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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8월호
도시를 돌아보니 아무것도 없네요
도시를 돌아보니 아무것도 없네요
  • 박상대
  • 승인 2014.10.05 13: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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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강원] 여기는 강원도 어느 두메산골입니다. 모처럼 혼자 서울을 떠나 한적한 계곡에 앉아 있습니다. 흐르는 물속을 물끄러미 들여다보다가 하얀 새털구름을 발견했습니다. 하늘이 계곡물에 잠겨 있는 아름다운 풍경을 바라본 게 얼마 만인지···.

사실은 이른 아침에 잠에서 깰 때부터 기분이 야릇 했습니다. 펜션 이웃집에서 들려오는 닭 울음소리 때문에 깨어났거든요. 푸드덕푸드덕 꼬끼오~ 꼬끼오~ 반복해서 울어대는 닭 울음소리를 들으며 그대를 생각했습니다. 아니, 바로 전날 도시에 머물렀던 나를 생각했는지도 모릅니다.

전화기에서 울리는 알람 소리에 맞춰 눈을 비비고 일어난 그대. 그대는 얼굴을 찌푸리며 수면 시간의 부족과 피로가 누적된 몸뚱이를 확인하다가 머리카락을 쥐어뜯고, 전화기를 열어 하루 일정을 확인할 겁니다. 빡빡하게 잡혀 있는 스케줄을 보며 출근을 하고, 여러 사람을 만나겠지요.

언제나 나를 도와주는 고마운 사람만 만나게 되던가요? 만나는 순간부터 눈치작전과 두뇌 싸움을 벌이고, 시간과 실용, 신뢰와 배신, 계약과 매출, 수익과 실적 따위 수많은 단어를 입안에 굴리며 하루를 보내고 있을 겁니다.

잠시 그대의 지친 육신과 영혼에 휴식을 주세요. 도시에선 24시간을 송두리째 지배하던 그 많은 낱말이 두메산골에선 아무것도 아닙니다. 아니, 생명줄을 갉아 먹는 벌레 같은 것임을 확인하게 될 겁니다. 아등바등 끊임없이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그대의 심신에 충분한 재충전의 기회를 주고 싶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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