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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자전거 여행] 탄천과 만나는 한강 제2지류 양재천 너구리가 나온대…,팔뚝만한 물고기떼도 있네
[자전거 여행] 탄천과 만나는 한강 제2지류 양재천 너구리가 나온대…,팔뚝만한 물고기떼도 있네
  • 김대홍 기자
  • 승인 2008.06.1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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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지난 2016년 7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여행스케치>가 창간 16년을 맞이해 월간 <여행스케치>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책자에 소개되었던 여행정보 기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행지의 소식을 게재하는 이유는 10년 전의 여행지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16년 전의 여행은 어떤 것에 관점을 두고 있었는지 등을 통해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 아래에 해당 기사가 게재되었던 발행년도와 월을 첨부해 두었습니다.
2008년 6월. 사진 / 김대홍 기자
토끼풀 속에 앉아 추억의 꽃반지를 만드시나? 2008년 6월. 사진 / 김대홍 기자

[여행스케치=서울]2006년 10월 28일 중국 장쑤성(江蘇省) 쑤저우(蘇州)에서 열린 제2회 WHO 건강도시연맹 총회에서는 한강의 한 지류 하천이 도시 문제 해결을 위한 모범사례로 소개됐다. 바로 강남구, 서초구와 과천을 잇는 양재천이 이날 총회의 주인공이었다.

양재천은 청계천이 뉴스의 중심에도 서기 전인 2002년 MBC <느낌표>에 너구리가 포획되는 장면이 보도돼 큰 화제를 불러일으킨 바 있다. 이후 <양재천 너구리를 찾아라>, <양재천에 너구리가 살아요>와 같은 책이 나오기도 했다.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인 1998년 초, 나는 양재천이 바로 눈앞에 보이는 강남구 포이동에 살았다. 그때는 이미 쓰레기 하천이던 양재천이 깨끗하게 복원된 상태였다. 1995년 160억원을 들여 복원한 양재천은 당시로선 획기적인 사례였다. 아침 일찍 집을 나가 밤늦게 돌아오던 그때, 양재천을 보면서 ‘좋다’라는 생각은 했지만, 누빌 여유는 없었다.

2008년 6월. 사진 / 김대홍 기자
가녀린 꽃이 바람에 흔들거리며 인사한다. 2008년 6월. 사진 / 김대홍 기자

얼마 전 모처럼 시간을 내어 양재천을 찾았다. 양재천은 과천시 갈현동 관악산 남동계곡에서 발원한 천이다. 과천을 흐르다 서울시 강남구, 서초구를 지나 탄천과 만나면서 한강으로 이어진다. 양재동은 지금은 서울 서초구 소속이지만 과거엔 과천현 소속이었다. 삼남으로 통하는 양재역이 있어 양재동이란 이름이 붙었다.

길이는 18.5km로 왕복 37km쯤 되니 조금 뻐근하게 몸을 풀 만한 거리다. 시작은 올림픽운동장 부근. 올림픽운동장역 옆 자동차극장으로 들어가면 탄천과 양재천이 만나는 지점이 보인다. 

양재천은 원래 한강으로 바로 흘러가는 제1지류였으나, 1970년 4월부터 1975년까지 한강 하도를 넓히는 공사를 하면서 탄천 지류가 됐다. 당시 송파구 잠실동과 신천동은 부리도(浮里島)라는 섬이었는데, 그 공사 결과 지금처럼 강 이남이 돼버렸다. 그 결과 부리도 주위를 흐르던 한강 일부가 지금의 석촌호수가 됐다.

한강, 탄천, 양재천이 만나는 곳엔 카트경기장, 자동차극장, 운전연습장이 있다. 분야는 다르지만 모두 자동차와 관련 있다는 게 공통점이다. 일부러 이렇게 입주를 시켰을까? 인근 천에선 오리가 유유히 노닐고 있다. 

2008년 6월. 사진 / 김대홍 기자
잠자리채를 들고 ‘낚시’를 하는 동네 아이들. 2008년 6월. 사진 / 김대홍 기자

자전거도로를 따라 남쪽으로 달리다 탄천2교를 지나면 갈래길이 나온다. 다리를 건넌 다음 왼쪽으로 다시 한 번 틀어서 가는 길이 탄천길이고 나머지가 양재천길이다. 이 길이 다소 헷갈리니 잘 살펴보고 가는 것이 좋다. 서울에서 성남으로 가던 후배가 길을 잘못 들어 과천까지 가는 바람에 4시간이면 갈 길을 6시간 걸렸다고 하소연한 바 있다.

갈래길 주변엔 울창한 풀숲이 있고, 그 사이로 산책길이 나 있다. 자전거를 끌고 나왔더라도 이런 길에선 잠시 멈추고 풀숲 산책을 해보는 게 좋다. 풀숲 옆엔 주변을 둘러볼 수 있는 조망대가 있으니 한번 올라가 보시길. 

눈요기를 충분히 한 다음 다시 출발. 길 한쪽에서 계곡 비슷하게 만들어진 게 보인다. 저 위엔 물레방아도 있다. 자전거를 멈추고 보니 지하철역에서 나온 지하수를 이용해 만든 시설이다.

