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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월드 트래블] 순박한 히말리안이 사는 특별한 인도 시킴주 강도크 트래킹
[월드 트래블] 순박한 히말리안이 사는 특별한 인도 시킴주 강도크 트래킹
  • 홍성범 여행작가
  • 승인 2024.03.18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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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북동부 히말라야의 언덕에 자리 잡은 시킴의 주도 강도크를 소개한다. 사진 / 홍성범 여행작가
인도 북동부 히말라야의 언덕에 자리 잡은 시킴의 주도 강도크를 소개한다. 사진 / 홍성범 여행작가

[여행스케치=인도] 인도 북동부 히말라야의 가파른 언덕에 자리 잡은 그림 같은 도시 시킴(Sikkim), 그중에서도 시킴의 주도인 강도크(Gangtok)는 웅장한 칸첸중가산을 끼고 있는 오지 중 오지다. 만년설이 뒤덮인 그림 같은 산봉우리와 절벽 위에 아슬아슬하게 걸려있는 산악 마을, 인도인 듯 인도 같지 않은 독특한 문화로 모험가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인도는 나라라기보다는 대륙이다. 땅덩어리도 크고 인구도 많다. 현재 인구만 143천만 명, 중국을 제치고 세계 1위다. 그만큼 다양한 인종과 문화, 종교가 공존하는 곳이다. 그렇기 때문에 인도만큼 여행자에게 호불호가 큰 곳도 드물다. 흔히 개인 여행의 끝판왕이라고도 불리는 까닭이다. 그런 인도에서도 별도의 허가증이 있어야만 갈 수 있는 특별한 지역이 있으니, 북동쪽에 있는 인도에서 가장 작은 주 시킴이다.

인도의 국부 마하트마 간디의 동상. 인도의 주요 도시에서 자주 볼 수 있다. 사진 / 홍성범 여행작가
인도의 국부 마하트마 간디의 동상. 인도의 주요 도시에서 자주 볼 수 있다. 사진 / 홍성범 여행작가
강도크 방문 인증샷으로 유명한 'I love Gangtok' Sign. 사진 / 홍성범 여행작가
강도크 방문 인증샷으로 유명한 'I love Gangtok' Sign. 사진 / 홍성범 여행작가

멀고 험난한 약속의 땅으로
시킴주를 가기 위해서는 랑포 검문소를 지나야 한다. 검문소는 결코 형식적이지 않다. 까다롭게 검사하고 퍼밋(체류허가증)을 내어 주는데, 관내 어느 곳에서나 어김없이 이 허가증을 요구한다. 같은 인도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나라 국경을 통과할 때처럼 엄격한 검문을 통해 체류 기간이 명기된 별도의 퍼밋을 발급받아야만 갈 수 있는 곳이다.

시킴은 티베트 불교에서 약속의 땅으로 언급된 곳이다. 탄트라 불교의 고승 파드마삼바바는 시킴을 숨겨진 보석’, ‘과일과 꽃의 땅이라고 일컬으며 훗날 티베트지역에서 불교가 쇠퇴하고 이곳에서 다시 번창하리라고 예언했었다. 그래서인지 힌두교가 약 58%, 불교 약 28%, 그리스도교 약 10%로 인도의 다른 곳에 비해 불교와 그리스도교가 많은 것이 특징이다.

티베트 사원의 초르텐. 고승의 사리나 불교의 귀중한 유물을 보관하는 불탑으로 신앙의 구심이다. 사진 / 홍성범 여행작가
티베트 사원의 초르텐. 고승의 사리나 불교의 귀중한 유물을 보관하는 불탑으로 신앙의 구심이다. 사진 / 홍성범 여행작가
엔체이 모나스트리에서 승려와 방문객의 대화가 따뜻한 햇볕과 더불어 정겹다. 사진 / 홍성범 여행작가
엔체이 모나스트리에서 승려와 방문객의 대화가 따뜻한 햇볕과 더불어 정겹다. 사진 / 홍성범 여행작가

시킴의 수도 강도크로 가는 길은 지난하다. 인도 델리공항에서 국내선 항공으로 2시간 정도 이동하여 바그도그라 공항에 도착, 다시 택시를 이용하여 실리구리로 간다. 그곳에서 또다시 지프 등을 이용해, 다르질링을 거쳐 강도크로 가는 방법이 보편적이다. 이른 새벽에 델리에서 출발한다고 해도 하루 만에 강도크까지 이동하기에는 시간이 빠듯하다. 연착과 변수가 많은 인도의 도로 사정을 감안하면, 속편하게 12일 일정으로 이동하는 게 좋다.

