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스케치=천안] 수도권 전철로 부담 없이 1시간 30분 만에 닿을 수 있는 천안은 뚜벅이족들에게 좋은 근교여행지다. 그 천안의 중심부에 자리한 아라리오갤러리를 소개한다. 천안에 오면 꼭 들러보아야 할, 도심 속 예술 가득한 공간이다.
사실 충남 천안까지 전철을 타고 갈 수 있다는 건 뚜벅이 여행객들에게는 여간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마치 기차여행을 하는 듯한 기분으로 창밖으로 익어가는 가을을 느끼며 천안역에 도착한다. 천안역은 여느 기차역과 다르지 않은 풍경이다. 힘겹게 짐을 이고 가는 할머니처럼 저마다의 일상을 안고 가는 이도 있겠지만 카메라를 들고 천안의 풍경을 담으러 온 여행객도 눈에 띈다.
‘조금만 더 가면 논밭’이라는 주민의 설명처럼 소도시 특유의 색채가 짙은 천안에는 아우내장터, 유관순 열사 생가, 천안삼거리공원, 독립기념관 등 역사문화 여행지가 있다. 이와 함께 천안의 중심부에 아라리오갤러리가 생기면서 먹자골목으로 유명했던 터미널 역사 근처가 ‘아라리오 스몰 시티’로 거듭났다. ‘아라리오 스몰 시티’는 갤러리, 백화점, 영화관, 조각공원이 함께 있는 공간인데 변화된 천안의 모습과 현대미술의 면면을 소상히 볼 수 있다.
천안역에서 아라리오갤러리가 있는 버스터미널까지는 택시로 10분 거리, 목적지인 아라리오갤러리로 향한다. ‘아라리오’는 ‘아리아리랑~’으로 시작하는 밀양아리랑에서 따온 지극히 한국적인 이름이다. 이름만큼이나 신나는 마음으로 갤러리 주변을 둘러본다. 5층까지 사용하는 이 갤러리는 4950㎡의 공간에 설치미술작품 전시와 기획 전시를 하고 있다. 개인 갤러리 치고 규모가 꽤 큰 편이다.
고내후성 강판을 마감재로 사용한 건축물은 수제 다크초콜릿을 연상시킨다. 짙은 갈색의 초콜릿을 겹겹이 포개어놓은 뒤, 다시 그 위에 초콜릿 가루를 뿌려놓은 것 같다. 사실 녹이 슬어 있는 재질을 일부러 사용한 것인데 이 녹층 때문에 오히려 더 포근하게 느껴진다. 천안의 도시풍경과 갤러리가 묘한 조화를 이룬다.
갤러리의 외관 구석구석을 살피다가 건물의 벽면 3~4층 높이의 벤치에 앉아 신문을 읽고 있는 사람을 올려보고는 순간적으로 흠칫 놀랐다. 이내 설치작품인 줄 알고 안도의 숨을 내쉬었지만, 건물 자체를 설치미술 소재로 사용한 감각이 놀랍다.
갤러리 안으로 발길을 옮기는데 외관에서도 눈에 띄었던 유리상자 안의 작품이 엄청난 크기로 시야를 압박한다. 반신 인체 모형을 확대해놓은 듯한 이 작품은 데미안 허스트의 ‘찬가’. 무려 250만 달러라는 어마어마한 가격 때문에 갤러리가 구입할 당시부터 화제를 모았던 작품이다. 사방으로 공개된 위치에 배치해놓은 것이 아낌없이 대중과 소통하고자 하는 갤러리의 의지가 반영된 것 같다.
터미널, 백화점, 갤러리에 둘러싸인 푸른조각광장은 지난해 대한민국공간문화대상 최우수상을 수상했을 정도로 공간을 활용한 세심함이 돋보인다. 마치 미로를 통과하듯 조각품을 하나하나 따라가며 호젓함을 누려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