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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아름다운 섬 여행] 그곳에 가면 바람처럼 자유를 얻는다 인천 옹진 대연평도
[아름다운 섬 여행] 그곳에 가면 바람처럼 자유를 얻는다 인천 옹진 대연평도
  • 박지원 기자
  • 승인 2015.05.0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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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지난 2016년 7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여행스케치>가 창간 16년을 맞이해 월간 <여행스케치>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책자에 소개되었던 여행정보 기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행지의 소식을 게재하는 이유는 10년 전의 여행지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16년 전의 여행은 어떤 것에 관점을 두고 있었는지 등을 통해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 아래에 해당 기사가 게재되었던 발행년도와 월을 첨부해 두었습니다.  
2015년 6월 사진 / 박지원 기자
2015년 6월 사진 / 박지원 기자

[여행스케치=인천] 북녘의 산들바람이 불어오는 대연평도를 그저 포격 도발의 아픔을 간직한 섬쯤으로 여기면 서운하다. 발길 닿는 곳마다 즐거움을 선사하는 명소가 숱하니까. 미심쩍다 말고 여객선에 몸을 실으라. 콧노래를 흥얼거리는 자신을 발견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

2015년 6월 사진 / 박지원 기자
 남부리에 자리한 평화공원. 2015년 6월 사진 / 박지원 기자

서해 최북단 섬에 가다

하루에 한 번 열리는 대연평도행 뱃길에 오르고자 인천항 연안여객터미널 앞에 섰다. 전날 짓궂은 날씨 탓에 출항 통제의 시련을 맛봐서일까. 하늘을 제 것인 양 뒤덮고 있는 구름을 보고 있노라니 마음이 여간 편치 않다. 미간의 주름은 “출항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말을 들은 다음에야 말끔히 사라진다. 대연평도는 서해 최북단에 자리한 섬으로 북한의 황해도 강령군 부포리와의 거리가 불과 10km다. 알다시피 북한 포격 사건과 연평해전 등의 아픈 역사를 품고 있지만 숱한 명소를 간직하고 있다는 것은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이다.

출항 시간까지 1시간 남짓하니 간단하게 시장기를 면할 요량으로 먹을거리를 사들고 밖으로 나와 적당한 곳에 엉덩이를 붙인다. 주위를 살피니 해병 한 명이 보인다. 서슬 퍼런 눈동자와 각 잡힌 모습이 인상적인 그에게 짧은 인터뷰를 요청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군 지침상 응할 수 없습니다!” 괜스레 민망해져 “거창한 거 물어보려는 게 아녜요. 연평도를 지키는 기분은 어때요?”라고 묻자 그는 “자부심 최곱니다!”란 말과 “필승!”이란 경례를 남기고 사라진다. 그의 뒷모습을 보며 “고생이 많다. 덕분에 안심하고 산다”라며 혼잣말을 뱉는다.

여객선에 올라 옥빛 물결이 갈라지는 광경을 넋 놓고 보고 있으니 짭조름한 바다 내음이 코끝을 간질인다. 내리쬐는 햇살에 기분 좋은 찡그림을 만들며 여객선의 일렁거림에 완전히 익숙해질 시간이 흘렀을까. 2시간 20분 만에 닿은 대연평도 당섬외항선착장으로 여행자를 비롯해 부대로 복귀하는 군인, 뭍에서 산 생필품을 나르는 주민이 쏟아져 내린다.

“연평도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연평바다역 앞에서 코미디언 이용식의 큼지막한 사진이 반긴다. 등을 돌려 좌측을 보니 밤이면 곧고 밝은 빗줄기를 쏘아 올릴 등대가, 우측에는 기암괴석이 품고 있는 해병 초소가 시신경을 자극한다. 대연평도에 왔다는 걸 실감하는 순간이다. 이곳의 탈것은 뱃시간에 맞춰 운행하는 공용버스를 제외하면 민박집에서 삯을 받고 내주는 렌터카뿐이다. 자전거와 스쿠터 대여점도 없다. 하지만 이틀의 여정이라면 쫓기듯 서두르지 않고 걸어도 대연평도 구석구석을 엿볼 수 있다니 도보로 움직이기로 작정한다.

