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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베트남 종단 가족배낭여행] 아직은 낯선 휴양지 베트남 다랏DA LAT 산간 별장 사이에 가득한 감미로운 꽃향기
[베트남 종단 가족배낭여행] 아직은 낯선 휴양지 베트남 다랏DA LAT 산간 별장 사이에 가득한 감미로운 꽃향기
  • 한결가족 객원기자
  • 승인 2006.09.20 15: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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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지난 2016년 7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여행스케치>가 창간 16년을 맞이해 월간 <여행스케치>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책자에 소개되었던 여행정보 기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행지의 소식을 게재하는 이유는 10년 전의 여행지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16년 전의 여행은 어떤 것에 관점을 두고 있었는지 등을 통해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 아래에 해당 기사가 게재되었던 발행년도와 월을 첨부해 두었습니다. 
사랑의 계곡과 다티엔 호수. 2006년 8월. 사진 / 한결가족 객원기자

[여행스케치=베트남] 호치민에서는 무더위에 땀을 흘려야 했는데, 다랏에선 얼굴에 스치는 바람이 상쾌하다. 평균 기온 18도, 수은주가 최고로 올라가도 25도쯤 된다 하니 고온다습한 남베트남에서 이곳은 피서 휴양지로는 적격이다. 이 땅을 지배했던 프랑스인들이 이곳을 가만 놔두었을 리 없다. 도심 중심에 쑤언흐엉 인공 호수를 조성하고 외곽에는 정원을 갖춘 호화빌라들이 들어섰다. 요즘은 베트남 최고의 신혼여행지로 각광받고 있다.

아침 7시 호치민을 떠나 베트남의 대표적인 산간 휴양도시인 다랏으로 향한다. 거리는 300km. 운전기사는 7시간쯤 소요될 것이라고 말한다. 처음엔 설마했다. 기어가도 시간당 50km는 달리지 않겠느냐는 생각이었다.

곧 그 이유를 알게 됐다. 길도 단선이고 포장상태도 좋지 않지만, 그보다는 오토바이 때문이었다. 국토가 남북으로 길게 늘어져 있기 때문일까? 오토바이를 마주하지 않고는 길이 이어지지 않았다. 자동차 성능이 아무리 좋더라도 원천적으로 속도를 낼 수 없다. 게다가 우리가 타고 가는 버스는 ‘즐거운 여행은 아시아 버스와 함께’ 라는 카피가 떠오르는 한국산 중고차다.

차라리 ‘빨리 빨리’를 포기하고 나니, 주위의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베트남의 농촌은 참 평화롭다. 기계보다는 아직도 손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는 모습이다. 모내기도 김매기도 서너명씩 옹기종기 모여서 하고 있다. 그들의 고단한 몸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이방인 여행자의 마음은 너그러워진다.

베트남 최고의 피서휴양지로 꼽히는 다랏은 무엇보다 공기가 상쾌하다. 2006년 8월. 사진 / 한결가족 객원기자
계단식 폭포가 장관을 연출하는 퐁고르폭포. 2006년 8월. 사진 / 한결가족 객원기자

지금 가고 있는 다랏은 베트남에서 손꼽히는 산간 피서지이다. 해발 1,500m에 자리잡은 다랏은 약 100년전 이곳을 지배했던 프랑스가 개발한 땅으로 지금도 영화로웠던 향수가 어려 있어 외국인 여행자들의 발길이 그치지 않는 도시다.

시간이 흐를수록 구불구불한 산길이 나타난다. 어떤 고개에서는 차가 그르렁거리는 소리를 내면서 속도를 내지 못한다. 산 고갯길을 힘겹게 올라가니 어느 순간 쭉쭉 뻗은 미인송이 반긴다. 그 사이사이로 어여쁜 별장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산 중턱에 자리잡은 다랏에 도착한 것이다.

베트남 선남선녀가 꿈을 키우는 최고의 결혼식 명소인 사랑의 계곡을 시작으로 바오자이궁 - 민떰가든 - 다랏 대성당 - 다랏역, 그리고 서민들의 삶의 모습이 살아 숨쉬는 다랏 시장을 거니는 것으로 여정이 짜여졌다.

