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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근교 여행] 박물관 옆 미술관, 미술관 옆 공원 한국의 무라노, 대부도 유리섬
[근교 여행] 박물관 옆 미술관, 미술관 옆 공원 한국의 무라노, 대부도 유리섬
  • 조정원 기자
  • 승인 2013.01.1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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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지난 2016년 7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여행스케치>가 창간 16년을 맞이해 월간 <여행스케치>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책자에 소개되었던 여행정보 기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행지의 소식을 게재하는 이유는 10년 전의 여행지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16년 전의 여행은 어떤 것에 관점을 두고 있었는지 등을 통해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 아래에 해당 기사가 게재되었던 발행년도와 월을 첨부해 두었습니다.  
2013년 2월 사진 / 조정원 기자
2013년 2월 사진 / 조정원 기자

[여행스케치=안산]  자칫 잘못하면 와장창 깨지고 마는 딱딱한 유리가 말랑말랑 녹아내리고 부풀어 오른다? 심지어 순식간에 전혀 다른 모양으로 뚝딱 변신하기도 한다. 신비로운 유리의 향연에 한시도 눈을 뗄 수 없는 곳, 바로 대부도 유리섬이다.

이탈리아 베네치아 인근의 무라노 섬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일찍이 10세기부터 유리를 만들기 시작한 이 섬은 현재 전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유리 생산지이다. 원래 베네치아 전역에서 유리를 생산했는데, 다른 지역으로의 기술 유출을 막기 위해 13세기경 공예가들을 무라노 섬으로 강제 이주시켰다. 그로 인해 섬 전체가 유리의 섬으로 명성을 떨치게 되었다. 실제로 무라노 섬엔 유리공예박물관뿐 아니라 눈길 닿는 족족 유리 공예품을 만날 수 있다. 섬 전체가 유리 전시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13년 2월 사진 / 조정원 기자
유리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생생하게 보고 체험할 수 있다. 2013년 2월 사진 / 조정원 기자

그런데 우리나라에도 무라노를 닮은 유리의 섬이 있다. 보고 만지고 즐기며 유리에 관한 모든 것을 배울 수 있는 유리섬이 2012년 9월 경기도 안산시 대부도에 들어섰다. 


시화방조제를 지나 20분 남짓 더 달리면 대부도 깊숙이 자리한 유리섬에 도착한다. 유리로 만든 귀여운 캐릭터의 손짓을 따라 발을 들여놓는데, 박물관 건물이 아담하게 보일 정도로 규모가 어마어마하다. 4만3000m² 허허벌판이었던 공간이 바다, 갯벌, 갈대숲 등의 자연과 어우러진 하나의 거대한 유리 테마 공원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박물관에 이르는 길엔 갖가지 재미있는 포즈를 취한 사람, 외계인, 동물 등의 이색 조각품이 가득한 야외조각공원이 조성되어 있다. 추운 겨울임에도 이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이 제법 북적거린다. 천천히 조각품을 둘러보며 발아래 화살표를 따라간다. 첫 번째로 도착한 곳은 바로 유리박물관. 육중한 문이 열리면 마침내 새로운 세계가 펼쳐진다. 
깜깜한 실내엔 화려한 조명을 받은 유리공예품이 반짝반짝 빛나고 있다. 설원을 달리는 뽀로로와 그의 친구들, 공주님을 기다리는 호박 마차, 바오바브나무 곁에 선 어린 왕자 등 귀여운 캐릭터들이 유리공예품으로 화려하게 변신하였다. 모두 공예가들이 손수 만든 예술 작품들이다.

2013년 2월 사진 / 조정원 기자
반짝반짝 빛나는 동화 속 세상, 유리섬 유리박물관. 2013년 2월 사진 / 조정원 기자

“우아, 예쁘다!”

코너를 돌며 새로운 작품을 만날 때마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백이면 백 모두 감탄사를 터뜨린다. 휘황찬란한 미로 같은 길을 걷고 있자니 마치 동화 속 파티장에 한 걸음 한 걸음 가까워지는 것만 같다. 

한동안 넋을 놓고 공예품을 감상하다 보면 유리공예 시연장으로 이어진다. 공예가가 유리를 만드는 모습을 바로 앞에서 지켜볼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이다.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유리 제품은 모두 1200~1300℃에 달하는 높은 온도에서 만들어진 것입니다. 오늘은 꽃 모양의 접시를 만들 텐데요, 어떻게 탄생하는지 한번 잘 지켜보세요.”

공예가가 분주히 움직이며 뜨겁게 달군 유리를 다듬기 시작한다. 기다란 봉 끝에 매달린 자그마한 유리를 입으로 불기도 하고, 이리저리 돌리며 틀을 다지기도 한다. 이 과정을 수차례 반복하는데, 시시각각 변하는 유리의 형상에 한시도 눈을 뗄 수가 없다. 어느덧 유리가 조금씩 커지더니 꽃봉오리에서 꽃이 피듯 일순간 활짝 그릇 모양으로 바뀌었다. 관람석에서 터져 나오는 박수갈채. 30분이라는 시간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훌쩍 지나간다. 

