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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수산물 따라가는 전남여행] 갯벌 성분 먹고 자란 탱글탱글한 해남 뻘전복
[수산물 따라가는 전남여행] 갯벌 성분 먹고 자란 탱글탱글한 해남 뻘전복
  • 박상대 기자
  • 승인 2023.06.16 09: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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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부터 초여름까지 살이 오르는 전복으로 여름철 건강한 밥상을 즐겨보자. 사진 / 박상대 기자
4월부터 초여름까지 살이 오르는 전복으로 여름철 건강한 밥상을 즐겨보자. 사진 / 박상대 기자

[여행스케치=해남] 완도와 해남, 진도와 신안 앞바다에는 전복양식장이 많이 있다. 해안선을 따라 완도 동부길이나 서부길, 해남 땅끝마을 쪽으로 달리다 보면 전복양식장과 전복 먹이인 해조류 양식장들이 바다를 덮고 있다.

생전복을 칼도 대지 말고 먹어본 적 있는가
전남지역 항구도시에는 전복요리를 판매하는 음식점이 많이 있다. 4월부터 초여름까지 전복이 가장 살이 많이 오른다고 한다. 산란기를 지내는 것이다.

전복양식장을 힐끗힐끗 바라보며 달려가는데 입안에선 군침이 돈다. 싱싱한 전복회를 참기름에 살짝 찍어서 먹으면 오돌오돌 씹히는 맛이 그만이다. 입안에 전복향이 가득 차고 입가엔 미소가 번진다.

전복은 낮에는 빛이 들지 않는 곳에 숨어 지내는 습성을 지니고 있다. 전복집을 셀타라고 한다. 사진 / 박상대 기자
전복은 낮에는 빛이 들지 않는 곳에 숨어 지내는 습성을 지니고 있다. 전복집을 셀타라고 한다. 사진 / 박상대 기자
치패는 양식장 한 칸에 처음엔 3,000마리가 들어간다. 이후 전복의 성장에 따라 밀도를 낮추기 위해 해마다 한 차례씩 분가 작업을 한다. 사진 / 박상대 기자
치패는 양식장 한 칸에 처음엔 3,000마리가 들어간다. 이후 전복의 성장에 따라 밀도를 낮추기 위해 해마다 한 차례씩 분가 작업을 한다. 사진 / 박상대 기자

몇 해 전 땅끝마을 앞 어느 양식장에서 사장님이 전복 한 마리를 잡아 솔로 쓱싹쓱싹 문지르더니 숟가락으로 살을 떼어내서 입으로 깨물어 먹으면서 하나를 권했다.

깊은 산에서 산삼 한 뿌리 캐먹은 것보다 나을 거요.”

과연 엄청난 에너지를 흡입하는 기분이었고, 오랫동안 잊지 못한 추억이다. 앞니가 튼튼하던 시절 일이었으니 다시 그런 호사를 누릴 기회는 영영 오지 않을 것이다.

완도읍내에는 수십 개 전복요리 전문점이 있고, 땅끝마을 인근에도 전복요리를 파는 횟집이 몇 집 있다. 완도 사람들은 바다 밑에 맥반석이 깔려 있어 완도 전복이 더 맛이 좋다고 하고, 해남 사람들은 바다 밑에 갯벌이 깔려 있어 풍부한 영양소를 더 많이 함유하고 있다고 말한다. 전복을 먹는 사람이야 그걸 어찌 알며, 누가 바닷물을 따지면서 먹겠는가? 여행객은 전복요리를 맛있게 해주는 집으로 발길을 옮겨놓는다.

전복 양식장에서 나온 전복은 모두 청색 선이 보인다. 사진 / 박상대 기자
전복 양식장에서 나온 전복은 모두 청색 선이 보인다. 사진 / 박상대 기자

처갓집 온 사위한테 꼭 먹이는 전복요리
전복은 고대시대부터 바닷가 사람들의 양식 가운데 하나였다. <자산어보><제주풍토기>에는 전복 이야기가 자세히 실려 있다. 조선시대에는 임금에게 진상하는 대표적인 수산물이었는데 몸에 좋다는 소문 때문에 임금에게 가는 양보다 탐관오리들한테 수탈당한 전복이 훨씬 많았다고 한다. 살은 살대로 내장은 내장대로 요리해서 먹고, 껍질도 삶아서 국물을 먹고, 나중에 껍질을 따로 모아서 공예품을 만들 때 무늬를 내기 위해 사용했다.