일단 배낭은 택시 트렁크에 넣은 다음 곧바로 사랑의 계곡과 다티엔 호수로 향했다. 시내에서 불과 5~6분 거리에 있었다. 요금을 내고 안으로 들어서니 제법 눈길을 끄는 소나무 숲 속에 아름다운 꽃으로 장식해 놓은 정원이 펼쳐진다. 감미로운 이름처럼 유독 젊은 연인들이 많다. 아기자기하게 꾸며 놓은 꽃탑을 배경 삼아 온갖 포즈를 취하며 사진을 찍는 모습이 유쾌하다. 엄마 아빠도 한번 유치하게 놀아본다. 한결이가 기꺼이 사진을 찍어준다.

바오자이 별장으로 가는 길은 고산지대의 풍광을 여실히 보여준다. 미끈한 소나무 숲이 눈길을 붙잡고, 산기슭에 요리조리 자리잡은 별장 같은 저택들은 이방인 여행자의 눈을 즐겁게 한다. 다랏 시내가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에 있는 이곳은 구엔왕조 최후의 황제인 바오다이의 별장이다. 2층으로 지어진 외관은 소박하지만 안으로 들어가니 제법 사치스럽다. 집무실과 침실 등 20개가 넘는 방들에 장식품과 생활용품들이 그대로 남아있다. 현지인들은 침대에도 누워보고, 의자에도 앉아 본다. 우리의 상식으로는 통하지 않는 일들이다.

민떰가든은 꽃을 보려 일부러 선택했다. 호텔 정원으로 사계절 내내 꽃이 피어 베트남 신혼커플들 사이에서는 최고의 기념촬영 장소로 꼽힌다. 야외정원에서 장미 꽃덩쿨 사이를 거니는 맛은 새삼스럽다. 우리나라의 꽃보다는 5배 이상은 큰 수국은 감탄을 자아낸다. 우리 집 화분에서 자라고 있는 벤자민이 이렇게까지 크는 줄은 상상도 못했다. 꽃구경을 하는 것도 새로운 재미다.

다랏 시장 풍경. 2006년 8월. 사진 / 곷한결가족 객원기자
비오다이 별장의 정원. 열대의 정원답게 꽃들이 화려하다. 2006년 8월. 사진 / 한결가족 객원기자

석양녘에 찾아간 다랏역은 마치 시간이 멈춘 듯이 이방인 여행자를 맞았다. 붉은 빛이 감도는 고전적인 건물인데, 지금은 정기열차가 운행되지 않아 고즈넉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대신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하루 몇 차례 수 킬로미터만 다녀온단다. 그저 관광열차로서의 기능만 하고 있는 셈이다. 그래도 정갈하게 꾸며놓은 역사 안은 한번쯤 거닐 만하다. 마침 서쪽으로 해가 지는지라 햇빛에 투영된 스테인드글라스가 환상적이다.

저녁시간은 다랏 시장에서 보냈다. 서민들의 삶을 가장 생생하게 마주할 수 있는 시장은 우리가족 여행에서 빠지지 않는 장소다. 먼저 길거리 좌판에서 쌀국수 한 그릇씩 뚝딱 비우고, 다랏에서 빼놓을 수 없는 특산품인 딸기를 사기로 했다. 거리엔 함박 가득 쌓여 있는 딸기가 즐비하다. 우리 동네 딸기보다 약간 작지만 윤기도 나고 단단해서 한 입 베어 물었다. 

그런데 웬 걸, 단 맛이 나질 않는다. 한결이는 얼굴까지 찌푸린다. 완전 노지 딸기라 당도가 낮은 듯하다. 달콤한 하우스딸기에 익숙해진 우리의 입맛은 불과 20년 전 없어서 못 먹었던 노지 딸기를 거부한 것이다. ‘완전 자연산’딸기는 그만두고 대신 딸기잼을 한 병 샀다. 800원짜리 이 딸기잼은 이후 바게트를 먹을 때 정말 맛있게 발라 먹었다.

배낭을 메고 거리를 걷지만 시원한 바람으로 무더운 줄을 모르겠다. 옥수수도 사고, 꼬치구이도 사먹으면서 잠잘 곳을 찾아 밤거리를 거닐었다. 다랏은 우리가족에서 아름다운 추억 한 장을 깊게 새겨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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