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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동행취재] 전북문화관광재단x변산반도국립공원, 환경을 위한 작은 실천 ‘줍깅’
[동행취재] 전북문화관광재단x변산반도국립공원, 환경을 위한 작은 실천 ‘줍깅’
  • 민다엽 기자
  • 승인 2022.12.08 18: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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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산반도국립공원 일원에서 생태관광 프로그램
‘운동으로 건강도 챙기고 환경도 지키는 여행’
내년부터 장기적인 프로젝트로 확대 운영
어린 참가자가 부모와 함께 해변가에서 쓰레기를 주으며 환경보호를 실천하고 있다.  사진/ 민다엽 기자

[여행스케치=부안] 여러분, 다 먹은 빈 페트병은 어떻게 배출해야 할까요?”

생태관광 프로그램 진행하는 선생님의 질문에 한 아이가 손을 번쩍 들더니 앞으로 나선다. 고사리 같은 손으로 페트병 안에 내용물을 비우고 라벨을 제거한 뒤, 찌그러뜨려 분리배출까지, 모든 과정을 능수능란하게 선보인 어린아이의 모습에 여기저기서 박수가 터져 나왔다.

 

생활 속 올바른 재활용 방법에 대해 배우는 시간. 사진/ 민다엽 기자
본격적인 생태관광에 앞서 변산반도국립공원 탐방안내소에서 환경 교육을 받고 있다. 사진/ 민다엽 기자 

지난달 19일 전북 문화관광재단과 변산반도 국립공원이 함께 진행한 생태관광 프로그램에는 어린이와 학부모 40여 명이 참가했다. 변산반도국립공원 주변을 탐방하며 쓰레기를 줍는 플로깅(Plogging) 캠페인과 업사이클링(Upcycling) 활동을 통해, 무분별하게 버려지는 쓰레기들의 심각성을 몸소 깨닫고 일상생활 속에서 환경을 위한 작은 실천을 체험하기 위해서다.

여기서 플로깅은 스웨덴어로 줍다를 뜻하는 플로카 우프(Plocka Upp)와 영어단어인 조깅(Jogging)이 합쳐져 만들어진 단어로, 한국에서는 줍다조깅을 결합한 줍깅이라는 용어로 불리기도 한다. 조깅을 하는 동안 눈에 띄는 쓰레기를 줍는 일로, 운동으로 건강을 챙기는 동시에 환경을 지키기 위한 작은 실천을 하는 환경보호 운동이라 할 수 있다.

폐플라스틱을 이용한 미니화분 만들기 체험 중인 참가자. 사진/ 민다엽 기자
완성된 미니 화분이 제법 그럴듯 하다. 사진/ 민다엽 기자

먼저 참가자들은 변산반도국립공원 탐방 안내소에 모여, 전시물을 활용한 환경교육 및 폐플라스틱으로 미니 화분을 만드는 업사이클링 활동을 체험했다. 어른들도 헷갈리는 환경 관련 퀴즈를 척척 맞추는 아이들을 보니, 부끄럽기도 하면서 새삼 교육의 중요성을 느끼게 된다.

이후 친환경 뽕나무를 재배하는 이레농원으로 이동해, 자연이 준 신선한 식재료로 만든 건강한 밥상을 체험했다. 뽕잎과 나무, 콩 등으로 만든 다양한 요리는 어른들은 물론, 의외로 아이들에게도 큰 호응을 얻었다.

자연이 준 신선한 식재료로 만든 건강한 밥상을 맛볼 수 있는 이레농원. 사진/ 민다엽 기자 
뽕잎으로 만든 새콤한 무침. 사진/ 민다엽 기자

손으로 흙을 만지는 느낌이 너무 좋아요. 이 흙덩어리가 우리가 쓰는 컵이 되고 그릇이 된다는 점도 신기하고요.”

부안청자박물관에서 진행된 도예 체험은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프로그램이었다. 작은 손으로 찰흙을 두드리고 돌돌 말아 저마다 자신만의 도자기를 만들어 낸다. 물레를 돌리는 도예가 선생님 주변에는 아이들이 옹기종기 모여 탄성이 지른다. 열심히 빚은 도자기가 예쁜 꽃병으로 변해가는 모습이 퍽 신기한가 보다.

부안청자박물관에서 참가자들이 도자기 만들기에 한창이다. 사진/ 민다엽 기자
나만의 도자기를 만들기 위한 신중한 손놀림. 사진/ 민다엽 기자
라면 그릇를 만들고 있다는 어린 참가자. 사진/ 민다엽 기자

 

환경을 생각하는 미래 세대가 되도록

바닷가에 버려진 담배나 스티로폼 같은 작은 쓰레기들은 하얀색이라서 우리 눈에 잘 보이지 않아요. 이것들이 바다로 흘러가서 미세 플라스틱이 되는 겁니다. 실제로 2018년에 부안 앞바다에서 잡힌 물고기 배 속에는 500ml 크기의 생수병이 나온 적이 있어요. 심해에서 살아가는 물고기인데, 이 페트병을 먹이로 알고 먹었을 정도면 얼마나 많은 쓰레기가 바닷속에 있다는 걸까요. 사람이 버린 이 쓰레기로 인해 함께 살아가는 소중한 생물들이 아파하지 않도록 우리의 노력과 관심이 많이 필요할 거예요.”

고사포 해변에서 해양쓰레기의 심각성에 대해 설명 중이다. 사진/ 민다엽 기자
해변가의 쓰레기를 줍고 있는 참가자들. 사진/ 민다엽 기자
부모와 아이 모두에게 좋은 영향력을 주는 활동이다. 사진/ 민다엽 기자

변산반도국립공원의 서주현 자연환경해설사는 아이들에게 사진 한 장을 보여주며 해양 쓰레기에 대한 심각성을 강조했다. 이 말을 들은 아이들은 굳은 표정으로, 집게를 들고 고사포 해변의 쓰레기를 줍기 시작한다. 부모의 손을 잡고 작은 쓰레기 하나하나 정성스럽게 봉투에 주워 담더니, 이내 쓰레기가 한 더미로 모인다. 부모는 대견하다는 듯 그 모습을 바라보고 아이들의 얼굴에는 뿌듯함이 가득하다.

서주현 해설사는 학교 안에서만 환경 교육을 배우면 사실 크게 와 닿지 않죠. 이렇게 직접 바닷가에 나와, 실제로 쓰레기가 얼마나 많은지 눈으로 보고 몸으로 느껴봐야 얼마나 심각한지 느끼거든요. 이제 아이들이 집으로 돌아가게 된다면, 일상생활 속에서 조금이라도 더 이 순간을 기억하지 않을까요? 환경을 생각하는 그런 미래 세대가 될 수 있도록 우리 어른들의 관심과 활동, 책임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덧붙였다.

서주현 변산반도국립공원 자연환경해설사. 사진/ 민다엽 기자

변산반도국립공원은 이번 생태관광 시범 운영을 통해, 변산반도의 자연 자원 및 지역 네트워크를 활용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내년부터는 본격적으로 프로그램을 확대해 장기적인 프로젝트로 진행해 나갈 예정이다. 탐방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국립공원 홈페이지에서 탐방 프로그램 예약-변산반도에서 확인할 수 있다.

 

황금빛으로 물드는 변산반도국립공원의 노을. 사진/ 민다엽 기자

INFO

변산반도 국립공원 탐방안내소

주소 전북 부안군 변산면 채석강길 22-19

운영시간 10:00~ 17:00. 매주 월요일 휴관

문의 063-581-7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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