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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놀멍쉬멍 제주도 비밀코스]
[놀멍쉬멍 제주도 비밀코스]
  • 송세진 여행 칼럼리스트
  • 승인 2014.11.1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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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지난 2016년 7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여행스케치>가 창간 16년을 맞이해 월간 <여행스케치>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책자에 소개되었던 여행정보 기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행지의 소식을 게재하는 이유는 10년 전의 여행지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16년 전의 여행은 어떤 것에 관점을 두고 있었는지 등을 통해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 아래에 해당 기사가 게재되었던 발행년도와 월을 첨부해 두었습니다.  
2014년 12월 사진 / 송세진 여행칼럼니스트
2014년 12월 사진 / 송세진 여행칼럼니스트

[여행스케치=제주] 제주에서 눈을 만나는 3가지 방법 - 마방목지, 1100고지, 윗세오름 

제주에도 눈이 온다. 그렇지만 날씨가 따뜻해서 겨울에도 초록이 보이고, 쌓여있는 눈은 기대할 수 없는 곳이 제주다. 그런 이유로 눈이 내리면 제주 사람들은 바빠진다. 눈이 녹아 버리기 전에 갓 떨어진 ‘신선한’ 눈을 즐겨야 하기 때문이다.   

2014년 12월 사진 / 송세진 여행칼럼니스트
 눈썰매장이 된 마방목지. 2014년 12월 사진 / 송세진 여행칼럼니스트

말 떠난 곳에 썰매가 제철 

제주에도 눈썰매장이 있다. 그것도 제주 사람들만 즐기는 공짜 눈썰매장이다. 아이가 있는 집은 미리눈썰매 보드를 준비해 뒀다가 눈 소식이 들리면 마방지로 향한다. 마방지? 그렇다. 마방지는 ‘마방목장’을 편하게 부르는 말로, 제주 말을 공동으로 방목하는 목장이다. 특별히 이 목장의 말들은 순수 제주 혈통의 조랑말로 천연기념물 347호로 지정된 귀하신 몸들이다. 이곳은 5.16도로의 제주시 쪽 끄트머리에 위치해서 여행자들도 한번쯤은 보았음직한 목장이다. 어쩌다 달리던 차를 멈추고 ‘제주 인증샷’을 찍었을 지도 모르지만 특별한 목적 없이 지나쳤을 장소이다. 평소에는 초록의 들판에 말과 염소가 한가롭게 놀지만 겨울이 되면 이들도 따뜻한 실내로 옮겨지고, 휑한 언덕만이 계절을 말해준다. 

이 썰렁한 들판에 눈이 내리면 또 다른 활력의 소리가 들린다. 바로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가득한 눈썰매장이 되는 것이다. 제주에 내리는 눈은 쉽게 녹아버리기 때문에 사람들은 모든 정보력을 동원하여 마방지의 눈 상태를 확인하고 그곳으로 향한다. 말이 있는 계절에는 이곳이 금단의 땅이었다. 겨울에는 의미 없는 언덕이 되지만, 눈이 내리면 사람들의 공간으로 변한다. 울타리를 넘어 들어와 눈썰매를 즐기는 맛은 시설을 갖추고 손님을 부르는 사설 눈썰매장과는 다른 매력이 있다. 적당한 기울기와 사방이 탁 트인 경관으로 부대시설이 없는 정도의 불편함은 감수할 수 있다. 나이가 좀 있는 분들은 ‘비료포대’의 추억을 떠올리며 아이들보다 더 요란하게 썰매를 즐긴다. 하늘이 맑으면 한라산 정상을 보며 눈썰매를 즐길 수 있다. 

제주에 눈 내리는 날, 말 목장에서 썰매를 타는 진풍경을 보고 싶거나 직접 동심으로 돌아가고 싶다면 마방지를 찾아봐도 좋겠다. 잊지 못할 재미있는 추억이 될 것이다.     

2014년 12월 사진 / 송세진 여행칼럼니스트
1100고지휴게소에서 본 한라산의 모습. 2014년 12월 사진 / 송세진 여행칼럼니스트

차로 오르는 한라산 설경 
1100도로는 한라산을 가로지르는 찻길이다. 그 도로의 가장 높은 지점에 1100고지 휴게소가 있고 여기를 기점으로 한라산의 남쪽과 북쪽을 가른다. 높이는 이름처럼 해발 1100m이다. 한라산의 높이가 1950m이니 정상에 비하면 850m나 모자라는 높이이다. 그렇지만 한라산을 보는 전망으로는 충분하다. 휴게소 2층에 올라가 보면 한라산의 아름다운 설경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신기하게도 서귀포 쪽으로 향하는 사면은 눈이 빨리 녹고, 제주시로 향하는 사면은 눈꽃이 오래가는 편이다. 제주도의 따뜻한 햇살이 겨울에도 그 기능을 다하고 있다는 증거다. 

