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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보리밭 사잇길을 손잡고 걸어봐요
보리밭 사잇길을 손잡고 걸어봐요
  • 박상대
  • 승인 2015.06.09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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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서울] 초록빛 보리밭이 바다를 이루고 있습니다. 살랑살랑 불어대는 바람에 이리저리 휩쓸리는 진초록 파도가 가슴을 두근거리게 합니다. 아무도 없는 보리밭 사잇길을 걷다가, 밭 가운데 서성이다가, 눈부시게 파란 하늘을 보며 그대에게 편지를 씁니다.

오늘따라 보리밭이 어쩌면 이리도 에로틱하게 보이는지 모르겠네요. 보리밭은 스스로 새 생명을 부활시킨 겉보리들이 무리를 이룬 곳이지요. 하지만 초록빛 싱그러움과 에로틱한 물결은 다른 여러 생명도 부활하게 합니다.

엉겅퀴는 분홍색 꽃을 뽐내고, 야생 갓은 노란 꽃을 피웠습니다. 하얀 나비들이 꽃봉오리 위에서 짝짓기를 하고 있군요. 까까머리 아이들이 보리피리를 만들어 삘리리삐리리 불고 다닐 때 동네에는 이상야릇한 소문이 돌았지요. 누구네 형이랑 누구네 언니랑 보리밭에서 어쩌고저쩌고….

그 시절 보리밭은 종달새가 둥지를 틀고 알을 낳아 부화시키는 장소였지요. 아스라이 높은 하늘에서 찌르르르 노래하던 종달새는 없고, 산새 두 마리가 이방인을 경계 하며 산속으로 날아갑니다. 이번엔 어미 꿩이 급하게 날갯짓을 합니다.

보리밭에 초록색이 걷히고 황금색이 덮일 때, 보리꽃이 다시 토실토실한 알맹이를 키우고, 새들은 어린 생명을 기르겠지요. 초록빛 파도가 출렁이는 산비탈에 섰습니다. 오금이 저리도록 에로틱한 보리밭 사잇 길을 그대와 함께 걷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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