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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라오스 기행 ②] 이곳에선 다 내려놓으세요 Laos 팍세
[라오스 기행 ②] 이곳에선 다 내려놓으세요 Laos 팍세
  • 조정원 기자
  • 승인 2013.02.2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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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지난 2016년 7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여행스케치>가 창간 16년을 맞이해 월간 <여행스케치>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책자에 소개되었던 여행정보 기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행지의 소식을 게재하는 이유는 10년 전의 여행지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16년 전의 여행은 어떤 것에 관점을 두고 있었는지 등을 통해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 아래에 해당 기사가 게재되었던 발행년도와 월을 첨부해 두었습니다.  
2013년 3월 사진 / 조정원 기자
2013년 3월 사진 / 조정원 기자

[여행스케치=라오스] 미지의 땅에서 아무런 구속 없이 한없이 게을러지는 상상을 해본 적이 있는가? 배가 고프면 밥을 먹고 졸음이 쏟아지면 따스한 햇살 아래 해먹에 누워 흔들흔들 낮잠을 청한다. 그러다 조금 무료해지면 맥주 한 병 손에 들고 강변을 따라 산책한다. 마음 가는 대로 즐기는 진정한 휴식 여행. 라오스 팍세에선 상상이 곧 현실이 된다.  

태국, 베트남, 캄보디아 등 동남아시아의 전통 관광 대국 못지않게 최근 급속히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나라가 있다. 라오스이다. 특히 수도 비엔티안을 비롯해 도시 전체가 세계문화유산인 북부의 루앙프라방, 레포츠의 도시 방비엥은 입소문을 타고 관광객의 발길이 늘고 있다. 

2013년 3월 사진 / 조정원 기자
“돼지고기 맛이 끝내줘요.” 길거리 음식을 맛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2013년 3월 사진 / 조정원 기자

그러나 남부 지역은 아직 많이 알려지지 않은 상태이다. 배낭여행자들이 올린 몇 장의 사진과 후기가 전부일 뿐 아직 본격적인 여행지로 알려지지 않았다. 그렇다고 라오스 남부 지역에 볼거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북부에 루앙프라방이 있다면 남부에는 팍세가 있다. 여기에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사원 왓 푸가 있으며, 무려 4000여 개의 섬이 떠 있는 매콩 강변의 시판돈도 빼놓을 수 없다. 시판돈엔 멸종 위기종인 이라와디돌고래가 살고 있다. 무엇보다 때 묻지 않은 천혜의 자연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어 미지의 땅을 탐험하며 나만의 자유를 누리는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다.

2013년 3월 사진 / 조정원 기자
메콩 강 위에 떠 있는 게스트하우스. 2013년 3월 사진 / 조정원 기자

섬 넘어 섬, 시판돈
황토 빛깔을 띤 잔잔한 메콩 강 위에 크고 작은 섬이 점점이 떠 있다. 그 수만 무려 4000여 개. 그래서 이름도 라오어로 4000개의 섬을 뜻하는 시판돈(Si Phan Don)이다. 우기와 건기에 따라 섬의 수가 달라지는데 11~4월 건기에 가장 많은 섬을 볼 수 있다.

남부 최대 도시 팍세에서 3시간가량 차를 타고 남쪽으로 달리면 선착장 반나카상에 도착한다. 이곳에서 시판돈으로 가는 배를 탄다. 관광객이 가장 많이 찾는 섬은 돈콘, 돈뎃, 돈콩. 배를 타고 가는 내내 섬과 섬 사이를 요리조리 피해 가는데 정말 4000개의 섬이라는 말이 과장이 아님이 실감 난다. 물가에서 빨래를 하는 사람, 자그마한 배를 타고 낚시를 하는 사람, 섬에서 다이빙을 하며 물놀이를 하는 사람, 맥주 한 병을 손에 들고 튜브 위에 누워 유유히 메콩 강변을 떠다니는 사람 등 스쳐 지나가는 모든 풍경이 한적하기 그지없다. 무엇이 그리 행복한지 사람들의 얼굴에는 웃음기가 가득하다. 보고만 있어도 덩달아 한없이 마음이 느긋해진다. 현지 가이드 목(Mook) 씨의 말에 따르면 우연히 배를 타고 들어왔다가 시판돈의 묘한 분위기에 빠져 며칠씩 머무는 사람이 많단다. 정해진 일정에 맞춰 빠듯하게 여행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이들을 대상으로 최근 강변을 따라 게스트하우스가 많이 들어섰다. 해 질 녘 풍경이 특히 압권이라고 하니 며칠씩 머무르며 여유를 즐겨보는 것도 좋겠다.

