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스케치=태백] 태백 하면 떠오르는 곳이 민족 영산인 태백산과 한강 발원지인 검룡소. 하지만 태백의 명소는 이게 다가 아니다. 발걸음을 옮기는 곳마다 시곗바늘을 뒤로 혹은 앞으로 돌려놓은 명지가 숱하다. 그래서 12월은 타임머신을 타고 태백의 과거를 되새김질하며 미래를 더듬는 여행이다.
첫날은 ‘바람의 언덕’이라고도 불리는 매봉산풍력발전단지에 첫 발자국을 찍자. 고랭지 배추밭으로 유명한 이곳에는 매봉산 정상 능선 곳곳에 자리한 풍력발전기들이 이색적인 풍광을 연출한다. 점심은 아홉 마리 황소가 배불리 먹고 누워 있는 형상을 가진 구와우마을의 구와우순두부다. 미식가들을 불러 모은다는 이곳에서 푸짐하게 차려낸 순두부를 맛보자. 다음으로 향할 곳은 용연동굴이다. 전국 최고지대에 위치한 용연동굴은 당신을 환상의 지하세계로 초대한다. 이곳에서 동굴 내부 중앙의 리듬분수를 놓치지 말 것. 용연동굴에서 20분을 달리면 상장동벽화마을에 도착한다. 석탄산업이 한창이던 시절의 광부들 그리고 그들이 드나들던 술집들은 거의 자취를 감췄지만 이에 얽힌 이야기만은 벽화로 온전히 남아 있다. 여장을 풀고 하룻밤 머물 곳은 태백산을 올려다보며 시각적인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태백산민박촌이다. 개인이 아닌 태백시가 운영하고 있어 저렴한 가격으로 아늑한 휴식을 취할 수 있다.
이튿날 여정은 석탄에 생소한 이들에게 훌륭한 현장학습장 역할을 자처하는 태백석탄박물관에서 시작하자. 바닥이 요동쳐 마치 탄광 안으로 들어가는 착각에 빠지는 1전시관부터 지하 갱도로 내려가는 듯한 느낌을 선사하는 8전시관까지 체험거리가 풍성하다. 포만감을 느끼며 점심 식사를 할 곳은 태백석탄박물관에서 5분만 달리면 도착하는 고토일청국장이다. 밥상 위에 놓인 고추부각, 곰치장아찌, 갓김치, 냉이 등 7가지 반찬과 구수한 청국장을 맛보면 주인장의 솜씨가 예사롭지 않음을 깨닫는다. 배를 채운 후에는 365세이프타운으로 발걸음을 옮기자. 놀이공원보다 박진감 넘치는 즐길 거리 덕분에 해묵은 스트레스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진다. 365세이프타운의 알찬 체험 후에는 태백고생대자연사박물관에서 선캄브리아시대부터 지구온난화 시기에 이르기까지의 다양한 생명체를 만나자. 마지막 목적지는 철암탄광역사촌이다. 석탄산업 역사의 흔적들이 되살아난 이곳에서 태백 여행의 마침표를 찍는다.
첫째 날, 현재부터 시간을 거슬러 오르다
10:30 매봉산풍력발전단지
주소 강원 태백시 창죽동 산1-118번지
12:00 구와우순두부
새벽마다 만든 몽글몽글한 순두부로 유명하다. 커다란 대접을 채운 새하얀 순두부는 식성에 따라 먹는 방법이 다르다. 된장을 ‘빡작빡작’ 끓였다고 해 이름붙인 ‘빡장’, 잘게 썬 김치, 파와 고추를 넣은 양념간장으로 간을 해 먹는데, 밥 한 공기쯤은 금세 없어지는 별미다.
가격 순두부·모두부 각각 6000원
주소 강원 태백시 구와우길 49-1
13:00 용연동굴
주차장에서 동굴입구까지 운행하는 용연열차에 몸을 싣고 용연동굴로 가자. 해발 920m에 자리한 전국 최고지대 건식동굴을 만날 수 있다. 길이 843m의 동굴을 걷다보면 석순, 종유석, 석주, 동굴 진주, 동굴산호 등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동굴 내부 중앙의 대형 광장에서는 형형색색으로 변하는 조명과 함께 물을 뿜는 리듬분수가 장관을 연출한다.