다양한 민족과 종교가 공존하는 곳
강도크는 1975년 군주제가 폐지될 때까지 독립국인 시킴 왕국의 수도였다가 1976년 인도에 합병되었다. 인구는 2020년 기준 19만 명이며 총면적은 35로 상당히 작은 편이다. 주로 옥수수와 쌀, 콩 등을 거래하며 생계를 이어간다.

티베트 불교 사원의 비구니들. 소원을 비는 양초의 심지를 새로 끼우고 있다. 사진 / 홍성범 여행작가
티베트 불교 사원의 비구니들. 소원을 비는 양초의 심지를 새로 끼우고 있다. 사진 / 홍성범 여행작가
사원에서 만난 부탄 소년. 그는 유창한 영어로 사원 방문을 환영해 주었다. 사진 / 홍성범 여행작가
사원에서 만난 부탄 소년. 그는 유창한 영어로 사원 방문을 환영해 주었다. 사진 / 홍성범 여행작가
힌두교 사원에서 소원을 비는 신도들. 사진 / 홍성범 여행작가
힌두교 사원에서 소원을 비는 신도들. 사진 / 홍성범 여행작가

동쪽으로는 부탄, 서쪽으로는 네팔, 그리고 북쪽으로는 중국 티베트 자치구와 남쪽으로는 방글라데시와 인접해 있다. 따라서 항상 긴장감이 흐르는 곳이기도 하다. 실제로, 시킴 북쪽에 인접한 중국은 한동안 인도의 시킴 병합을 인정하지 않고 국경을 폐쇄하기도 했다. 2003년에 이르러서야 인도의 영토로 인정하고 2006년 국경을 재개방했다.

이러한 역사의 부침 때문에 티베트 난민이나 네팔인들도 많이 거주한다. 여행하는 동안 네팔어가 오히려 일상어라는 느낌이 들었을 정도다. 저녁 식사를 위해 들른 한 식당의 사장도 망명 티베트인이었는데, 1주일 전 이곳 강도크를 방문한 달라이라마에 관해 이야기하며 눈물을 흘리기도. 이처럼 시킴은 인도이면서도 독특한 분위기를 풍긴다.

출라캉 수도원 부지 옆에 특별 관리되고 있는 옛 왕실 사원. 사진 / 홍성범 여행작가
출라캉 수도원 부지 옆에 특별 관리되고 있는 옛 왕실 사원. 사진 / 홍성범 여행작가
시킴주 관문 랑포 검문소. 모든 외국인은 이곳에서 별도의 퍼밋을 발급받아야 한다. 사진 / 홍성범 여행작가
시킴주 관문 랑포 검문소. 모든 외국인은 이곳에서 별도의 퍼밋을 발급받아야 한다. 사진 / 홍성범 여행작가

시킴은 히말라야와 함께 존재한다
강도크는 해발 8,000미터 이상 히말라야 14개 고봉 중 유일하게 인도에 속한 칸첸중가(해발 8,586m)를 가장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곳이다. 칸첸중가는 에베레스트와 K2에 이어 3번째로 높은 봉우리로, ‘다섯 개의 눈으로 덮인 보물을 뜻하는 다섯 개의 봉우리로 이뤄져 있다. 전설에 따르면 보물은 금, , 보석, 곡식, 경전을 뜻한다고 한다.

강도크 어디서든 칸첸중가의 장관을 손쉽게 볼 수 있다. 사실상 도시 전체가 뷰 포인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다양한 각도에서 산을 조망할 수 있다. 그중 가장 전망이 좋은 곳은 타쉬 전망대다. EBC, ABC, 쏘롱라 등 히말라야 지역을 다녀온 필자에게도 새로운 감동으로 다가왔다. 더구나 날씨가 좋아 구름 한 점 없이 깨끗한 칸첸중가를 본 것은 커다란 행운이다.

