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스케치=영월] “너네들 당나귀 타본 적 있어? 난 있어!” 울퉁불퉁 오르락내리락 산길을 거침없이 오르는 당나귀의 힘이 천하장사 저리가라다. 또 하나의 영월 명물이 될 스릴 백배의 ‘당나귀 타는 원시마을’을 소개한다.
꼬마아이가 당나귀에 오른다. 당나귀는 이것쯤은 아무것도 아니란 듯이 입을 실룩거리며 산으로 향한다. 하지만 덩치가 산만한 아빠는 사정이 다르다. 의자 위에서 당나귀의 등에 다리라도 걸칠라치면 당나귀가 슬슬 꽁무니를 뺀다. 태워줄 듯, 안 태워줄 듯 애를 태운다.
“저게 안 태워줄라고 하는 게 아니고 손님들 놀려먹는 거예요. 저놈들이 훈련기간만 10년이 다 되어가니 이제 사람 다 됐지요. 사람을 태워주는 것만이 아니라 사람을 즐겁게 해주는 방법도 아는 거죠. 저놈들의 IQ가 보통 70~80은 됩니다.”
가이드를 하고 있는 이세호 씨의 말처럼 당나귀들은 꼬마들이 타면 떨어질세라 조심조심 발걸음을 옮기고 어른들이 타면 최대한 스릴 있는 몸짓으로 만족을 시킨다. 당나귀 산악 트레킹은 아직 사업이 완벽하게 꾸며지지 않아 맛보기 코스로 A, B, C 코스를 운영하고 있는 중이다.
완만한 지형의 기본 A코스는 어린이들도 쉽게 오를 수 있는 완만한 지형이고 B코스에서는 산길의 정취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이들과 차원이 다른 C코스는 그야말로 당나귀의 ‘와일드’한 매력에 흠뻑 빠질 수 있는 최상위 코스이다. 본격적으로 코스가 꾸며지는 내년 초쯤이면 이보다 더 어려운 D코스와 산 정상에 ‘하늘정원’이라는 공원을 조성하고, 야생화 코스와 지하 코스 등 테마별 코스 등으로 늘릴 계획이다. 그야말로 당나귀로 통하는 테마파크인 셈.
당나귀 체험 자체로도 흥미 만점이지만 여기에 재미를 더하는 것은 바로 ‘마부’들의 배꼽 빠지게 재미있는 가이드다.
“저기 저 당나귀가 빨리 가는 이유가 뭔지 아세요? 일찍 끝내고 가서 쉬려고 하는 겁니다. 저거들도 힘들거든요. 고마 한 바퀴 빨리 끝내고 마누라 보러 가고 싶어서 그런 겁니다.”
마부의 말 한마디에 체험을 하던 온 가족들이 박장대소를 한다. 이세호 씨의 의하면 우울증을 앓던 사람도 당나귀 체험을 여러 번 하면서 병을 극복했단다. 그만큼 당나귀 체험은 몸 속 ‘엔도르핀’을 듬뿍듬뿍 샘솟게 하는 것이다.
“국내 최초의 당나귀 산악 트레킹이라는 것만으로도 흥밋거리지만 앞으로 저희는 이 상품을 세계 1등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그런 자신감과 자부심으로 우선 우리나라에서 최고의 관광 상품이 되기 위해 영월에 터를 잡았지요. 박선규 영월군수님의 전폭적인 지지가 많은 도움이 되었어요.”
‘선견지명’이라 했던가? 앞을 내다보고 무작정 시작했던 10여 년 노력의 결실로 맺어진 당나귀 산악 트레킹 체험이 이제는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으며 영월 동강의 래프팅을 능가하는 관광자원이 될 날을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