2013년 3월 사진 / 조정원 기자
이라와디돌고래를 만나러 가는 길 2013년 3월 사진 / 조정원 기자

메콩 강의 보물, 이라와디돌고래
시판돈에서 가장 볼거리가 많은 곳이 돈콘이다. 돈콘은 반나카상에서 배로 약 25분 거리. 돈콘과 캄보디아의 국경 지역에서 멸종 위기종인 이라와디돌고래를 만날 수 있다. 메콩 강의 풍부한 먹이를 찾아 살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한때는 수천 마리가 넘는 돌고래가 살았지만 지금은 150여 마리만이 남아 겨우 종족을 보존하고 있다. 

시야에서 하나둘 섬이 사라지고 바다와 닮은 드넓은 강이 펼쳐질 즈음 강 한가운데에 배가 멈춰 선다. 모터가 꺼지자 순식간에 고요한 정적. 얼마나 지났을까, 순간 저 멀리 ‘푸우’하고 풍선에서 바람 빠지는 소리가 들린다. 이라와디돌고래다. 이쪽에서 ‘푸우’, 저쪽에서 ‘푸우’. 눈 깜짝할 사이에 수면 위로 고개를 내밀었다가 이내 사라져버려 자세히 볼 수는 없지만 수족관이 아닌 자연에서, 바다가 아닌 강에서, 그것도 멸종 위기종이라는 이라와디돌고래를 눈으로 직접 확인하니 마치 꿈인 듯 극적이다. 

또 다른 볼거리는 리피(Liphi) 폭포. 돈콘과 돈뎃 사이에 강물이 요동치며 굽이쳐 흐르는 곳이다. 사실 폭포라기보다는 계곡에 가깝다. 그러나 잔잔한 메콩 강만 보다가 리피 폭포를 보니 생동감이 넘치는 게 가히 폭포라는 명칭이 무색하지 않다. 이곳에선 나쁜 영혼이 물살과 함께 씻겨 내려간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빠른 물살을 따라 튜빙을 즐기거나 카약을 탈 수도 있다. 더불어 캄보디아 국경 부근에선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규모가 크다는 콘파펭(Khone Phapheng) 폭포도 볼 수 있다. 

유유히 섬을 거닐며 군데군데 길거리 음식을 사먹는 재미도 쏠쏠하다. 바나나, 수박 등 과일부터 사슴, 쥐고기 등을 판매하는데 무엇보다 돼지고기가 일품. 우리나라에서 먹은 돼지고기와는 차원이 다르다. 자유로이 방목해 육질이 탄탄하고, 우리나라에서 이른바 황금탄이라 불리며 고가에 팔리는 라오스 숯으로 구워 맛이 훌륭하다. 

또 프랑스 식민지 시절 라오스의 물자를 실어가기 위해 프랑스에서 설치했다는 철도와 다리 등 지난 역사의 흔적도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2013년 3월 사진 / 조정원 기자
복원 공사가 진행 중인 세계문화유산 왓 푸. 2013년 3월 사진 / 조정원 기자

세계문화유산 왓 푸 
도시 전체가 세계문화유산인 루앙프라방이 라오스 북부를 대표한다면 남부에는 왓 푸(Wat Phu)가 있다. 팍세 시내에서 약 37km 떨어진 곳에 자리한 고대 힌두·불교 사원으로, 왓(Wat)은 사원을, 푸(Phu)는 산을 뜻한다. 즉, 산에 있는 사원이라는 의미이다. 루앙프라방에 이어 라오스에서 두 번째로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곳이다. 5세기 크메르 왕국 때 힌두교 시바(Shiva) 신을 기리는 신전으로 축조되었다가, 후에 불교가 국가 종교로 공인되면서 신전 안에 불상 등 불교 유적이 들어서게 되었다. 지금은 힌두교와 불교가 혼합된 독특한 사원으로 라오스 사람들의 대표적인 성지순례 장소로 손꼽힌다.

산에 있는 사원이라는 이름답게 뒤로 푸 카오(Phou Khao) 산이 우뚝 솟아 있다. 그런데 산의 정상이 유독 볼록하게 튀어나와 있다. 힌두교 시바 신의 상징인 남근상이다. 사원으로 오르는 길목에도 양옆으로 남근상이 빼곡하다. 신성한 곳에만 심는다는 라오스 국화 참파나무도 곳곳에 심어져 있다. 본당으로 들어가면 힌두교와 불교 유적이 혼합된 흔적이 더욱 뚜렷하다. 외부에는 힌두교를 상징하는 신들이, 내부에는 부처상이 자리를 지킨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너무 많이 훼손되었다는 것. 캄보디아의 앙코르와트보다 300여 년이나 먼저 지어진 소중한 유산이라지만 지금은 여기저기 건물이 부서져 내렸고, 돌더미도 아무렇게나 널려 있다. 돌마다 번호가 새겨져 있는데 지금 한창 제자리를 찾아주는 복원 공사가 진행 중이란다. 박물관에서 왓 푸에 관련된 역사적 사실을 좀 더 자세히 배울 수 있다. 

