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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스토리가 있는 여행] 산에 막히고 호수에 잠긴 오지로… 강원도 화천 비수구미마을
[스토리가 있는 여행] 산에 막히고 호수에 잠긴 오지로… 강원도 화천 비수구미마을
  • 전설 기자
  • 승인 2013.11.2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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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지난 2016년 7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여행스케치>가 창간 16년을 맞이해 월간 <여행스케치>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책자에 소개되었던 여행정보 기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행지의 소식을 게재하는 이유는 10년 전의 여행지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16년 전의 여행은 어떤 것에 관점을 두고 있었는지 등을 통해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 아래에 해당 기사가 게재되었던 발행년도와 월을 첨부해 두었습니다.  
2013년 12월 사진 / 전설 기자
2013년 12월 사진 / 전설 기자

[여행스케치=화천] 도시의 빠름이 버거워지는 어느 날은 첩첩산중 오지로 숨고만 싶다. 느릿느릿 구름 걷히고 해 뜨고 지는 세월 노름을 즐기다 계곡물에 근심 걱정 더미 바락바락 빨아도 좋으련만. 갈 길 바쁜 생에 쉼표 하나 찍고 싶은 날, 이 마음 산 넘고 물 건너 오지에 숨는다. 

글쪾사진 전설 기자  취재 협조 산하클럽

Tip. 비수구미 가는 방법 
트레킹 평화의 댐 방면, 화천 해산터널을 지나자마자 우측으로 난 쪽문을 따라 6km를 걸어간다. (약 2시간 소요. 들머리 주소 강원도 화천군 화천읍 풍산리 해산터널)
모터보트 평화의 댐 20m 전 비수구미 이정표를 따라 비포장도로 끝 파로호 선착장까지 간 뒤 비수구미마을 주민들이 운영하는 모터보트를 탄다. 보트 예약은 필수

강원도 화천에서 아침 해를 가장 먼저 받는 해산(山). 그 산자락 아래 파로호 물결이 앞마당까지 찰랑거리는 오지가 있다. 어떤 이는 신비한 물줄기가 9가지 아름다움을 빚어놓았다 하여 비수구미(秘水九美)마을이라 부르고, 어떤 이는 비밀스럽고 깊숙하다는 뜻의 ‘비수하다’에 산등성이가 휘는 물가를 이르는 순우리말 ‘구미’가 붙은 것이라 말하기도 한다. 어떻게 풀어도 험한 산세에 가는 길 막히고 푸른 호수에 오는 길 잠기는 오지 중의 오지라는 사실은 변치 않는다.

“비수구미에 들어가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예요. 해산터널을 지나 아흔아홉 굽잇길을 통과해 평화의 댐 포장도로 끝에 차를 세우고 마을로 들어가는 배를 타는 것과 해산터널을 빠져나오자마자 쪽문처럼 난 비수구미길 입구에서 6km 계곡 길을 걸어가는 방법입니다.”

걷기 여행 커뮤니티 ‘산하클럽’의 유대원 씨가 오지로 가는 길을 일러준다. 오지라 해서 가는 길도 막혀 있는 것이 아닌가 걱정이 앞섰는데, 인기 트레킹 코스로 입소문이 파다하게 나서 길눈 훤한 길잡이는 물론 친절한 길벗들까지 동무하였다.

1시간 반 숲길을 걸어 들어가 보트를 타고 호수를 건너 돌아온다니, 더하거나 뺄 것 없는 낭만 여정이로다. 자작나무로 둘러싸인 비수구미길 초입에 길벗들이 모여든다. 오지 여행이라는 낭만에 홀린 오늘의 모험가들이 떠날 채비를 마쳤다.

2013년 12월 사진 / 전설 기자
가쁜 숨 돌리기에 좋은 비수구미계곡. 2013년 12월 사진 / 전설 기자

오지로 들어서는 너덜길
얼마나 걸었을까. “악”, “아이고”, “엄마야” 하는 비명이 터진다. 비수구미마을에 들어서는 6km 내리막길은 모난 돌멩이로 뒤덮인 자갈길이다. 돌부리에 걸려 휘청, 돌멩이에 미끄러져 비틀, 걸음이 꼬인다. 예습을 잘해온 모범생들은 등산 스틱으로 돌길을 짚어 나간다. 빈손으로 온 이들 중 몇몇은 산신령이 되어 있다. 숲길에 떨어진 두툼한 나뭇가지를 지팡이 삼아 돌길을 건넌다. 나뭇가지마저도 줍지 못한 이들은 혹시나 넘어질까, 엉덩방아를 찧을까, 사뿐사뿐 선녀 걸음으로 부지런히 쫓아간다.“이런 길을 뭐라고 하는지 알아? 몸과 마음이 너덜너덜해지는 너덜길!” 멋모르고 나선 초행자의 볼멘소리에 “너덜길이 아니라 투덜길 되겠다.” 친구의 밉지 않은 면박이 잇따른다.

2013년 12월 사진 / 전설 기자
이방인에게도 살가운 비수구미마을 백구. 2013년 12월 사진 / 전설 기자

단순히 걷고자 했다면 쉬운 길, 편한 길이야 얼마든지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왜 사람들은 강원도 화천의 깊은 산골짜기까지 멀리서 찾아오는 것일까.


“데크 깔린 길이 편하긴 하지만 이렇게 투박하니 억센 길도 재미있죠. 아무 생각 없이 바닥만 보고 걷다가 문득 하늘을 바라봤을 때, 숨 돌리는 동안 머릿속을 어지럽히던 고민이나 근심 같은 것들이 정리되거든요.”

이름 대신 동화 속 주인공의 이름을 딴 ‘난다쌤’이라 자신을 소개한 길벗이 걷는 이유를 말한다. 그 말 뒤로 추임새처럼 “우리는 모두 길 위에 떠다니는 사람이니까” 하는 감상이 뒤따른다. 

주문에 걸린 듯 발걸음을 멈추고 하늘을 본다. 파랗게 시린 하늘에 흰 구름이 걸려 있다. 피톤치드니 음이온이니 몸에 좋다는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대신 마음이 알아챈다. 미처 집에 떨치지 못하고 온 시름을 놓는다. 깊은 숨 돌리는 동안 고생스러운 돌길이 끝나고 폭신한 낙엽 포장길이 이어진다. 비수구미까지 2km가 채 남지 않은 시점이다.

몸이 으슬으슬한 한(寒) 계절에 장작불 타들어가는 아랫목에서 
잠이 든다면….

INFO.
산하클럽 ‘오지 비수구미마을과 폰툰길’ 투어
코스 해산령~비수구미길~비수구미마을(점심)~선착장~모터보트 이동~화천 산소길(폰툰길)

비수구미숙박 
해산민박, 비수구미민박, 비수구미산장펜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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