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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해안누리길 여행]간절곶에서 시작해 새천년로를 걷다
[해안누리길 여행]간절곶에서 시작해 새천년로를 걷다
  • 노규엽 기자
  • 승인 2022.06.13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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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절곶 공원.
간절곶 공원. 사진/여행스케치

[여행스케치=울산]간절곶에서 시작해 진하해변과 명선교까지 이어지는 새천년로는 거리가 5km정도로 짧지만, 해안을 따라 길이 만들어져 다채로운 바다 풍경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해변과 항구, 공원을 번갈아 지나는 이 길은 바닷가를 산책하듯 걸을 수 있고, 울산의 관광명소 간절곶을 둘러볼 수 있으니 더욱 좋다.

걷는 내내 동해의 풍광을 즐길 수 있다.
걷는 내내 동해의 풍광을 즐길 수 있다. 사진/여행스케치

울주군은 2011년 명선교에서 신암항까지 이어지는 ‘간절곶 소망길’을 만들었다. 약 10km에 이르는 이 길은 간절곶을 기준으로 2개 구간으로 나뉘는데, 명선교에서 간절곶까지 이어지는 약 5.2km의 1구간이 해안누리길 새천년로와 겹친다. 단, 새천년로는 간절곶을 시작점으로 정해놓아 걷는 방향만 반대다.

새천년로는 해맞이 명소인 간절곶에서 시작한다.
새천년로는 해맞이 명소인 간절곶에서 시작한다. 사진/여행스케치

대한민국 1등 해맞이명소 간절곶

새천년로가 마음 설레는 도보여행길로 다가오는 이유는 간절곶이 시작점인 것도 한몫을 한다. 사실 간절곶은 지형이 동해 먼 바다에서 바라보면 긴 간짓대(대나무로 만든 긴 장대)가 바다 속으로 뻗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해서 붙여진 지명이다. 간절곶은 2000년 1월 1일 오전 7시 31분 26초를 기해 국립천문대와 새천년준비위원회가 새천년의 해가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장소로 공포함에 따라 해맞이 장소로 더욱 유명해졌다. 그래서 새해의 소원을 비는 장소이자 새해가 아니더라도 일출을 보려는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지면서 간절곶의 의미도 ‘간절하다’로 풀이되곤 한다. 간절곶 등대 아래로 내려오면 2006년 12월에 세워진 ‘간절곶 소망우체통’이 여행자를 반긴다. 높이 5m에 이르는 거구를 자랑하는 우체통은 1970년대 마을 곳곳에 있었던 초록과 빨강 배색의 그 모습과 똑 닮아있다. 이곳에서 엽서를 작성해 우체통에 넣으면 1년 후에 받아볼 수 있으니, 엽서에 소망이나 목표를 적어 후일 뜻이 이루어졌는지 체크해보는 재미도 누릴 수 있겠다.

INFO 간절곶(휴게소)

주소 울산 울주군 서생면 간절곶해안길 165

박제상 이야기가 담긴 간절곶의 모녀상.
박제상 이야기가 담긴 간절곶의 모녀상. 사진/여행스케치

신라 충신 박제상과 모녀 이야기

소망우체통 주변으로도 보고 가야 할 것들이 넘친다. 먼저 우체통 오른쪽 방향에 서있는 사다리꼴 돌탑은 유라시아에서 가장 늦게 해가 지는 포르투갈 호카곶(Cabo da Roca)의 상징탑이다. 호카곶이 있는 신트라 시와 문화교류를 맺어 2018년에 설치된 것으로, 가장 먼저 해가 뜨는 곳과 가장 늦게 해가 지는 곳이 공존한다는 상징성을 갖게 되었다. 그 외에도 새천년 기념비와 울산큰애기 노래비 등 여유를 가지고 둘러보면 재미난 발견을 이어갈 수 있다. 그리고 하염없이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모녀상도 눈길을 끈다. 신라시대 충신 박제상의 부인과 두 딸을 형상화한 조각상으로, 가슴 아픈 사연을 알려주는 조형물이다.

