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스케치=광주] 습지 위에서, 수풀 사이에서 발견하는 신비로운 생명의 환희들. 자연과의 숨바꼭질이 재미있다. 꽃, 풀, 곤충, 새까지 다양한 생태계가 공존하는 경안천습지생태공원으로의 산책.
경안천습지생태공원은 남한산성, 앵자봉, 천진암 등과 함께 경기도 광주 8경 중 하나로 꼽힌다. 때문에 잔뜩 멋들어진 풍경을 예상했다면 기대보다는 첫인상이 소박하다는 느낌이 들 수도 있겠다. 그러나 생태공원은 오밀조밀 들여다볼 게 많다.
풀이 무성한 공원 입구에서부터 바로 습지로 연결된다. 연꽃을 가까이에서 관찰하고 다른 군락과 산책로가 연결되게 하기 위해 나무데크가 설치되어 있다. 뚜벅뚜벅 나무에서 전해지는 발자국 소리가 경쾌하다.
구불구불 생태계 탐방길
습지와 부들 군락을 감상하면서 10분쯤 걸었을까. 갖가지 곤충이 여기저기에서 튀어 올라 사방에서 놀래킨다. 다리에 살포시 안착한 거미를 떼어내니, 그새 벌이 ‘웽웽’거리며 귓가를 맴돈다. 잠시 후 ‘펄떡’이는 소리에 저절로 어류서식처에 시선이 꽂혔다. 저만치에 앉아 있던 습지 위 철새도 ‘푸드덕’ 힘찬 날갯짓을 하며 푸른 배경 속으로 점점 멀어져간다. 자연이 만들어내는 풍경도 풍경이지만 이런 작은 소리가 이루는 화음도 아름답다. 다큐멘터리에서나 담아낼 법한 자연의 소리를 최상의 음질로 듣고 있는 것 같다.
드문드문 새의 행적이 보이니 생태공원에는 철새가 얼마나 있나 궁금해졌다. 동행한 광주시청 공원개발과 이세진 씨는 “물닭, 쇠오리, 알락오리 등의 철새를 늦가을과 겨울에 좀 더 많이 볼 수 있다”고 말한다.
공원은 산책로가 2㎞로 모두 돌아보는데 30분 정도 걸린다. 길 대부분이 S자 형태로 구불구불해 생태계 구석구석에 발길이 가고 눈길이 닿는다. 습지와 어류 서식처, 부들 군락지, 갈대 군락지를 지나 다다른 수변 산책로가 공원에서 가장 경치가 좋은 곳이란다. 왼쪽으로는 공원에서 경안천으로, 경안천에서 팔당호로 유유히 흐르는 물길이 평화롭고, 오른쪽으로는 부들 군락이 푸른 융단처럼 펼쳐져 있다.
자연자원으로 깨끗해지는 팔당호
습지는 생태학적으로도 꼭 필요한 지형이다. 이곳은 1973년 팔당댐이 건설되면서 광주시 일대의 농지와 저지대가 침수되었는데 이것이 자연히 습지로 변하였다. 여기에 한강수계 상수원 수질 개선 계획에 따라 경안천이 연계돼 1만6000㎡ 규모의 습지생태공원이 생겨났다. 정화력이 뛰어난 연꽃, 노랑꽃창포, 물수세미, 개구리자리 등의 자연자원으로 한강으로 유입되는 물을 더 깨끗하게 한다는 취지다. 과거 팔당호의 수질오염을 일으키는 주범으로 지적되던 경안천이 공원 조성 후 차츰 생태계가 복원되고 있단다.
공원은 생태학습장으로도 훌륭하다. 조류관찰대 7개, 해설판 7개가 설치되어 있다. 왕벚나무, 단풍나무, 감나무 외에 다양한 나무도 풍성한데 최근 백련과 홍련, 산철쭉, 무궁화 등을 식재하며 꾸준히 보완작업을 하고 있다.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 다소 지루할 수도 있겠으나 실은 그 자체가 생태 관찰지이자 최적의 놀이터라는 생각을 해본다. 생태공원 산책길 이면에 기존 자연자원으로 우리가 마실 물을 맑게 하겠다는 의지가 녹아 있으니 더 반갑다.
오늘은 넉넉한 자연의 품속에서 마음을 편안히 가라앉히고, 여유롭고 고즈넉한 오솔길을 따라 천천히, 그리고 더 느리게 걷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