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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문학·예술·철학이 깃든 '안목 있는 양구 인문학여행'
문학·예술·철학이 깃든 '안목 있는 양구 인문학여행'
  • 권선근 여행작가
  • 승인 2023.04.13 09: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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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한국적인 화가로 일컬어지는 박수근의 작품을 볼 수 있는 양구군립박수근미술관. 사진/ 이해열 기자

[여행스케치=양구] 국토 정중앙 양구가 인문학 감수성 충만한 관광명소로 주목받고 있다. 지역 특성을 잘 살린 다양한 박물관과 미술관이 온 가족 감성여행을 체험하게 한다. 봄이 무르익은 국토 정중앙, 양구에 가면 사유의 폭을 넓혀주고 문화의 향기를 진하게 느낄 수 있는 공간을 더러 만날 수 있다.

그중 특히 눈길을 끄는 곳은 시와 철학을 담은 사색의 공간 양구인문학박물관(이하 인문학박물관)’, 가장 한국적인 화가로 일컬어지는 박수근의 예술세계를 만나는 양구군립박수근미술관(이하 박수근미술관)’, 양구의 백자생산역사 600년을 볼 수 있는 양구백자박물관(이하 백자박물관)’이다.

미술관의 풍경을 만드는 박수근 화백의 작품들. 사진/ 이해열 기자
박수근미술관으로 향하는 길목에서 만나는 박 화백의 동상. 사진/ 이해열 기자

가장 한국적인 화가와의 조우, 박수근미술관

장 프랑수아 밀레의 그림 만종을 보고 화가의 꿈을 꾼 열두 살의 박수근. 그는 가난했던 탓에 미술교육을 받지는 못했으나 나뭇가지를 태워 만든 목탄을 가지고 산과 들로 다니며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다. 18살에 조선미술전람회에 입선해 재능을 인정받고 가장 한국적인 화가로 널리 알려진다, 박수근의 미술관은 그의 생가 터인 양구읍 정림리마을에 세워졌다. 박 화백의 그림에서 주로 보이는 색감과 질감을 적절히 표현하기 위해 짙은 화강석을 켜켜이 쌓아 지었다.

박수근미술관은 아름다운 건축물, 자연과 어우러진 산책로와 전시 작품들이 어우러져 날씨가 좋으면 좋은 대로, 비가 오면 또 운치 있는 산책하기 좋은 미술관 풍경을 만든다. 미술관 관람의 첫 코스인 박수근기념전시관에서는 박수근 화백의 삶과 예술, 안경과 연적 등 유품들을 만날 수 있다.

기념전시관을 둘러보고 2층으로 올라가면 박수근 화백이 펼치던 소박한 작품세계를 나타내기 위해 주변 산세와 어우러지는 건축물로 지은 박수근 파빌리온으로 이어지는 길이 나온다. 박수근 화백이 살았던 창신동의 판자촌을 본떠 만들었는데, 특히 주변 풍경이 아름답고 여백의 미를 살린 공간미술의 감각이 느껴지는 장소다.

라키비움, 짙은 화강석을 켜켜이 쌓아 박 화백의 그림세계를 표현했다. 사진/ 이해열 기자
라키비움에서는 박 화백의 작품을 다양한 형태로 만나 볼 수 있다. 사진/ 이해열 기자

박수근 라키비움은 도서관과 기록관, 전시관의 기능을 갖춘 실감형 콘텐츠 체험존이다. 박수근미술관의 소장품과 작품설명을 터치스크린으로 검색해 볼 수 있는 아카이브, 40여 점의 작품을 전시장 3면에 재구성 맵핑해 작품 철학과 독보적인 기법을 감상할 수 있는 프로젝트 맵핑, 다양한 작품을 3D 입체영상과 AR 인터렉티브로 표현한 미디어아트도 흥미롭다. 이와 더불어 빨래터라는 작품을 배경으로 시간의 변이를 스토리텔링하고 관람객과 상호작용해 작품에 빠져들게 하는 증강현실은 과거와 현재의 만남을 도모한다.

현대미술관은 독특한 건축양식으로 눈길을 끄는데 박수근미술상 수상작가전 등 다양한 전시회가 열린다. 2004년 미술관을 방문한 갤러리 현대 박명자 회장이 이중섭, 김환기, 장욱진, 천경자 등 박 화백과 동시대 작가 작품 55점을 기증하면서 현대미술관이 문을 열게 되었다.

예술과 첨단 기술이 함께 녹아있는 어린이미술관. 사진/ 이해열 기자
어린이미술관 전경. 사진/ 이해열 기자

어린이미술관은 박 화백의 작품세계를 어린이들이 보다 쉽게 이해하고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는 창의적인 문화공간이다. 예술과 첨단 기술이 함께 녹아있는 곳으로 박 화백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친근하게 접할 수 있다.

박 화백의 작품을 샌드아트로 직접 그려보는 등 어린이들의 오감을 자극하는 체험공간 역시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다. 기념전시관에서 파빌리온으로 이어지는 지름길이자 야외 마당은 아내를 만난 장소인 빨래터의 흔적이 남아 있는 곳이다. 리움관장인 홍라희 씨가 자작나무를 기증해 박수근미술관을 상장하는 또 하나의 장소로 만들어졌다.

