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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직접 체험하는 '전쟁'과 '평화'
직접 체험하는 '전쟁'과 '평화'
  • 김샛별 기자
  • 승인 2017.01.12 15: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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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곡호국평화기념관, 55일 간의 생생한 전투 기록과 추모 현장
칠곡호국평화기념관 전경 및 기념 조각상. 사진 / 김샛별 기자

[여행스케치=칠곡] 수려한 낙동강 물줄기가 흘러 라이더들의 사랑을 받는 칠곡은 불과 60여 년전만 해도 전쟁의 상처가 깊게 패인 곳이었다. 유일한 분단국가인 우리나라는 종전국가가 아닌 휴전국가.

그러나 분명히 해야 하는 것은 적대심을 키우는 것이 아니라 전쟁이 얼마나 쓰라린 아픔이었는지 기억하고 전쟁 속에서 죽음을 맞이한 이들을 추모하며 평화의 중요성을 느끼는 일일 것이다.

칠곡호국평화기념관 내부 전시실. 사진 제공 / 칠곡호국평화기념관
전시실 입구의 타임터널. 사진 / 김샛별 기자

역사의 강물을 거슬러 올라가다

햇살을 받아 은빛으로 반짝이는 낙동강만이 전쟁의 기억을 품고 있는 것은 아니다.

아직 전후세대는 전쟁의 끔찍함을 똑똑히 기억한다. 요즘 세대들에게는 전쟁이 막연하고 낯선 역사의 한 페이지에 불과한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한 페이지가 오늘날의 대한민국을 있게 했다.

칠곡호국평화기념관은 역사의 강물을 거슬러 올라가는 것부터 시작한다. 전시관 입구는 10년 단위로 굵직굵직 했던 사회적 사건들이 정리되어 있는 타임터널.

이미 대한민국의 영토 중 90%가 인민군(북한군) 수중으로 넘어가 낙동강 남안만이 남았던 1950년대의 칠곡으로 우리를 데려간다.

너무 무겁고 진지한 분위기는 아니다. 칠곡호국평화기념관은 실감나는 전시와 다채로운 체험을 통해 전쟁 상황을 체감해볼 수 있도록 갖춰놓았다.

50년대 전쟁의 흔적을 재현해놓은 전시실 내부. 사진 / 김샛별 기자

군복 입고 철모 쓰고 전쟁의 포화 속으로

구멍 난 철모와 총탄이 있는 로비를 지나면 포탄을 맞아 뻥 뚫린 벽과 부서진 간판이 시선을 잡아끈다. 한쪽 벽엔 군복들이 걸려 있다.

최우림 학예연구사는 "전투체험관은 직접 군복을 입고 철모를 쓰고 전쟁에 대한 체험을 해볼 수 있어 이곳을 찾는 아이들에게 가장 인기가 높은 곳"이라며 "50년대 칠곡의 풍경을 실감나게 재현해놓았다"고 설명한다.

그의 말대로 전쟁을 겪어 그을음이 인 건물, 50년대식 건물과 간판들이 과거를 연상시킨다.

다양한 놀이체험 시설이 가득하다. 사진 / 김샛별 기자

그때 그 시절의 풍경 때문에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은 아닐 터. 전쟁과 관련한 내용을 직접 체험해볼 수 있는 다양한 게임이 준비되어 있다. 전쟁에서 작전지도는 작전수행의 필수품! 퍼즐로 작전 지도를 맞춰보고, 미로를 탈출하는 등 미니게임을 할 수 있는 코너가 아이들을 반긴다.

고난도 게임도 있다. 게임 화면을 보며 날아오는 수류탄을 피하기 위해 발판을 눌러 고지를 사수하는 게임, 커다란 스크린 영상을 보며 여섯 명이 함께 할 수 있는 총기 시뮬레이션 게임은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두에게 인기만점이다.

전쟁 당시 탄약과 구호품을 공급했던 지게를 직접 짊어보거나 6.25전쟁 당시를 재현한 경계초소, 모형 탱크에 올라가볼 수도 있다.

