언덕에서의 쉼은 제주도민의 노을빛 따뜻한 마음씨를 닮아가는 시간이 될 것이다.

Info 노을언덕
메뉴 드립 및 더치커피 2500원, 유기농 허브티 2000원, 아이스크림 작은 컵 1500원, 큰 컵 2500원, 전통과자 1접시 1000원
영업시간 오전 9시~오후 11시
주소 제주도 제주시 서해안로 360
문의 064-712-7898

※ 이 기사는 하이미디어피앤아이가 발행하는 월간 '여행스케치' 2016년 7월호 [이색 명소] 코너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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