2013년 2월 사진 / 조정원 기자
투명한 유리 결정체가 모여 아름다운 백마가 탄생했다. 2013년 2월 사진 / 조정원 기자

“다른 지역에도 유리박물관이 있지만 유리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상세히 보여주는 곳은 매우 드뭅니다. 게다가 바로 코앞에서 볼 수 있어서 관람객들의 반응이 아주 뜨겁지요.”

손관목 실장의 이야기. 아닌 게 아니라 시연이 끝나고 난 후에도 관람객들의 발길이 좀처럼 끊이질 않는다. 다 만든 유리 접시는 또다시 500~700℃의 온도에서 식혀주어야 하기 때문에 완성품을 볼 순 없지만 미리 만들어놓은 작품을 보기 위해 사람들이 자꾸만 앞으로 몰려든다. 

이렇게 보는 것만으로 아쉽다면 바로 옆 유리공예 체험장에서 직접 만들어볼 수도 있다. 입으로 블로 파이프(blow pipe)를 불어 컵을 만들고, 유리봉을 녹여 액세서리를 만든다. 특히 목걸이 만드는 체험이 인기. 유리봉을 녹여 하트 모양으로 다지는데, 말랑말랑한 유리를 가위로 자르는 부분에선 체험을 하는 아이나 곁에서 사진을 찍으며 지켜보는 부모님이나 모두 신기해서 한동안 입을 다물지 못한다. 

2013년 2월 사진 / 조정원 기자
맥아트미술관에서 유리 공예뿐 아니라 다양한 예술 작품을 관람할 수 있다. 2013년 2월 사진 / 조정원 기자

체험을 마친 후엔 맥아트미술관이 기다리고 있다. 유리공예뿐 아니라 그림, 조각 등의 다양한 예술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그야말로 유리섬 전체가 예술의 섬인 셈. 

박물관, 시연장, 체험장, 미술관을 모두 둘러본 후엔 박물관 뒤편에 조성된 갈대숲과 사랑을 테마로 한 조각품이 전시된 러브로드를 따라 한가로이 산책을 즐긴다. 사진 찍기에도 안성맞춤,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로도 더할 나위 없다.  

“얼마 전에 TV 예능 프로그램 <청춘불패>에서 유리 체험을 하더라고요. 재미있어 보여서 주의 깊게 봤는데 마침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자리해 아이와 함께 나왔어요. 처음엔 가격이 조금 비싸다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보니 전혀 아깝지 않네요.”

기대한 것보다 훨씬 더 재미있고 알찬 시간이었다며 관람객 김중희 씨가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유리 접시 만드는 거 보셨어요? 진짜 신기해요. 마술쇼를 보는 것 같았어요.”

옆에서 아빠 손을 꼭 잡은 김나영 어린이도 생전 처음 보는 광경에 꽤 신이 난 모양이다.

INFO.
관람료 어른 1만원, 청소년 9000원, 
어린이 8000원
관람 시간 9:30~18:30
(월요일 휴관, 토요일은 20:00까지)
대중교통 지하철 4호선 안산역에서 123번 버스, 오이도역에서 790번 버스 타고 대부동주민센터에서 하차 후 택시 이용. 택시로 약 4km, 5~10분 소요.  
주소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부흥로 254

Tip.
유리공예 시연장에서 매일 11:30, 14:30, 16:30(토요일은 19:00 포함 총 4회) 총 3회 유리공예품을 만든다. 200여 명을 수용할 수 있고, 극장식으로 조성되어 있어 관람하기 편리하다. 30분 소요.  
유리공예 체험장에서는 직접 유리공예품을 만들어볼 수 있다. 블로 파이프를 불어 고온의 유리로 컵, 미니 화병, 크리스마스 볼, 램프 등을 만들거나 유리봉을 녹여서 목걸이를 만든다. 유리컵에 유리 안료를 사용해 그림을 그리는 체험도 있다. 체험료는 각각 2만원에서  3만5000원대. 
아트숍 ‘boda’에선 아기자기한 액세서리부터 커다란 장식품까지 다양한 유리공예품을 판매한다. 가격은 5000원대부터 수십, 수백만 원까지 천차만별.
박물관 내에 레스토랑 ‘Murano’가 있다. 대표 메뉴는 해물알밥 7000원, 수제 돈가스 정식 7000원, 왕새우튀김우동 8000원. 갯벌과 갈대숲을 배경으로 차를 마실 수 있는 카페 ‘G’도 있다.  
사계절 내내 이용할 수 있는 유리섬 오토캠핑장도 인기. 4인 기준 3만원으로     1인 추가 시 5000원의 비용을 내야 한다. 캠핑장 이용객은 박물관 관람료가 50% 할인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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