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스케치=당진]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은 없지만 태신목장의 초원 위에는 젖소와 양, 말과 염소, 토끼 등이 자유롭게 뛰어다니고 있다. 거기에다 흥미로운 낙농체험까지 곁들여지니 드넓은 목장에서의 1일 목동체험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지나간다. 가족 봄 소풍 장소로도 좋고 체험 여행지로도 인기 만점인 태신목장을 소개한다.
태신목장의 이정표를 보고 입구로 들어서는 순간 흠칫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길가에 웬 젖소들이 줄을 지어 서 있기 때문이다. 물론 모형 젖소지만 설마 입구부터 이런 이벤트가 있을 거란 예상을 못 한 탓에 나도 모르게 차를 세워버리고 만다.
목장으로 들어가는 진입로 내내 젖소들은 함께한다. 은단풍나무 사이에 몸을 숨기고 있는 녀석, 궁둥이만 쑥 내민 녀석, 혀를 쏙 빼문 녀석 등 다양한 포즈를 취하고 있는 젖소들이 귀엽다.
목장 안에 들어서니 입구에서는 보이지 않았던 이국적인 풍경이 눈에 꽉 차게 들어온다. 파란색 하늘과 맞닿아 초록색 보리밭이 지평선을 만들며 끝없이 펼쳐져 있다. 동화책에서나 볼법한 하얀 울타리가 둥그렇게 처져 있는데, 그 안에선 양 식구들이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다.
까만 염소 가족이 흰 양들이 노는 곳에 침입하자 초원 위는 흰 돌, 까만 돌이 흩어져 있는 바둑판이 되어 버린다. 곳곳에 뛰어노는 동물들을 바라보며 간이의자에 앉아 도시락을 펼쳐놔도 좋겠다. 울타리와 연못, 나무들이 심어져 대관령 양떼목장 못지않은 풍광을 뽐내는 태신목장의 13만㎡의 초지는 연인들의 데이트 장소로도 부족함이 없다. 곳곳에서 서로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으려는 모습이 눈에 띈다.
초지 한쪽에는 몽고식 텐트인 ‘게르’가 눈길을 끈다. 가운데 화덕이 있어 불을 피울 수 있도록 되어 있는 유목민들의 전통 가옥인데 지금은 전시용으로 활용되고 있지만 앞으로는 푸른 초지 위에서 밤하늘을 바라보며 잘 수 있는 숙박지로도 활용할 계획이란다.
‘카우 퍼레이드’라고 이름 붙은 젖소 모형들도 아이들에게 인기다. 호랑이 무늬를 한 소, 국가대표 축구 선수단의 유니폼을 입은 소 등 다양한 모습을 한 소들 위로 아이들이 직접 올라타볼 수 있다. 살아 있는 소를 무서워하는 아이들이라면 이 모형 소가 제격일 듯하다. 게르나 젖소 모형 모두 김영배 사장이 외국에의 사례를 배워와 태신목장에 적용한 것들로서 볼거리가 많은 목장을 만들려는 노력의 흔적을 엿볼 수 있다.
태신목장은 목장 그대로도 볼거리가 많은 곳이지만 국내에서 처음 시도된 체험목장이기도 하다. 관람객들은 낙농체험에 참가해 하루 동안 동물들을 돌보는 목동이 되어볼 수 있다.
“2004년 처음 체험을 시작했을 때는 한 해 380명만 다녀갔었지요. 그러던 것이 소문이 나 작년엔 9900명이 다녀갔습니다. 아직 우리나라에서 이만큼 실속 있게 낙농체험을 할 수 있는 곳이 드물거든요.”
박민호 이사는 목장에서 동물들을 만지고 먹이를 주며 교감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아이들에게는 값진 경험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굳이 무엇을 가르쳐주기보다는 자연스럽게 동물들과 어울리는 게 더 많은 것을 가르쳐주는 일이라는 것이다. 그렇다고 이곳의 체험거리가 젖소에게 건초를 주거나 만져보는 정도에 그치는 것은 아니다. 송아지에게 우유를 주기도 하고 어미 젖소의 젖을 직접 짜보기도 한다. 또한 과학 교과서의 교과과정을 활용한 ‘우유로 아이스크림 만들기’ 같은 흥미로운 내용도 준비되어 있다.
저 멀리서 아이들의 함성이 들려온다. 한 무리의 가족들이 목장을 둘러보는 관람차인 트랙터를 타고 목장을 산책하는 초지체험을 하는 중이다. 저 도시의 아이들은 버스나 지하철은 많이 타봤어도 트랙터는 처음일 것이다. 털털거리는 트랙터 뒤의 달구지 위에서 연방 즐거운 비명을 질러댄다.
송아지 우유 주기 체험장에서는 아이들이 엄마가 되어 젖병을 물리고 있다. 송아지보다도 훨씬 작은 아이들이 젖병을 물리고 있는 모습은 보기만 해도 웃음을 자아낸다. 송아지들도 배가 부를 테지만 아이들을 위해서인지 열심히 젖병을 빨아댄다. 텅 빈 젖병이 아쉬운 한 녀석은 아이의 손까지 핥아댄다.
한쪽에선 어미 젖소의 젖을 짜보는 체험이 한창이다. 생전 처음 느껴보는 물컹한 느낌이 익숙지 않아 겁을 내는 아이들도 있지만 대부분의 아이들은 부모님의 도움을 받아 두 손으로 열심히 젖을 짜본다. 막 짜서 나온 우유는 그대로 마셔도 안전하다고 하니 너나 할 것 없이 입으로 가져간다. “야, 집에서 먹는 우유 맛하고 똑같네?”, “딸기 우유는 어느 젖꼭지에서 나와요?” 하며 신기한 듯 젖소를 바라본다.
다시 트랙터를 타고 초지로 나가면 방금 짠 우유로 아이스크림을 만들어보는 체험이 기다리고 있다. 냉장고 없이도 간단한 도구를 이용해 만드는 아이스크림은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새로운 경험이다.
드넓은 초지 위에서의 하루가 저물어가지만 여행객들은 아직도 놀거리가 남았다는 듯 떠나지를 못한다. 푸른 초지의 이색적인 모습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오늘 하루 재밌는 친구가 되어 옆을 지켜준 동물 친구들 곁을 떠나기가 아쉽기 때문일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