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스케치=부산] 푸른 바다에서 낚시하는 강태공. 이렇게 좋은 풍경을 놓치기 싫어 사진을 찍으니 버럭 화를 낸다. 뭐가 잡히느냐고 물었더니 잡히는 거 하나 없고 심심해서 나오셨단다. 입소문 날까 꼭꼭 숨겨두고 싶다는 말씀에 공감이 갔다.
산책로로 향하는 첫 계단을 오르자 “후~” 하고 짧은 한숨과 탄성이 동시에 터져 나온다. 가파른 절벽을 따라 철재로 지어진 길과, 너른 파도가 춤을 추는 푸른 바다에 마음을 시원하게 내주었다. ‘마음의 휴식을 취하고 정신적 여유를 향유할 수 있는 친환경적 공간의 필요성’으로 이 산책로를 조성하였다는 친절한 안내도의 글귀가 파도소리처럼 온 몸으로 전해져 온다.
부산 서구 암남동 장군반도 남단에 자리한 송도에 없던 길이 생겼다. 암남공원에서 송도해수욕장까지 이어진 해안절벽에 산책로가 들어선 것. 왼편에는 영도 봉래산과 오른편에는 태종대, 앞은 눈부시게 푸른 바다를 끼고 절벽 위를 걷다보면 한편의 화보를 찍어도 될 법한 장관이 펼쳐진다.
신기하게도 전망대마다 보이는 풍경이 달라 볼수록 새로움을 준다. 만선이 되어 항구로 돌아오는 어선, 송도 해수욕장 앞에 병풍처럼 늘어선 호텔과 집들, 자연 그대로 보존된 기암괴석이 멀리 보이는 영도를 배경으로 그림처럼 펼쳐진다. 어느 곳에서 어떻게 포즈를 취해도 배경이 되니 지나던 노부부를 주인공삼아 사진을 촬영해도 엽서의 한 장면처럼 나온다. 모델이 따로 없다.
해운대에서 더 들어간 서구 끝자락에 위치한 송도는 개방된 도시자연공원인 암남공원과 바다낚시로 유명한 두도공원으로 연결되어 있다. 작년에 단장을 끝낸 송도해수욕장도 있어 부산시민들이 당일 여행지로 찾기 좋은 곳이다. 작년 연말에 완공된 해안산책로는 영도다리에서 시작된 절영 해안산책로보다 유명세가 덜하고 비교적 한산해서 원없이 바다를 보며 사색에 잠기고 싶을 때 찾으면 색다른 멋을 느낄 수 있다.
암남공원은 군부대가 있어 출입이 통제되다 올해 4월에서야 시민들에게 개방되었다. 송도 해안과 부산 남항이 한눈에 보이는 전망대와 산책로, 인라인 스케이트와 게이트볼, 테니스장 등의 편의시설과 조각품이 전시되어 있어 해안산책이 끝난 뒤 가벼운 마음으로 체력단련하기 그만이다. 산책을 끝내기 아쉬워 구름다리에서 하염없이 바다를 바라보는데 밀어내도 자꾸 다가오는 파도가 엄마에게 떼쓰는 아이처럼 사랑스럽다.
송도해수욕장-송도해안산책로-암남공원으로 이어지는 산책이 끝나면 암남공원에서 송도로 이어지는 짧은 해안드라이브를 즐기다 바다가 보이는 도로변 카페에서 더위를 식히는 시원한 차 한 잔으로 당일 여행을 마무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