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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여행 플러스] 프랑스 문화마을 ‘쁘띠 프랑스’  언덕 위 하얀 집에서 보낸 ‘멋진 하루’
[여행 플러스] 프랑스 문화마을 ‘쁘띠 프랑스’  언덕 위 하얀 집에서 보낸 ‘멋진 하루’
  • 최혜진 기자
  • 승인 2008.10.1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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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지난 2016년 7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여행스케치>가 창간 16년을 맞이해 월간 <여행스케치>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책자에 소개되었던 여행정보 기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행지의 소식을 게재하는 이유는 10년 전의 여행지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16년 전의 여행은 어떤 것에 관점을 두고 있었는지 등을 통해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 아래에 해당 기사가 게재되었던 발행년도와 월을 첨부해 두었습니다. 
2008년 10월. 사진 / 최혜진 기자
쁘띠 프랑스 전경. 2008년 10월. 사진 / 최혜진 기자

[여행스케치=가평] 프랑스 서쪽에는 중세의 모습이 잘 보존된 ‘쁘띠 프랑스(La Petite France)’라는 전통마을이 있다. 가평의 ‘쁘띠 프랑스’는 그곳을 그대로 옮겨온 듯한 프랑스 테마 마을이다. 언덕 위에 흩뿌려진 하얀 건축물과 푸른 하늘과의 조화, 마치 동화 속 마을로 걸어 들어온 것만 같다. 

신혼여행을 다녀온 친구의 미니홈피 속에서 눈부시게 하얀 섬을 보았다. 쪽빛 바다를 행해 조금씩 낮아진 절벽에 석회를 바른 뽀얀 우윳빛 건축물의 향연. 지중해의 어느 섬은 갓 탄생된 부부의 눈에 담긴 사랑만큼이나 아름다웠다. 그렇게 품게 된 ‘하얀 로망’은 꼭 한 번 그곳으로의 여행을 다짐하게 했다.

그런데 먼 훗날에나 지킬 수 있을 법한 약속이었던 그 로망을 어느정도 채워줄 곳을 찾았다. 푸른 바다는 아니지만 청평호수가 시원하게 펼쳐져 있고, 옹기종기 모여 앉은 하얀 집이 하늘 아래 더 순수하게 빛나는 곳, 가평의 ‘쁘띠 프랑스’이다. 

2008년 10월. 사진 / 최혜진 기자
 150년 전 프랑스 고택을 옮겨온 전통 주택전시관. 2008년 10월. 사진 / 최혜진 기자

‘작은’, ‘귀여운’이라는 뜻의 ‘쁘띠’와 프랑스 문화가 만나 이루는 ‘쁘띠 프랑스’. 이름 그대로 프랑스 문화를 즐길 수 있는 작은 마을로 거제도의 명물인 외도를 설계한 건축가의 작품이란다. 프랑스문화마을이라고 하면 서래마을처럼 프랑스인들이 모여 사는 곳이라 생각할 수 있겠지만, ‘쁘띠 프랑스’는 누구나 들어올 수 있는 곳이다.

언덕 위에 뿌려놓은 ‘하얀 마법’ 속으로 걸어 들어간다. 둥그런 야외무대를 둘러싼 광장이 먼저 반긴다. 광장을 중심으로 길은 거미줄처럼 뻗어나가 있다. 길과 건물이 만나고 다시 길과 길은 연결된다. 그래서 길을 따라가면 오르골 하우스도 나오고, 기념품 가게나 소극장도 나온다. 그리고 그 길은 다시 작은 광장으로 깔때기처럼 모인다. 

낮고 하얀 담이 부드럽게 둘러처져 있는 길을 걷다가 150년 전의 프랑스 고택을 그대로 옮겨온 전통 주택전시관에 발길이 멈추었다. 안을 들여다보니 프랑스 고가구들 위에는 오랫동안 여러 사람의 손때가 묻은 책이 놓여져 있다. 이런 아기자기한 소품들이 고택의 예스러움을 완성하는 듯하다.  

2008년 10월. 사진 / 최혜진 기자
<어린 왕자> 친필 원고가 전시된 생텍쥐페리 기념관. 2008년 10월. 사진 / 최혜진 기자

고택을 지지하는 나무 기둥에서도 연륜이 묻어난다. 못질을 하지 않고 나무를 끼워 맞춰 지은 형식이 한옥과 비슷하단다. 정말 서까래나 지붕을 얹은 매무새가 우리의 것과 꽤 닮아 있다. 그래서 이 프랑스 고택이 낯설지 않았나보다.

고택을 나오는데 허브하우스 쪽이 시끌벅적하다. MBC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 촬영 준비가 한창이다. 드라마 촬영이 끝날 때까지 건물 한 채를 비워줄 모양이다. 내친김에 촬영하는 모습도 보고 싶었지만 아직 배우가 도착하려면 조금 기다려야 한단다. 건물 안에 피아노만 덩그러니 있을 뿐이다. 

또다시 이리저리 꼬인 길을 따라 걷는다. 미로 끝의 출구를 찾은 것처럼, 작은 광장 모퉁이에 생텍쥐페리기념관과 마주한다. 기념관에는 <어린 왕자>가 완성되기까지 습작 과정이 친필 원고로 전시되어 있다. “생텍쥐페리 문화재단과 계약을 맺고 있어 가능한 일”이라는 것이 원유욱 홍보담당자의 설명이다. 

기념관 밖의 어린 왕자는 다시 분출될지 모르는 화산을 위해 분화구를 열심히 청소 중이다. 문득 비행기를 타고 홀연히 사라진 생텍쥐페리처럼, 소행성 B612의 어린 왕자도 그 행방이 궁금하다. 꽃, 별, 어린 왕자가 있는 ‘쁘띠 프랑스’에서 얼마쯤은 동심을 찾아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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