어쩌다 전복에서 진주가 나오면 그런 횡재가 없었다. 오죽했으면 전복을 일러 바다의 진주’, ‘조개의 황제라 불렀겠는가.

전복은 단백질, 아미노산, 무기질, 비타민, 타우린 등 여러 가지 인체에 좋은 영양소를 함유하고 있다. 그래서 뼈를 튼튼하게 하고, 혈액순환에도 도움을 준다고 한다. 며느리가 아기를 낳으면 전복 미역국을 끓여 주었다. 간 기능과 혈압 조절에 도움을 주는 건강식품으로 알려진 덕분이다.

남도 횟집에선 회가 나오기 전에 초다짐거리를 풍족하게 내온다. 그렇다고 회가 부실하진 않다. 사진 / 박상대 기자
남도 횟집에선 회가 나오기 전에 초다짐거리를 풍족하게 내온다. 그렇다고 회가 부실하진 않다. 사진 / 박상대 기자
생전복은 솔로 씻은 후 회를 치거나 다른 음식을 만들어 먹는다. 사진 / 박상대 기자
생전복은 솔로 씻은 후 회를 치거나 다른 음식을 만들어 먹는다. 사진 / 박상대 기자

도시에 사는 사위가 처갓집에 오면 이곳 사람들은 전복요리를 만들어 먹였다. 전복회는 물론 전복죽과 전복찜을 만들고, 방문 며칠 전에 전복장 조림을 만들어 놓았다. 마당 좀 넓은 집에선 전복젓갈을 담았다가 여름철에 영감님이 입맛이 없다고 하면 전복젓갈을 밥상에 올렸다.

전복은 원기회복에 효험이 있는 타우린 성분을 함유하고 있다. 오래전, 남도 포구에서 전복요리를 먹는데 음식점 주인이 남자 혼자 여행하면서 전복을 많이 잡수면 저녁에 잠 못 잘 것인디.”하고 농담을 던졌다.

어촌 남자들은 강장식품을 따질 때면, 전복이 낫다는 사람과 장어가 낫다는 사람으로 갈린다. 그런데 이런 이야기를 할 때마다 사내들은 모두 너털웃음을 흘린다. ‘맛있게 먹으면 다 좋아!’

전복은 눈 건강개선, 면역력 증진 등 몸에 좋은 여러 가지 성분을 함유하고 있다는 주장이 쏟아져 나왔다.

전복은 삼복더위를 이겨낼 때 좋은 식품이다. 사진 / 박상대 기자
전복은 삼복더위를 이겨낼 때 좋은 식품이다. 사진 / 박상대 기자

싱싱한 전복 익혀서 먹어야 더 좋아
전복으로 만들어 먹는 요리는 다양하다. 생전복을 칼로 썰어서 만든 전복회, 야채와 식초와 고추장을 넣어 만든 전복물회, 버터를 발라서 구운 전복구이, 솥에 넣고 스팀으로 익힌 전복찜, 살점과 내장에다 쌀을 넣어 끓인 전복죽이 일반적이다.

이미 있던 요리에 전복을 추가하여 전복요리가 된 것은 전복미역국, 전복수제비, 전복파스타, 전복삼계탕, 전복갈비탕 등 다양하다. 이들은 전복 하나만 넣어도 맨 앞에 전복을 붙여서 판다. 그것이 전복의 힘이다.

전복의 변신이라 부르는 전복장조림은 전복장이나 전복장아찌라고 부르기도 한다. 풋고추를 잘게 썰어서 전복 내장과 섞어 만든 전복젓갈이 있다. 전복젓갈은 여름철 입맛을 살리고 원기를 회복시켜주는 일등 반찬이라고 한다.

