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스케치=증평] 충청북도 증평군 도안면 보강천 일대는 늦여름 때아닌 신록의 푸르름에 탄성이 절로 나온다. 주민들이 애써 가꾼 박들이 결실을 맺어 340여m의 박 터널을 이루었기 때문이다. 충북 증평으로 박 구경하러 가세~
<흥부전>에는 다리를 다친 제비를 정성껏 보살핀 흥부에게 제비가 박씨를 물고 와 금은보화로 보답하는 내용이 나온다. 큰 박, 작은 박을 켤 때마다 줄줄이 나오는 금은보화들. 충청북도 증평군 도안면에는 금은보화가 나오진 않지만 어린아이 배꼽 모양을 한 배꼽호박, 80kg에 달하는 슈퍼박, 일반 오이의 5배 크기인 오이박, 둥근박 등 국내에서 보기 힘든 각종 희귀 박들이 한자리에 모인 긴 터널이 있다.
박터널은 주민들이 자치적으로 ‘보강천 하천둔치에 무엇을 만들어볼까’하고 궁리한 끝에 마을 주민인 제일종묘농산 박동복 대표가 희귀 박 씨앗을 제공하면서 2005년에 처음 만들어졌다.
“세계에서 재배되고 있는 65종의 박이 아름답게 조성되어 있습니다. 오시면 실망하지 않을 겁니다.” 충청북도 증평군 도안면사무소의 연명흠 부면장은 면 단위 작은 고장에서 지역주민들이 힘을 모아 박터널을 가꾼 점을 강조하였다. 대부분 농업에 종사하는 지역 주민들이 쨍쨍 내리쬐는 한여름 뙤약볕에도 박터널과 관련된 일이라면 만사 제치고 달려와 솥에 밥을 해먹으며 정성을 모았단다.
처음엔 조롱박 위주로 심었지만 박과 식물은 연작이 불가능해 시기별로 볼 수 있도록 작년부터 다품종을 심으면서 작은 지역축제로까지 발전하였다. 9월 15일엔 단 하루 축제를 기획해 이곳을 찾은 사람 모두에게 청정묵밥과 삶은 돼지고기와 음료 등을 제공하고 도안면에서 생산되는 농산물도 판매하며 마을에서 준비한 노래자랑, 길놀이 농악이 열려 가을의 풍성함을 함께 나눌 계획이다.
주민들의 화합을 다지면서 도안면을 홍보하기 위한 박터널은 A터널과 B터널로 나뉘어 산책을 하면서 줄줄이 걸린 갖가지 모양의 이색 희귀 박들을 구경할 수 있다. 박을 딸 순 없으나 저절로 떨어진 박에 한해서는 기념으로 가져갈 수 있다고 한다. 특별히 눈여겨볼 것은 입구에 있는 빨간색 박으로, 관상용인데 그 무게가 무려 80kg까지 나가며 펑퍼짐한 오이 모양의 오이박은 최대 1m까지 자라 관람객들의 시선을 끈다.
터널 주변으로는 벼가 누렇게 익어가고 코스모스가 한들한들 피어나 가을의 정취를 한껏 느낄 수 있다.
10월 15일 첫 서리가 내릴 즈음이면 박들을 다 수확해 내년을 기약하며 터널을 철거하므로 박터널을 구경하려면 서둘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