양재천엔 유난히 돌다리가 많다. 돌다리 근처는 주민들의 단골 나들이 장소다. 한 아이가 잠자리채를 들고 돌다리 위를 뛴다. 아직도 잠자리채가 쓰인다니 놀랍다. 그런데 모양새를 보니 잠자리채로 잡을 것이 잠자리가 아니라 물고기인 모양이다. 아이가 물 속을 골똘히 바라보고 있다. 

양재천길을 달리다 놀란 것이 이 얕은 하천에 사는 물고기가 제법 크다는 점이다. 팔뚝만한 물고기(잉어일까?)가 떼 지어 다니는 모습을 보면서 양재천 생태계가 꽤 풍성하다고 느꼈다.

2008년 6월. 사진 / 김대홍 기자
양재천에서 보이는 거대한 빌딩 무리. 부의 상징 타워팰리스다.  2008년 6월. 사진 / 김대홍 기자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달리니 거대한 빌딩 무리가 모습을 드러낸다. 타워팰리스다. 부의 상징인 곳이다. 아이러니하게도 타워팰리스 맞은편은 서울에서도 가장 못사는 동네에 속하는 구 포이동 266번지(현 개포4동 1266번지)이다. 

98가구 300여 주민이 살고 있는 이 판자촌 마을에서 주민등록이 등재된 가구는 채 30가구가 안 된다. 주민들은 1970년대 말, 1980년대 초 강제 이주를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현재 서류상 증거가 남아 있지 않다. 구청에서는 공유지를 불법 점거했다는 이유로 가구당 5000만~6000만원, 많게는 1억원 이상 토지변상금을 부과했다. 1억원은커녕 10분의 1도 내기 힘든 마을 사람들은 주로 고물을 수집해 생계를 이어간다. 

이 동네를 배경으로 김갑수, 조한선, 유민이 주인공을 맡은 영화 <특별시 사람들>이 만들어졌으나 아직 개봉관을 잡지 못했다. 이 영화가 개봉되면 영화 속에서 이 동네 모습을 볼 수 있다.

포이동을 보고 나니 마음이 뒤숭숭해졌다. 착잡한 마음을 안고 달리다 보니 벼농사 체험학습장이 보인다. 5월 23일 모내기를 하고 7월에 허수아비축제, 10월에 벼베기를 한다. 아마 도시에서 벼가 자라는 모습을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곳이 여기일 듯싶다. 경기도 가평군이 유기농 재배법을 모델로 하여 만든 곳이다. 이곳이 뭐하는 곳인지 아는지 모르는지 두 아이가 논둑길에서 인라인스케이트를 타고 있다.

2008년 6월. 사진 / 김대홍 기자
아기자기한 중앙공원의 토피어리. 2008년 6월. 사진 / 김대홍 기자

자전거를 자꾸 멈추게 만드는 것은 아무래도 꽃이다. 길 양쪽을 가득 메운 봄꽃들이 그렇게 예쁠 수 없다. 아주머니 한 분이 꽃밭 가운데서 뭔가를 고르느라 여념이 없다.

서초구 지역으로 들어가서 달리다 보면 다시 갈림길이 나온다. 왼쪽은 청계산 가는 길, 오른쪽이 과천 방향이다. 오래지 않아 과천시 진입. 풍경이 확 달라진다. 강남구~서초구 지역은 아주 잘 차려진 서양식 레스토랑 같은 느낌이다. 그에 반해 과천시 구역은 된장국 냄새가 어울리는 시골 한식당 분위기다.

과천시 영역에 들어서면 여섯 개나 되는 양재천 지류 하천을 보게 된다. 가장 먼저 돌무개천이 나타나고삼붓골천, 무네미천, 삼거리천, 관문천, 홍촌천이 뒤를 잇는다.

주변에 집은 거의 없고 보이는 건 풀이요, 나무다. 콘크리트 가득한 도시에 질렸다면 굳이 멀리 갈 것도 없다. 자전거를 타고 양재천 길을 달리다보면 인가도 드문드문 보이는 시골 같은 곳을 보게 된다. 자전거를 세우고 잠시 한숨 자고 일어나면 이곳이 서울인지, 경기도 어디인지, 아니면 이름도 알 수 없는 시골 인지 가늠하기 힘들 것 같다.

하나씩 지류 하천을 만나다 보니 어느새 종점. 그 끝엔 과천 중앙공원이다. 갖가지 토피어리가 가득하다. 병사, 용, 가족 곰, 꽃 등 다양하다. 사진기를 들고 나온 가족들이 토피어리 앞에서 열심히 자세를 잡는다. 나도 적당한 토피어리 앞에서 나 홀로 사진을 찍었다. 찍고 보니 제법 근사하다. 역시 사진은 배경이 중요하다.근처엔 가게가 있으니 적당히 영양을 보충하며 돌아갈 준비를 할 것. 단 접이식 미니벨로(20인치 이하 자전거)라면 근처 과천역을 이용해서 돌아갈 수도 있다. 가게에서 힘 나는(?) 과자와 두유 한 잔을 마시고 다시 서울을 향해 페달을 밟았다. 불어오는 바람이 참 시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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