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스케치=인천] 정보만 있으면 단돈 1000원에 내 맘대로 여행이 가능하다.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시티투어버스에 버금가는 시내버스 노선이 바로 그 답이다. 차이나타운과 자유공원, 신포문화의 거리, 수도국산 달동네박물관, 월미도 등 시내버스 타고 떠나는 인천 여행! 가벼운 주머니도 문제없다.
차이나타운과 근대건축물탐방거리
화교들의 생활을 엿볼 수 있는 우리나라 대표 문화관광특구다. 서울에선 거의 사라진 화교들의 문화가 여전히 남아 있는데다 주변에 복원된 근대문화유산 또한 볼거리다. 제1패루를 지나면서부터 본격적인 중국 여행이 시작되는데, 길 양옆으로 죽 늘어선 화상들의 가게와 중국 요릿집들을 보면 제법 이국적인 분위기가 풍긴다.
또 차이나타운을 지나 청·일조계 경계지를 지나면서부터는 근대건축물 탐방이 시작된다. 우리나라에서 제일 먼저 개항한 곳이자 개화기 서구문물이 들어온 곳답게 그와 관련된 다양한 건축물이 남아 있다. 구 일본18은행, 구 58은행, 구 인천우체국, 제물포구락부, 답동성당 등이 남아 있고, 각국 영국영사관이나 인천해관, 존스턴별장 등은 소실되어 근대건축전시관에서 모형과 사진으로 만날 수 있다.
특히 구 일본18은행을 개조한 근대건축전시관과 제물포구락부, 답동성당 등은 비교적 원형이 잘 보존되어 있어 아이들의 역사교육 사료로의 활용도 기대해볼 수 있다. 한편 중구청 뒷길, 제물포구락부 뒤편으로 올라가면 우리나라 최초의 서구식 공원인 자유공원에 이를 수 있다.
상징적인 조형물인 맥아더 장군상으로 유명하지만 사실은 인천 시민들의 쉼터 역할을 톡톡히 하는 곳이다. 주말이면 각종 문화행사가 공원광장에서 열리고 멀리 인천항도 보여 전망이 그만이다. 차이나타운과 자유공원을 둘러보는 데 걸리는 시간은 넉넉잡아 2시간~2시간 30분 정도로 예상하면 된다.
신포문화의 거리
인천을 대표하는 재래시장으로 그 활기만큼은 백화점이나 대형 마트 버금간다. 자유공원에서 홍예문 방향으로 약 10분 정도 내려가면 되는데, 이 일대는 인천시청이 구월동으로 이전하기 전까지 인천의 중심지였던 곳이다.
신포시장 역시 중국인들의 식문화에 영향을 받아 탄생한 공갈빵과 산동만두 등 이색 먹을거리를 접할 수 있는데, 특히 시장 입구에 자리한 닭강정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시장 내에 닭강정집이 몇 군데 더 있지만 일단은 사람들로 가장 북적이는 곳으로 가면 성공이다.
상표 등록까지 마친 원조신포닭강정이 가장 오래됐고 유명하다. 같은 이름의 가게 두 곳이 마주보고 있는데, 자매가 운영하는 것. 주말과 평일 할 것 없이 항상 줄을 서야 할 정도이지만 한번 맛보면 꼭 다시 찾게 되는 신포시장을 대표하는 맛이다. 대(大)는 1만2000원, 중(中)은 7000원이며 2~3명이 함께 먹는다면 중(中) 사이즈가 적당하다. 프랜차이즈로 유명해진 신포우리만두의 원조도 이곳 시장 내에 있다.
수도국산 달동네박물관
인천을 대표하는 달동네가 없어진 자리에 생겨난 추억의 공간이다. 수도국산의 원래 이름은 송림산이지만 일제강점기 산꼭대기에 세워진 수도국(水道局)에서 그 이름이 유래했다. 개항 후 일본인들이 전동 지역에 많이 살게 되자 조선인들은 이곳으로 쫓겨오다시피 했고 수도국산은 가난한 사람들의 보금자리가 되었다. 이어 한국전쟁 때에는 피난민들이, 1960~70년대에는 일자리를 찾아 몰려든 사람들로 북적이던 전형적인 달동네였다.
현재는 아파트와 공원으로 탈바꿈해 옛 모습을 찾을 수 없지만 기억 속에서 사라져가는 수도국산 달동네를 잊지 말자는 취지에서 박물관을 열게 되었다. 현재 전시되어 있는 물건 중 상당수는 달동네에서 힘겹지만 정겨운 시간을 보냈던 사람들이 기증한 것이다.
공동변소와 수도, 야학당 등이 있는 공동구역을 비롯해 이발소와 담배가게 등 상가구역, 가족들의 생활구역으로 나뉘어 전시를 하고 있다. 복원된 것이긴 하지만 연세 지긋한 분들은 적잖은 감동을 받고 갈 정도로 생생하게 꾸며져 있다.
한국이민사박물관
지난 6월 문을 연 우리나라 최초의 이민사박물관으로 월미공원 내에 자리하고 있다. 1902년 12월 22일 인천 제물포항을 출발해 미국 하와이로 떠난 121명의 이민 1세대들의 삶과 애환을 그린 곳이다. 4개 전시실에 걸쳐 지난 세월 동안의 시대별 이민사와 미국과 중국, 러시아, 중남미 등에 뿌리를 내린 한인들의 자료 4000여 점이 전시되어 있다.
이민의 출발지였던 개항 당시의 인천의 모습과 국내 정세 및 하와이의 상황을 살펴볼 수 있다. 1902년 첫 공식 이민이 이루어질 당시의 황성신문에 나왔던 기사들과 이민 모집 광고, 최초의 여권 등도 볼 수 있다. 또한 이민자들을 싣고 하와이로 떠난 첫 선박인 갤릭호 모형을 통해 당시 이민자들의 길고 험난했던 여정도 체험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