2015년 6월 사진 / 박지원 기자
포격의 흔적이 벽화로 다시 태어났다. 2015년 6월 사진 / 박지원 기자
2015년 6월 사진 / 박지원 기자
당섬외항선착장 지척에 자리한 등대. 2015년 6월 사진 / 박지원 기자

포격의 아픔을 더듬다
설렘을 안고 연평해전 전승비를 지나 연육교 쪽으로 걷는다. 전후좌우 어느 곳으로 눈을 돌려도 눈이 즐겁다. 눈이 호사로울 지경은 아니지만 청정바다를 배경으로 펼쳐진 고즈넉한 섬마을의 풍경은 자꾸만 발걸음을 멈춰 세운다. 연육교의 끄트머리에 다다르니 두 갈래의 길이 나온다. 여기서 좌측으로 난 길을 따라 바지런히 걸어가면 대연평도의 여러 명소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남부리가 나온다. 이내 도착한 곳은 평화공원이다. 상륙장갑차, 탱크, 헬기에 눈길이 가는가 싶더니 금속조형물 앞에 시선이 고정된다. 25개의 용치(龍齒)다. 연평해전 당시 전사한 6명의 용사는 영원히 변치 않는 은빛 용치로, 19명의 부상자는 서서히 산화하며 녹이 스는 붉은색 용치로 다시 태어났다.

등대공원 주변에는 대연평도의 명소가 올망졸망하게 모여 있다. 평화공원을 나와 곧장 직진하면 등대공원을 마주한다. 연평도 앞바다를 굽어 비친 등대가 이제는 지난 과거를 회상하며 여행자를 맞이한다. 등대공원을 뒤로 하고 조기역사관으로 향하자 자연스레 걸음걸이를 그치게 만드는 가래칠기해변을 한눈에 담는다. 대연평도가 자랑하는 비경 가운데 하나라더니 역시 빈말이 아님을 깨닫는다. 이왕 길을 나선 김에 서부리 방면에 자리한 구리동해변까지 걷는다. 느리고 더디게 걸어도 30분이면 족하다. 파도가 밀려와 동글납작한 자갈에 부딪히는 소리가 시원함을 안겨준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파도와 자갈이 선사하는 ‘촤르륵’ 소리에 푹 빠져 있다 자리를 털고 일어나 중부리에 들어선 안보교육장으로 향한다.

2015년 6월 사진 / 박지원 기자
 벽화와 어우러진 대연평도 거리. 2015년 6월 사진 / 박지원 기자
2015년 6월 사진 / 박지원 기자
 영상물을 볼 수 있는 안보교육장. 2015년 6월 사진 / 박지원 기자
2015년 6월 사진 / 박지원 기자
평화공원에 들어선 25개의 용치. 2015년 6월 사진 / 박지원 기자
2015년 6월 사진 / 박지원 기자
폐허가 된 민가를 보존한 안보교육장. 2015년 6월 사진 / 박지원 기자

안보교육장은 북한군의 포격으로 폐허가 된 민가 3채를 보존하고 있다. “체구가 작은 아주머니가 거동이 불편한 남편을 안고 나와 리어카에 싣고 대피했지요. 정신없이 대피소에 도착하고 보니 길바닥에 갈린 남편의 등이 온통 까져 있어 얼마나 울었던지.” 김명선 문화관광해설사도 당시의 상황을 다시금 떠올리니 가슴 한편이 먹먹해진 모양이다. 검게 그을리고 부서져 만신창이가 된 민가 안쪽을 들여다보니 참혹하다는 말도 나오지 않는다. 전신에 소름이 돋은 채로 안보교육장 2층으로 올라간다. 포격 사건을 재구성한 영상물을 보니 당시의 긴박함이 생생하게 전해진다. 방사포의 검은 연기가 하늘을 뒤덮은 상황에서 쏟아지는 포탄 사이를 거침없이 달리다 전사한 해병들과 안타깝게 생을 마감한 주민들의 넋을 기린다. 민박집에 여장을 풀고 자리에 누워서도 체한 것처럼 답답한 가슴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다.