55일 간의 낙동강방어선 전투 기록을 영상을 통해 실감나게 보여준다. 사진 / 김샛별 기자

55일간의 기록과 추모

전쟁의 기록과 추모의 공간이 있는 1층 호국전시관에는 6.25전쟁 중에서도 특히 칠곡에서 벌어졌던 55일간의 낙동강방어선전투를 당시의 영상과 유물로 설명해준다.

실제 6.25전쟁에서 국군이 포함된 유엔군과 인민군·공산진영에서 사용했던 총기류가 눈길을 끈다. 한 쪽엔 녹이 슨 탄피, 탄약통, 수류탄, 대검 등이 전시되어 있다. 칠곡에서 발굴된 것들이다.

호국전시관 한가운데는 대한민국 영토를 본따 만든 지형물과 스크린이 있다. 관람객을 인지하면 자동으로 영상이 재생된다. 화면에서는 치열했던 왜관전투와 다부동전투가 펼쳐지고 동시에 엎치락뒤치락 전투에 따라 변하던 낙동강방어선과 싸움의 과정이 토지 표면에 정밀하게 그려진다.

관람객이 다가가면 조명이 바뀌며 음성이 재생된다. 사진 / 김샛별 기자

기둥벽 옆엔 참전용사들의 이름이 붙은 전화기가 있다. 아이들이 몰랐던 그 시절을 생생하게 듣고 느껴볼 수 있도록 마련된 녹취록이다. 그 중 이선우 제1사단 15연대 용사는 "인민군도 그저 어린 소년병에 불과했던 전투"였다고 회상한다.

그의 말을 토대로 뒤편엔 다리에 쇠말뚝이 묶여 있는 인민군 기관총사수 마네킹이 복원되어 있다. 관람객이 가까이 가면 전투 장면이 재현된다. 총검이 부딪치고, 비명이 가득한 아비규환 속에서 '쏘지 말라'며 울먹이는 어린 소년의 목소리가 재생된다. 6.25전쟁은 우리 민족의 가장 아픈 기억이자 상처이며 모두가 피해자인 역사임을 실감케한다.

55개의 촛불이 밝혀져 있는 추모의 공간. 사진 제공 / 칠곡호국평화기념관

기념관 끝에는 추모의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오늘날 우리가 있을 수 있었던 것은 자유와 평화를 수호하기 위해 목숨 바친 이들의 희생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걸 잊지 말자는 뜻에서다. 55일간의 전투 하루하루를 뜻하는 55개의 촛불 앞에서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고 가슴 깊은 추모를 표하며 잠시 묵념을.

호국의 다리(왜관철교) 근처엔 메모리얼 파크도 조성되어 있다. 사진 / 김샛별 기자

호국의 다리와 메모리얼 파크까지
칠곡호국평화기념관 4층 전망대에서는 전쟁의 폐허와 아픔을 극복한 오늘의 칠곡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유유히 흐르는 낙동강과 칠곡보, 왜관철교를 함께 볼 수 있다.

이곳엔 55m 높이의 대형 태극기가 있다. 55일간의 대혈전 끝에 승리를 쟁취하고 대한민국을 수호한 것을 기리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자고산 등산로와도 이어진다. 완만한 자고산은 아기자기한 숲길과 낙동강, 왜관읍의 풍경을 보기 좋은 코스.

둘레길도 마련되어 있다. 칠곡호국평화기념관 건너편에 조성된 관호산성 둘레길 1코스는 1.8km로 산책하기 좋다. 칠곡보 생태공원을 지나 과거 사진 속에서 보았던 왜관철교를 실제로 볼 수 있다. 낙동강 전투로 인민군의 남하를 막기 위해 미군의 손에 폭파되었던 총 길이 469m의 인도교는 1993년 복구되면서 낙동강 전투를 기리기 위해 '호국의 다리'라 불리게 되었다.

호국의 다리 일대엔 곧 낙동강 역사너울길 조성도 완료될 예정이다. '아픔의 길목', '폭탄 벤치', '분단의 조형물' 등 전쟁을 테마로 한 조형물들이 걷는 즐거움을 더할 예정이다.

Info 칠곡호국평화기념관
관람시간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11월~2월은 오후 5시까지)
입장료 성인 3000원, 중·고등학생·군인 2000원, 초등학생 1000원
주소 경북 칠곡군 석적읍 강변대로 1580
문의 054-979-55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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