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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라오스 기행 ①] 시간이 거꾸로 흐르는 지상 유일의 낙원 라오스 루앙프라방
[라오스 기행 ①] 시간이 거꾸로 흐르는 지상 유일의 낙원 라오스 루앙프라방
  • 조정원 기자
  • 승인 2013.01.2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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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지난 2016년 7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여행스케치>가 창간 16년을 맞이해 월간 <여행스케치>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책자에 소개되었던 여행정보 기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행지의 소식을 게재하는 이유는 10년 전의 여행지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16년 전의 여행은 어떤 것에 관점을 두고 있었는지 등을 통해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 아래에 해당 기사가 게재되었던 발행년도와 월을 첨부해 두었습니다.  
2013년 2월 사진 / 조정원 기자
2013년 2월 사진 / 조정원 기자

[여행스케치=라오스] 도시 전체가 세계문화유산,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여행지, 배낭여행가들의 천국 등 라오스를 수식하는 말들이 제법 근사하다. 그런데 직접 방문해보니 그 이유를 알겠다. 무언가를 하려고 굳이 애쓰지 않아도 머무는 것 자체만으로도 추억이 되고 힐링이 되는 곳, 바로 라오스 루앙프라방이다.

2008년 미국의 시사 주간지 <뉴스위크>는 꼭 가봐야 할 관광지 1순위로 라오스를 꼽았다. 그중에서도 특히 라오스 북쪽에 위치한 루앙프라방은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시간이 멈춘 곳으로,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1545년 루앙프라방에서 비엔티안으로 수도가 바뀌면서 지금은 제2의 도시가 되었지만 여전히 루앙프라방은 라오스를 대표하는 관광지로 전 세계 관광객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2013년 2월 사진 / 조정원 기자
하염없이 걷게 되는 루앙프라방의 한적한 거리. 2013년 2월 사진 / 조정원 기자

무엇보다 루앙프라방은 메콩 강, 푸시 산 등 천혜의 자연과 더불어 굳이 특별하게 어떤 일을 하지 않아도 여유롭게 즐길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강점으로 손꼽힌다. 90%가 넘는 국민이 불자인 국가인지라 탁발 등의 불교 문화도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다. 1893년부터 56년간 프랑스 식민지를 거쳐 구석구석 유럽풍의 분위기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곳곳의 사원이 지극히 동양적인 면모를 풍기다가도 귀퉁이를 돌면 근대식 서양 건물이 자리한, 동서양의 문물이 한데 어우러져 있는 특별한 도시이다. 그래서인지 유독 유럽 관광객들이 많다. 최근엔 힐링 열풍으로 우리나라에서도 라오스를 찾는 관광객들이 꾸준히 늘고 있다. 여유로우면서도 의미 있게 루앙프라방을 즐길 수 있는 다양한 루트를 소개한다. 

2013년 2월 사진 / 조정원 기자
“탁발 음식 사세요.” 2013년 2월 사진 / 조정원 기자

나눔의 미학, 탁발 체험 

아직 어둠이 걷히지 않은 새벽 6시. 루앙프라방 시내가 분주하다. 여행자의 거리라 불리는 시사방봉(Sisavangvong) 거리에 자리를 깐 사람들이 무릎을 꿇고 준비해온 음식을 가지런히 내놓는다. 이들이 기다리는 것은 바로 탁발 행렬. 시내 어디에서든 탁발 행렬을 볼 수 있는데, 사원이 밀집한 빌라 산티 호텔 주변이 특히 탁발 행렬을 잘 볼 수 있는 곳으로 손꼽힌다. 

2013년 2월 사진 / 조정원 기자
춤사위마저 느릿느릿 여유로운 라오스 전통 공연. 2013년 2월 사진 / 조정원 기자

이내 주황색 승려복을 두른 스님들이 맨발 차림으로 발우를 든 채 길게 줄을 지어 지나간다. 사람들은 정성껏 준비한 음식을 공양하고, 스님은 다시 이 음식을 바로 옆에서 기다리는 어려운 이웃들에게 나눠준다. 그리고 스님은 남은 음식으로 끼니를 해결한다. 이 일련의 의식이 생각보다 무척 빠르게 진행되고 공양을 하는 사람만큼 사진을 찍는 관광객들이 많아 다소 혼잡하게 느낄 수 있다. 특히 공양 음식을 파는 아낙들이 계속해서 관광객들의 그릇을 채워주는 경우가 많은데, 탁발 행렬이 끝나면 의도치 않은 많은 비용을 치러야 하는 경우가 있으므로 주의하는 것이 좋다. 