2014년 12월 사진 / 송세진 여행칼럼니스트
1100고지휴게소의 노루상. 2014년 12월 사진 / 송세진 여행칼럼니스트

휴게소에서 길을 건너면 1100고지 습지가 있다. 람사르습지로 지정된 생태공원이지만 눈 내린 날에는 그냥 눈밭이다. 산책할 수 있도록 목조데크가 마련되어 있어 천천히 걷다가 고개를 들면 한라산 봉우리가 손에 닿을 듯 아름답다. 추위를 견딜 수 있다면 해가 떨어진 후 올라와 보는 것도 좋다. 쏟아질 듯 반짝이는 별을 이곳에서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1100도로는 사계절 내내 아름답다. 산의 굴곡을 그대로 살려 길을 닦아 놓았기 때문에 차를 타고 가면서도 오솔길을 걷듯이 아늑하다. 도로는 거의 모든 구간이 숲 터널을 이루는데, 눈 오는 날에는 이것이 눈꽃터널로 변한다. 연인들의 데이트코스나 여행자의 드라이브 코스로 이만한 데가 없다. 

가성비 좋은 한라산 등반코스 
한라산에 오르고 싶어도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한다. 그렇다면 백록담에 미련을 두지 말고 윗세오름까지만 올라가 본다. 영실탐방로로 윗세오름까지 오르고 어리목으로 내려오는 코스는 최고의 가성비를 자랑한다. 해발 1280m 지점에서 시작하는 한라산 등반의 가장 짧은 코스이다. 또한 오르는 지점과 내려오는 지점을 다르게 정했기 때문에 두 가지 코스를 한 번에 즐기게 된다. 무엇보다 다양한 형태의 절경이 펼쳐진다. 제주에 왔는데, 전날 밤 눈이 내렸다면 망설일 것도 없다. 이때는 ‘한라산 영실탐방로’가 답이다. 

2014년 12월 사진 / 송세진 여행칼럼니스트
 한라산에서 바라본 오름과 제주 바다. 2014년 12월 사진 / 송세진 여행칼럼니스트

설산에 오를 때는 안전이 최우선이다. 아이젠을 미처 준비하지 못했다면 숙소에 대여 서비스가 있는지 문의한다. 등산로 입구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다. 영실코스?윗세오름-어리목 코스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 편하다. 대신 입구에서는 버스 시간을 확인한다. 오후 4~5시면 버스가 끊긴다. 내려올 곳을 정하고, 하산 시간을 계산하고, 버스 시간을 확인해서 등산의 페이스를 조절한다.

2014년 12월 사진 / 송세진 여행칼럼니스트
  한라산 눈꽃이 절경이다. 2014년 12월 사진 / 송세진 여행칼럼니스트
2014년 12월 사진 / 송세진 여행칼럼니스트
 눈이 쌓인 한라산 윗세오름 전망대.2014년 12월 사진 / 송세진 여행칼럼니스트

코스와 볼거리는 이렇다. 우선 병풍바위와 오백나한상의 영실기암이다. 오를 때는 서귀포 쪽 오름과 바다를 보고, 내려올 때는 제주시 쪽을 본다. 가파른 고개를 올라 능선쯤에 다다르면 관목이 우거져있다. 이곳은 눈꽃이 아름다우니 아낌없이 사진을 찍고, 노루샘에 도착하면 한라산 약수로 목을 축인다. 윗세오름 대피소에서 컵라면을 국물까지 다 마시고, 어리목 코스로 내려오며 눈의 나라에 온 환상에 빠져보기를 추천한다. 

마방목장 가는 법 
내비게이션: ‘마방목장’, ‘마방목지’ 검색
대중교통: 제주시외버스터미널에서 780번을 타고 견월교 정류장 하차 

1100고지 가는 법 
내비게이션: ‘1100고지 휴게소’ 검색
대중교통: 제주시외버스터미널에서 740번을 타고 1100고지 휴게소 정류장 하차 

영실코스 입구 가는 법 
내비게이션: ‘한라산국립공원영실탐방로’ 검색(어리목으로 하산할 경우는 대중교통 이용) 
대중교통: 제주시외버스터미널에서 740번을 타고 영실매표소 정류장 하차(정류장에서 등산로 입구까지 2.4km를 운행하는 택시 있음.) 

음식
산지물식당: 제주 토속음식전문점으로 고등어회, 갈치회, 방어회, 소라구이, 자리물회 등 현지에서만 맛볼 수 있는 해산물을 주메뉴로 하고 있다. 산지물 A코스(4인) 15만원, 모듬회 10만원, 전복뚝배기 1만5000원, 064-745-5799, 제주시 연동 271-9

숙박
게스트하우스 옐로우: 게스트하우스 본래의 기능에 충실하여 저렴한 숙박비에 깔끔한 침대와 조식서비스를 제공한다. 세탁기, 건조기, 와이파이 등의 부가서비스가 배낭여행자들의 입맛에 맞아 외국인 여행자에게 인기가 높다. 도미토리 1만6000원~1만8000원, 더블룸 4만5000원 
주소 제주시 일도1동 147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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