미로처럼 얽힌 도로를 따라 험준한 산악지역을 개간한 히말라야인들을 만나는 것. 시킴 여행의 매력이다. 사진 / 홍성범 여행작가
미로처럼 얽힌 도로를 따라 험준한 산악지역을 개간한 히말라야인들을 만나는 것. 시킴 여행의 매력이다. 사진 / 홍성범 여행작가
히말라야 칸첸중가봉. 날씨가 좋아 구름 한 점 없이 깨끗한 설산의 전경이 바로 눈앞에서 펼쳐진다. 사진 / 홍성범 여행작가
히말라야 칸첸중가봉. 날씨가 좋아 구름 한 점 없이 깨끗한 설산의 전경이 바로 눈앞에서 펼쳐진다. 사진 / 홍성범 여행작가

무엇보다도 시킴여행의 감동은 산악지역을 개간해 만든 그들의 마을이다. 해발 1,700m 이상 고지대에 건설된 강도크는 언덕꼭대기란 뜻을 가지고 있는데, 대부분 옥수수를 재배하는 넓은 계단식 경사지에 자리 잡고 있다. 골짜기마다 최대한 경사지를 활용해 농사를 짓고 마을을 이루며 살아가는 모습은 신비롭고 애틋하다.

또한 시킴 왕조의 마지막 왕인 초걀 팔덴 톤두프 남걀이 거주하던 궁전과 출라캉 수도원 등 시내에도 볼거리가 많다. 이외에도 불교·힌두교 사원, 티베트 스투파 등도 곳곳에 존재한다. 이처럼 다양한 종교를 도시 한 곳에서 비교할 수 있다는 점이 강도크 여행의 가장 큰 매력. 여행을 더욱 알차게 보내고 싶다면, 주요 관광지 10여 곳을 이동하는 1일 택시 투어를 이용하길 추천한다. 5~6시간 택시를 이용하는 데 드는 비용이 1,500루피 남짓. 우리 돈으로 2~3만 원 정도면 한나절 동안 편하게 여행할 수 있다. 참고로, 강도크의 도로는 일반인이 생각하던 도로가 전혀 아니다. 지형적 특성상 각 산악지역 마을을 곡선으로 이어 일반인은 길을 잃어버리기 십상. 운행하는 택시가 그저 신기하기만 하다.

칸첸중가 뷰포인트로 유명한 타쉬 전망대. 사진 / 홍성범 여행작가
칸첸중가 뷰포인트로 유명한 타쉬 전망대. 사진 / 홍성범 여행작가

더불어, 강도크에는 의외로 먹거리도 많다. 다운타운인 MG마켓을 중심으로 인도 음식은 물론이고 티베트, 네팔, 서양식 등 다양한 음식을 두루 맛볼 수 있다. 심지어 인도인이 경영하는 한국식당도 있다. 몇 조각의 김치만 조금 넣고 버섯이나 채소 등을 듬뿍 넣어 맛을 낸 강도크식 김치찌개는 지친 여행자의 향수를 자극한다.

인도에 대한 편견
사실, 인도를 여행하면서 많은 여행자가 불편을 호소한다. 위생 문제, 릭샤꾼의 바가지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강도크는 도로에 휴지 하나 없을 정도로 깨끗하다. 곳곳에 휴지통이 있고 관계자들이 수시로 청소한다. 인도에서 찾기 힘든 술집도 많아 여행에 지친 피로도 풀기 좋다. 게다가 릭샤꾼의 바가지도 심하지 않다. 인도보다는 서유럽의 어느 도시에 온 느낌이랄까.

강도크의 중심 상업지인 MG마켓. 곳곳에 휴지통이 있고 잘 관리하여 거리가 매우 깨끗하다. 주변에 다양한 상점이 많아 항상 활기차다. 사진 / 홍성범 여행작가
강도크의 중심 상업지인 MG마켓. 곳곳에 휴지통이 있고 잘 관리하여 거리가 매우 깨끗하다. 주변에 다양한 상점이 많아 항상 활기차다. 사진 / 홍성범 여행작가

특히나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건 사람들의 정()과 친절함이다. 가는 여정은 힘들었지만, 절대 후회스럽지 않은 곳, 그곳에는 히말라야의 웅장한 대자연과 험준한 자연을 개척하며 살아가는 순박한 히말리안들이 있다.

Travel information
인도 시킴주 강도크
비자 - 사전비자 또는 입국비자 필요하다, 랑포 검문소에서 시킴주 별도 허가서 필요, 여권 사본, 비용은 무료.
기후 - 해발 1,700m 고지대로 한국의 가을 날씨와 비슷하다.
항공 - 대한항공과 에어인디아(아시아나항공 공동 운항)가 인천-델리 직항편을 운항한다. 비행시간은 9시간. 바그도그라 공항에서 국내선 환승 필요.

홍성범 여행작가
숲과 트레킹에 빠져 숲 해설가가 되었고 숲 관련 강연과 글을 써 왔다. 세계를 자유롭게 여행하다 공존과 쉼을 함께 나누고자 여행 칼럼을 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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