입장료 어른 3500원, 어린이 1500원, 용연열차 1000원, 주차료 2000원.
주소 강원 태백시 태백로 283-29
15:30 상장동벽화마을
탄광이야기마을이라고도 불리는 이곳은 한때 4000명의 광부가 살던 광산 사택촌이다. 골목 구석구석을 어슬렁거리면 키 작은 담벼락마다 그려진 벽화가 옛 광부의 애달픈 추억을 이야기해주는 듯하다. 석탄산업이 전성기였던 시절, 광부의 고단한 삶의 이야기가 고스란히 담긴 벽화는 지역 예술가들과 마을 주민이 함께 그렸다.
주소 강원 태백시 태백로 1182 일원
17:00 태백산민박촌
태백산도립공원 초입에 위치한 이곳은 태백시에서 운영하는 콘도형 민박촌이다. 겨울에는 태백산의 아름다운 설경도 한눈에 담을 수 있는 최적의 장소에 둥지를 텄다. 가스레인지, 냉장고, 싱크대가 있어 취사가 가능하지만 조리도구는 별도로 준비해야 한다.
숙박료 6인 기준 비수기 5만5000원, 성수기 7만5000원.
둘째 날, 이색 체험 찾아 거닐다
10:00 태백석탄박물관
동양 최대의 석탄 전문 박물관으로 각각의 테마를 가진 8개의 전시관을 갖췄는데, 어느 전시관도 허투루 지나칠 수 없다. 무엇보다 8전시실인 체험갱도관을 향하는 엘리베이터가 압권. 문이 닫히는 순간 점등과 소등이 반복되고, 지하 갱도로 내려가는 효과음까지 울려 퍼져 긴장감까지 감돈다. 이내 문이 열리면 본격적인 지하 갱도 체험이 시작된다.
입장료 어른 2000원, 어린이 700원, 주차료 2000원.
주소 강원 태백시 천제단길 195
12:00 고토일청국장
연리지공원과 지척간인 이곳은 화학조미료를 0.1g도 첨가하지 않았다. 주인장이 토종 콩으로 직접 만든 청국장의 담백함과 구수함은 자다가도 생각날 정도다. 이곳에서 청국장을 맛본 이들은 어김없이 택배 주문을 하는 소문난 맛집. 직접 맛보면 “역시”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을지도.
가격 청국장 7000원, 두부구이 6000원, 더덕구이 1만원.
주소 강원 태백시 태백산로 4587
13:00 365세이프타운
‘안전은 학습이 아니라 체험이다’란 슬로건아래 안전체험관, 챌린지월드, 강원도소방학교로 구성된 곳. 특히 안전체험관은 스릴 넘치는 경험을 선사한다. 진도 8 이상의 강진을 체감할 수 있는 지진 체험, 보트를 타고 거친 비바람과 사투를 벌이는 풍수해 체험 등 즐길 거리가 풍성해 지루할 틈이 없다. 매주 월요일 휴관.
이용료 자유이용권 어른 2만2000원, 어린이 1만8000원.
주소 강원 태백시 평화길 15
15:30 태백고생대자연사박물관
전국에서 유일하게 고생대 지층 위에 건립된 박물관. 박물관은 1, 2층 전시실과 지하 1층 체험전시실, 기획전시실 등으로 구성됐는데, 거대한 공룡 골격 등 볼거리가 풍부하다. 주변에는 고생대 퇴적침식지형, 삼엽충, 완족류 등이 즐비해 박물관 관람뿐만 아니라 살아있는 현장 체험을 하기에도 안성맞춤이다.
입장료 어른 2000원, 어린이 1000원.
주소 강원 태백시 태백로 2249
16:30 철암탄광역사촌
석탄산업 호황기의 흔적을 온전하게 간직한 곳. 1960~70년대 광부들이 살았던 까치발 건물 그리고 그곳에 자리했던 선술집, 구멍가게, 다방, 식당 등 상가들이 당시 모습 그대로 남아 있다. 폐점한 가게쯤으로 여겨 지나치면 큰일. 각 건물의 안으로 들어가면 이색적인 전시 공간이 시선을 빼앗는다. 매월 둘째, 넷째 주 월요일 휴관.
주소 강원 태백시 동태백로 410-2 일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