INFO 박수근미술관

주소 강원 양구군 양구읍 박수근로 265-15

운영시간 10:00~18:00, 월요일 휴무

문의 033-480-7226

인문학박물관 2관에는 소장품을 전시하고 있다. 사진/ 이해열 기자
 김형석 선생의 서재 모습. 사진/ 이해열 기자

시와 철학이 숨 쉬는 공간, 인문학박물관

한국 철학의 거장 안병욱·김형석의 사상과 양구 출신 이해인 수녀의 문학정신을 더해 문을 연 사색의 공간이다. 인문학박물관은 단정하고 아담한 두 개의 건물에 1관과 2관으로 나누어져 있다. 1관은 ()가 있는 공간으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10인의 시인들을 만나는 공간이다.

동시대를 살며 함께 고뇌했던 백석, 조지훈, 김영랑, 윤동주, 정지용, 박두진, 김소월, 서정주, 한용운, 박목월 등 한국 대표시인의 면면을 만나며 시인의 기상과 정서를 오롯이 느낄 수 있다. 당시 출판되었던 잡지와 시집 등 풍부한 교육자료를 통해 한국문학의 이해를 높일 수 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10인의 시인들을 만나는 ‘시가 있는 공간’. 사진/ 이해열 기자
양구인문학박물관 1관 전경. 사진/ 이해열 기자

또 시인들의 작품을 들을 수 있는 시청각자료를 통해 좀 더 생생하게 시와 시인들을 만나볼 수 있다. 헤드셋을 통해 작품을 감상하다 보면 어느새 힐링되는 느낌이다. 좋아하는 시도 지으며 남기고 싶은 메시지를 적을 수 있는 이야기 나무는 여행의 추억을 오래 간직하게 한다.

2관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철학자 안병욱 선생과 김형석 선생의 발자취를 따라가 볼 수 있는 공간이다. 젊은 시절부터 끈끈한 우정을 나눴던 두 사람 모두 평안남도 출생인데 북녘이 가까운 양구가 제2의 고향인 셈이다. 먼저 작고한 안병욱 선생 부부와 김형석 선생의 부인이 인문학박물관 옆에 잠들어 있다.

2관의 1층에서는 안병욱 선생의 생전 서재 모습과 대표 저서, 2층에서는 김형석 선생의 서재 모습과 사용했던 도구 등을 볼 수 있다. 두 노교수가 집필한 수많은 철학서를 통해 우리의 정신세계를 일깨우기 위해 얼마나 큰 노력을 했는지 실감하게 된다.

INFO 양구인문학박물관

주소 강원 양구군 양구읍 파로호로869번길 101

운영시간 10:00~18:00, 월요일 휴무

문의 033-482-9800

양구백자박물관의 개방형 수장고. 사진/ 이해열 기자
양구 도자기의 역사를 살펴볼 수 있는 백자박물관. 사진/ 이해열 기자

양구 백토가 빚어낸 예술을 만나다, 백자박물관

고려 시대부터 도자기 생산지로서 주목을 받았던 양구의 백자는 그 자태만큼이나 고고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양구 백자의 600년 역사를 보여주는 백자박물관 약 2,080규모의 전시실에서는 양구 백자 박물관의 소장품과 더불어 도칠, 갑발 등의 요도구도 둘러볼 수 있다. 올해 7월에 새로 개관한 도자문화역사실은 크게 세 개의 공간으로 분리되어 있다.

첫 번째 공간은 개방형 수장고로 기존의 폐쇄적인 구조에서 벗어나 수장고의 일부를 전시하고 있다. 덕분에 직접 수장고에 들어가 소장품을 둘러보고 창문을 통해 내부를 들여다보는 등 한 발짝 더 가까이에서 백자의 아름다움을 만날 수 있다. 현대 백자실은 박물관에서 치러진 행사를 통해 기증된 양구 백토로 만든 작품을 전시 중이다. 이곳에서는 호주의 도예가인 스티브 해리슨의 작품도 만날 수 있다. 우리나라의 흙으로 한국의 전통 자기인 백자를 만들어낸 외국 도예가의 작품이 호기심을 솟아나게 한다.

양구 백토로 만들어 고고한 자태를 뽐내는 양구백자. 사진/ 이해열 기자
양구 백토와 양구 백자 연구에 흠뻑 빠진 정두섭 관장. 사진/ 이해열 기자

양구 백토 천 개의 빛이 되다라는 말로 표현되는 도자역사 문화실은 양구 백토를 우리나라 1,000명의 도예가에게 제공하고 작품을 기증받아 전시하고 있다. 신구세대가 표현한 다양한 감각의 작품이 눈 길을 끈다. 360°로 펼쳐진 파노라마식의 대형 스크린이 4면의 공간이 한 면으로 보이게 하는 마법을 보여주는 영상실도 빼놓을 수 없는 구경거리다.

스크린으로 양구백자를 표현한 영상물을 보다 보면 화면을 보는 것이 아니라 화면 속 공간에 내가 존재하는 듯한 황홀경이 펼쳐진다. 이곳에서는 직접 백토를 주무르고 물레를 돌려 모양을 만들고 초벌 후 그림을 그려가며 자유롭게 작품을 만드는 것까지 다양한 체험이 가능하다.

INFO 양구백자박물관

주소 강원 양구군 방산면 평화로 5182

운영시간 09:00~18:00, 월요일 휴무

문의 033-48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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