해마다 2월엔 보름달이 뜨는 날을 기준으로 왓 푸 축제가 열린다. 올해는   2월 20~25일에 열릴 예정. 사원 주변으로 화려하게 등을 밝히고 물소싸움, 닭싸움, 점 보기 등의 행사가 펼쳐진다고 한다.

2013년 3월 사진 / 조정원 기자
팍세 시내에 있는 시누크 카페. 2013년 3월 사진 / 조정원 기자

커피의 산지, 볼라벤 고원
지난해 우리나라를 강타한 태풍 볼라벤(Bolaven)을 기억하는가. 볼라벤은 라오스 남부에 있는 고원의 이름이다. 평균 해발 1000m가 넘는 고지대로, 커피 생산지로 널리 알려져 있다. 커피를 본격적으로 재배하기 시작한 것은 1920년 프랑스 식민지 시절부터. 기후는 물론 토양이 양질의 화산토로 이루어져 있어 커피 재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주로 독일, 스페인, 이탈리아, 프랑스, 네덜란드 등의 유럽연합(EU)과 미국, 일본 등에 수출하고 있다. 우리나라엔 아직 널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꾸준히 수출이 늘고 있다. 지난해 서울 영등포에 처음으로 라오스 커피 전문점이 생겨 이슈가 되기도 했다. 

2013년 3월 사진 / 조정원 기자
120m 높이를 자랑하는 거대한 탓 판. 2013년 3월 사진 / 조정원 기자

세계적인 산지인지라 볼라벤 고원은 그야말로 온통 커피나무다. 빨간 열매가 알알이 맺혀 있고, 짙푸른 잎이 반들반들하다. 특히 시누크(Sinouk) 커피가 유명한데 팍세 시내 한복판에 자리한 시누크 커피숍에서 라오스의 명품 원두를 구입할 수 있다. 

한편 볼라벤 고원은 폭포가 많기로 유명하다. 그중 하나가 탓 판(Tad Fane). 팍세에서 팍송 쪽으로 16번 도로를 따라가다가 열대림이 우거진 숲길로 들어가면 우르르 거센 물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120m 높이에서 두 개의 물줄기가 떨어져 쌍둥이 폭포라 불리기도 한다. 너무 깊다 보니 폭포의 바닥을 볼 수는 없다. 아무 생각 없이 바라보고 있자니 왠지 120m 절벽 끝으로 몸이 빨려 들어가는 듯한 묘한 착각에 빠지게 된다. 우기에는 지금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어마어마한 수량을 자랑한다고. 

2013년 3월 사진 / 조정원 기자
탓 유앙에선 근접해서 폭포를 볼 수있다. 2013년 3월 사진 / 조정원 기자

탓 판에 비하면 규모는 작지만 인근의 탓 유앙(Tad Yuang)도 볼만하다. 이곳에선 폭포 바로 아래를 거닐 수 있다. 다만 물보라가 튀어 눈을 뜨기 힘들고 옷도 순식간에 젖는다. 운이 좋으면 무지개도 볼 수 있다.

라오스 여행 상식
여행 시기 여행하기 가장 좋은 시기는 건기인 11월에서 4월. 우리나라 초가을 날씨와 비슷하다. 단, 일교차가 심하므로 반드시 겉옷을 챙길 것. 
통화 공식 화폐는 킵(kip). 1달러는 약 8000킵이다. 

종교 전 국민의 90%가 불교 신자다. 남자는 평생에 한 번은 꼭 승려가 되는데, 보통 우기에 약 3개월가량 승려 생활을 한다. 요즘엔 1~2주 정도로 단축되기도 한다. 양해를 구하고 사진을 찍는 것은 좋지만 특히 여자는 절대 승려와 신체 접촉을 해서는 안 된다. 

음식 주로 유기농 채소로 요리해 흔히 말하는 ‘웰빙식’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조미료를 넣는 경우가 많으므로 식당에서 주문 전에 조미료를 빼 달라(현지 발음으로 버싸이 뺑누아)고 말하는 것이 좋다. 카오니우(Khao niew)와 찰밥이 주 메뉴. ‘라오 맥주’도 빼놓을 수 없다. 

언어 공통어는 라오어. 프랑스어, 영어, 중국어, 타이어, 베트남어도 쓰인다.  

시간 한국보다 2시간 느리다.

전압 220v.

항공·교통 진에어에서 인천을 출발해 비엔티안으로 가는 직항을 운항한다. 성수기인 2월까지는 월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운항하지만 3월부터는 화·수·금·토요일에만 운항한다. 팍세로 가려면 비엔티안에서 국내 항공을 이용한다. 1시간 정도 소요. 버스를 이용하면 10시간 남짓 걸린다. 시내 곳곳에선 툭툭(오토바이를 개조한 교통수단)을 타고 다니거나, 오토바이·자전거를 대여한다. 단, 대여 시엔 여권을 맡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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