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스케치=횡성] 도심은 초여름도 없이 한여름 무더위를 향해 질주하는데, 강원도 산골마을은 이제 봄꽃이 진다. 원시림 계곡에서 쏟아지는 폭포수를 맞으며 지친 심신을 달래보자. 혹 지난밤 좋은 꿈을 꿨다면 로또대박은 아니어도 실한 삼 뿌리 하나 캐어 갈지 모르겠다.
청일면 읍사무소를 지나서도 한참을 들어가는 고라데이마을을 찾아가기란 쉽지 않다. 도로 옆에 서있는 ‘춘당초등학교’라는 작은 표지판을 보지 못했다면 진입로가 너무 좁아 하마터면 지나칠 뻔 했다.
해발 998m의 발교산을 주축으로 수리봉, 병무산이 병풍처럼 둘러싼 첩첩산중의 산촌답게 마을 일대는 온통 더덕밭이다. ‘고라데이’란 골짜기를 뜻하는 강원도 말로, 마을에는 그 옛날 산밭을 일구던 화전민의 후손들이 지금도 순박한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하지 않던가. 산골마을까지 찾아오는 길이 멀었는지 점심때가 지나서 도착한 40여명의 체험자들은 차에서 내리자마자 일단 밥상머리에 앉았다.
약초 달인 물로 지은 밥에 모시대, 물생취, 밤나물, 산뽕잎 등 이름조차 생소한 산나물을 잔득 넣어 비볐다.
한 숟갈 가득 입에 넣자 입안 가득 향긋한 풀내가 퍼지는 것이 도심에서 먹는 비빔밥과는 차원이 다르다. 곁음식으로 나온 감자떡이 입에 맞았는지 어디서건 대한민국 아줌마의 근성을 잃지 않는 몇몇 체험자들은 주방까지 들어가 이것저것 묻더니만 감자떡을 한 봉지씩 손에 들고 나온다.
산행 들머리가 되는 발교산 절골 입구에서 계곡을 따라 20여분을 오르자 찻길이 오솔길로 바뀐다. 빼곡한 낙엽송 사이로 하늘이 빠금 보이는 등산로 곳곳에는 예전 화전민들이 살던 집터의 돌무더기로 쌓은 듯한 예쁜 돌탑이 서있다. 심마니 체험장에 도착하자 안내자가 산삼에 관해 이런저런 설명을 하는데, 마음 급한 몇몇은 벌써부터 수풀을 뒤적거린다. 마치 어린 시절 보물찾기놀이를 하는 것 같다. 어떤 이는 커다란 무를 뽑는 꿈을 꾼 후 수십 뿌리의 가족 산삼을 발견했다는데, 혹시나 싶은 마음에 다들 열심이다.
“시~임 봤다!”
숲 덩굴을 헤치던 사람들이 웅성웅성 모여든다. 꿈 잘 꾼 오늘의 심마니는 삼 뿌리를 자랑스레 내보이며 연신 싱글벙글이다. 기념사진 찍는 것도 잊지 않는다. 자신이 산삼을 찾아낸 행운의 주인공이라는 것이 실감나지 않는지 손에 든 산삼을 자꾸자꾸 들여다본다.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던 다른 이들은 “에이, 난 그냥 산나물이나 뜯어가야지”하면서도 발걸음을 떼지 못하고 체험장 주변을 서성인다.
폭포소리가 봉황의 우는 소리 같다는 ‘봉명폭포’. 햇빛이 쨍쨍한 날에는 폭포가에 무지개가 뜬다는데 이미 해가 머리 꼭대기를 넘어간 탓인지 자연이 연출하는 멋진 장관은 볼 수 없었다. 100여m의 3단 폭포에서 장엄하게 쏟아지는 물보라에 감탄사를 연발하며 주저 없이 폭포수 밑에서 더운 손발을 담근다.
발교산의 봉명계곡은 지도에도 나오지 않는 곳으로 사람의 손을 타지 않아 청정함을 잘 간직하고 있다. 특히 등산로의 계곡물은 아무 곳에서나 엎드려 마셔도 될 만큼 깨끗하다. 그래서 골 깊은 산속에는 산삼을 비롯한 각종 산약초가 많이 자생하는데 최근에는 아예 ‘한방숲’까지 조성하였다.
한나절의 짧은 체험이지만 산삼이 생긴 모양도 보고 이런 저런 설명을 듣고 나자 돌아오는 차 안에서 내다보는 산풍경이 예사롭지 않은 것이 아마추어 심마니라도 된 듯하다. 도심의 공해로 찌든 몸과 마음을 비워내고 맑은 공기를 배부르게 먹은 느긋한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