2015년 6월 사진 / 박지원 기자
조기파시 탐방로를 지키는 강아지. 2015년 6월 사진 / 박지원 기자
2015년 6월 사진 / 박지원 기자
해변에서 한가로이 노니는 모자. 2015년 6월 사진 / 박지원 기자

섬마을 정취에 젖다
전날의 비통한 가슴을 보듬는 여정을 시작하고자 이른 아침에 눈을 뜬다. 민박집에서 운영하는 식당으로 들어가 백반 하나를 주문한다. 음식이 상 위에 오르는데 심상찮다. 7000원짜리 백반치곤 과하다는 생각이 들어 메뉴판을 흘겨본 후 주인장에게 “백반 시켰는데 이게 다 뭐죠?”라고 묻는다. 백반 맞댄다. 식기 전에 얼른 먹으란다. 음식 맛을 보는데 이게 무슨 일인가. 손만 큰 줄 알았더니 솜씨도 예사롭지 않다. 눈 깜짝할 새 공깃밥은 바닥을 보인다.

기분 좋은 포만감을 안고 ‘조기파시 탐방로’에 발을 들여놓는다. 몇 걸음 걸었을까. 탐방로 초입에서 맞닥뜨린 한 어르신은 놀러왔느냐고 묻고는 대답할 기회도 주지 않고 연평도의 조기 파시 절정기에 관해 이야기한다. “조기가 엄청나게 잡혔지. 뱃사람들은 연평바다로 돈 실러 가자고 노래를 불렀어. 뱃사람들이 똥 닦고 버린 지폐를 개가 물고 다닐 정도였으니까.” 쉽게 상상하기 힘든 광경이지만 1960년대 연평도는 조기잡이 철인 4~5월이 되면 전국에서 모인 3000여 척의 어선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추억이 된 옛 영화는 조붓한 골목길을 꾸미고 있는 벽화가 말해주고 있다.

탐방로를 나와 20m 높이에 위치한 동진정에 오르니 대연평도 마을 전체가 눈에 들어온다. 포격이 일어났을 거라고는 상상이 되지 않을 만큼 한적하고 평화롭다. 자전거를 탄 한 무리의 아이들이 쏜살같이 달려가니 고요한 적막이 살며시 깨진다. 아이들이 힘껏 페달을 밟아나간 쪽으로 가면 망향전망대가 있으렷다. 실향민이 합동제사를 지낸다는, 날씨가 좋은 날에는 해주의 시멘트 공장 연기까지 보인다는 그곳에서 몇 마디 외치고 돌아와야겠다. 통일되면 놀라오라고, 밥 한 끼 정도는 사주겠다고 말이다.

INFO.
해상교통
인천 연안여객터미널에서 1일 1회 왕복 운항하며, 소요 시간은 2시간 20분이다. 요금은 편도 5만원선이다. 현재 1박 2일 이상의 일정으로 왕복 승선권을 구매하면 운임의 50%를 할인해주는 행사가 진행 중이다. 이 모든 것에 대한 궁금증은 ‘가보고 싶은 섬’ 홈페이지(island.haewoon.co.kr)를 참고하거나 고려고속(1577-2891)에 문의하면 된다.

안보교육장
주소 인천시 옹진군 연평면 연평중앙로24번길 43 
매주 월요일 휴관

현미식당
요금 백반?김치찌개?된장찌개?오징어덮밥 7000원, 갈비탕?육개장 8000원, 꽃게탕?닭볶음탕 3만원, 매운탕 4만원
주소 인천시 옹진군 연평면 연평로 137

연도민박
요금 숙박료 2인 기준 4만원(1인 추가시 1만원, 성수기 요금 동일), 렌터카 5만원
주소 인천시 옹진군 연평면 연평로 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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