항구, 해변, 공원 등을 번갈아가며 지나 걷기에 지루하지 않다.
항구, 해변, 공원 등을 번갈아가며 지나 걷기에 지루하지 않다. 사진/여행스케치

신라 눌지왕 때 박제상은 고구려에 볼모로 잡혀간 왕제 ‘복호’를 구하러 가서 무사히 귀국한다. 그러나 그는 집에도 들르지 않고 바로 왜국으로 건너가 볼모로 잡혀 있는 왕제 ‘미사흔’을 구하고 자신은 잡히고 만다. 그의 충심을 본 왜왕은 박제상에게 신하가 되길 회유했는데 그는 “차라리 계림(신라)의 개나 돼지가 될지언정 왜국의 신하는 되지 않겠다”고 뜻을 굽히지 않아 죽게 되었다. 한편, 남편의 생사를 알 수 없었던 박제상의 부인은 세 딸, 아기ㆍ아영ㆍ아경을 거느리고 치술령에 올라가 바다를 보며 통곡하다가 망부석이 되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눌지왕은 돌이 된 부인과 두 딸에게 정려(충신, 열녀 등을 그 동네에 문을 세워 표창하던 일)를 명하였고, 살아남은 둘째 딸 아영은 미사흔의 아내가 되었다.

전설이나 설화 등 길에 담긴 스토리를 적어놓은 안내판.
전설이나 설화 등 길에 담긴 스토리를 적어놓은 안내판. 사진/여행스케치

지역의 이야기들이 상상력을 자극하는 길

새천년로는 간절곶 소망길과 구간이 겹치는 덕분에 다른 걷기 코스와 차별되는 특이점이 있다. 구역마다 안내 표지판을 설치해놓고, 전해 내려오는 전설이나 설화, 그 길에 어울리는 새로운 스토리를 만들어놓은 것이다. 안내판을 읽으며 걸으면 그저 바라보기만 했던 풍경에 사연이 담겨 달리 보이기도 한다. 간절곶에서 풍차공원을 지나 간절곶 북쪽으로 향하는 길에는 ‘연인의 길’이라는 수식어가 붙어있다. 간절곶 방파제 끝에 있는 빨간 등대의 존재 덕분이다. 이 등대의 또다른 이름은 ‘프러포즈 등대’다. 다이아몬드 반지 형상의 조형물을 포토존으로 활용해 기념 사진을 남길 수도 있지만, 등대 앞까지 가서 남자ㆍ여자 표시에 따라 자리에 서면 몸무게를 감지해 3초 후 프러포즈 송이 나와 재미를 더한다.

새천년로는 간절곶 소망길과 코스가 겹쳐 이정표가 잘 되어있다.
새천년로는 간절곶 소망길과 코스가 겹쳐 이정표가 잘 되어있다. 사진/여행스케치

벽화를 비롯한 다양한 그림들로 볼거리를 제공하는 송정항을 지나면 새천년로 종점 부근인 진하해변과 온산공단이 아득하게 보인다. 이곳부터 솔개공원과 솔개해변을 이어 걸으며 푸른빛 바다 풍경을 만끽하게 되는데, 솔개해변 인근의 신랑각시바위 감상도 잊지 말도록 하자. 또 하나의 일출명소이자 넓은 백사장을 자랑하는 진하해변을 지나면 이내 종점인 명선교에 도착한다. 높이 17.5m에 이르는 명선교 위로 올라가면 넘실거리는 동해와 어우러진 진하해변과 신선이 내려와 놀았다는 명선도를 한 눈에 감상하며 길을 마무리할 수 있다.

간절곶의 랜드마크인 하얀 등대.
간절곶의 랜드마크인 하얀 등대. 사진/여행스케치

 

INFO 명선교(강양항)

주소 울산 울주군 온산읍 강양길 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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