전복은 싱싱한 것을 먹어야 한다. 특히 전복회는 살아 있는 전복을 가지고 만들어야 한다. 수도권에 있는 횟집에서도 살아 있는 전복을 수족관에 넣어두고 필요할 때 조리해서 상에 올린다. 전남 바닷가 마을에서 수도권까지 택배로 시켜 먹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 이때 주의할 사항은 살아 있는 싱싱한 전복을 회 쳐서 먹는 것은 상관없는데 죽어 있는 전복은 회로 먹지 말라는 것이다.

전복장조림은 숟가락으로 살점을 분리하면 편하다. 사진 / 박상대 기자
전복장조림은 숟가락으로 살점을 분리하면 편하다. 사진 / 박상대 기자
전복요리 전문점 식탁에 함께 올라오는 해삼, 참소라, 멍게. 사진 / 박상대 기자
전복요리 전문점 식탁에 함께 올라오는 해삼, 참소라, 멍게. 사진 / 박상대 기자

전복은 익혀서 먹는 것이 좋다. 특히 여름에는 완전히 익혀서 먹거나 데쳐서 먹는 것이 좋다. 아무리 몸에 좋은 음식도 너무 많이 먹으면 손해 본다는 말이 있다. 전복도 영양소가 많이 들어 있지만 과식하지 않는 것이 좋다.

전복은 미역과 다시마를 먹고 산다
전복은 주로 미역과 다시마를 먹고 산다. 그래서 전복 양식장에는 미역과 다시마 양식장이 같이 있다. 사람이 그냥 먹어도 몸에 좋은 먹이를 먹고 자란다.

전복의 내장은 먹어야 하나 버려야 하나? 묻는 사람들이 있다. 특히 여성들은 혐오스럽게 생각한다. 내장은 먹는 것이 좋다. 좀 더 심하게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전복 먹을 때 내장 안 먹으면 헛일이여!” 한다. 전복 내장은 당장 안 먹어도 전복죽을 만들 때 사용하거나 전복젓갈을 만들어 먹으면 별미를 맛볼 수 있다.

전복은 암수가 다른데 내장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암컷은 푸른색을 띠며 육질이 부드럽다. 구이나 죽을 만들어 먹으면 좋다. 수컷은 노랑색을 띠며 육질이 단단하다. 회나 물회를 만들어 먹으면 좋다.

자연산 전복과 양식장 전복은 다르다. 그러나 아마추어들은 구별하기가 쉽지 않다. 자연산은 내가 잡은 것이 아니면 믿기 어렵다. 어린 전복, 즉 치패를 바다에 뿌려서 양식하는 경우도 양식 전복이라고 하기 때문이다.

꽃전복구이는 버터를 발라서 굽는다. 따뜻할 때 먹어야 더 고소하다. 사진 / 박상대 기자
꽃전복구이는 버터를 발라서 굽는다. 따뜻할 때 먹어야 더 고소하다. 사진 / 박상대 기자
살점과 내장, 쌀을 섞어 끓여내는 전복죽도 별미다. 사진 / 박상대 기자
살점과 내장, 쌀을 섞어 끓여내는 전복죽도 별미다. 사진 / 박상대 기자

전복은 어린 치패를 육상 양식장에서 6개월 남짓 기른 후 바다에서 기른다. 3~5cm 크기일 때 바다에 있는 셀타(전복 아파트)로 옮긴다. 이곳 바다 양식장에서 16개월 이상 다시마와 미역 등 먹이를 먹고 자란 후 팔려나간다. 너무 촘촘하게 밀식으로 양식장을 운영하면 2년 이내에 내다 팔고, 공간이 좀 여유 있는 양식장에선 26개월 이상 4년까지 기른 후 판매한다. 오래 기른 전복이 많은 먹이를 먹고 주인의 정성을 많이 받은 탓에 훨씬 비싸다.

어린 전복을 일찍 출하하는 어민들은 전복의 부드러운 맛을 강조하고, 더 큰 전복을 판매하는 어민들은 쫀득하고 찰진 맛을 자랑한다. 식도락가들은 대개 큰 것을 선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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