탁발 행렬과 더불어 반드시 들러야 하는 곳이 바로 사원이다. 루앙프라방이라는 이름도 ‘큰 불상’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한 블록 건너 사원’이라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로 사원이 많은데, 그중에서도 왕실 사원으로 쓰였던 왓 시엥 통(Wat Xieng Thong)은 아시아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사원으로 손꼽힌다. 왕궁박물관도 필수 코스. 왕이 살던 옛 모습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고, 라오스에서 가장 신성시하는 황금 불상인 파방이 모셔져 있다. 매주 월·수·금·토요일엔 라오스 전통 공연을 선보인다. 다만  춤동작 하나하나가 어찌나 느리고 섬세한지, 1시간의 공연이 다소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으므로 휘황찬란한 볼거리를 기대한다면 패스하는 것이 좋다. 
 

2013년 2월 사진 / 조정원 기자
 메콩 강에서 보트를 탈 수도 있다. 2013년 2월 사진 / 조정원 기자

물아일체, 해 질 녘 메콩 강 풍경  
루앙프라방 시내 한 가운데에 우뚝 솟은 푸시(Phou Si) 산은 대표적인 일몰 명소이다. 해발 100여m 남짓한 야트막한 산이지만 높은 건물이 전혀 없어 메콩 강에 둘러싸인 도시 풍경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320여 개의 계단을 따라 오르는 30분 내내 줄을 서서 가야 할 정도로 사람이 붐빈다. 정상은 말할 것도 없이 이미 사람들로 만원. 하지만 붉은 태양이 산 너머로 조금씩 자취를 감출 때쯤이면 모두가 입을 다물고 이심전심으로 해 질 녘 풍경을 감상한다. 아무런 말도 감탄사도 필요 없는 물아일체의 순간이다. 

메콩 강에서 보트를 타며 일몰을 감상하는 것도 특별하다. 루앙프라방에서 유일하게 호객 행위를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바로 메콩 강변에서 보트를 운영하는 사람들이다. 원하는 시간대에 언제든지 보트를 탈 수 있다. 거의 정지된 듯한 메콩 강의 풍경 따라 시간도 생각도 모두 멈추는 듯하다. 

2013년 2월 사진 / 조정원 기자
돼지고기, 닭, 생선…, 꼬치란 꼬치는 다 있는 야시장. 2013년 2월 사진 / 조정원 기자

활기 넘치는 야시장
어둠이 내려앉기 시작하면 루앙프라방 여행자의 거리엔 사람들이 바글바글 몰려든다. 차가 다니던 도로는 어느덧 길게 좌판이 깔리고 본격적으로 야시장이 문을 연다. 푸시 산에서 일몰을 보고 내려오면 자연스레 길이 이곳으로 이어진다. 가방, 옷 등 손수 만든 실크 제품을 비롯해 액세서리, 술 등 종류를 막론한 갖가지 물건을 만날 수 있다. 특이한 점은 시끌벅적한 호객 행위가 절대 없다는 것. 심지어 엎드리거나 누운 채로 손님을 맞는 상인들도 있다. 가격을 물으면 그저 친절하게 대답해줄 뿐이다. 물건을 사야 한다는 부담이 없으니 둘러보는 발걸음도 한없이 느려진다. 쌀국수, 바게트 등 길거리에서 맛있는 라오스 음식을 군것질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2013년 2월 사진 / 조정원 기자
“바나나를 주면 코로 받지요.” 코끼리 먹이 주기 체험. 2013년 2월 사진 / 조정원 기자

코끼리 타고 짚라인도 타고, 익사이팅 체험
루앙프라방 시내에서 차를 타고 구불구불한 산길을 따라 30분, 다시 배를 타고 5분 남짓 가면 탓새(Tad Sae) 폭포에 도착한다. 입장료를 받는 사람과 음식을 파는 사람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외국 관광객. 더욱이 황토 빛깔의 메콩 강에 익숙해져 있다가 에메랄드빛 계곡이 펼쳐지니 여기가 라오스가 맞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다.  

이곳에서는 코끼리를 타고 밀림을 누비는 이색 체험을 할 수 있다. 코끼리를 타는 시간은 30분 남짓. 뒤뚱뒤뚱 코끼리의 걸음에 맞춰 온몸이 들썩인다. 원하는 사람은 코끼리를 타고 계곡 깊이 들어가 코끼리와 함께 수영을 할 수도 있다. 단, 코끼리와 함께 수영을 하는 동안 코끼리가 배변을 볼 수 있다. 실제로 그 모습을 목격했는데, 나뿐만 아니라 지켜보는 관광객들이 모두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나 코끼리 똥은 종이를 만드는 데 사용되기도 하고 약으로도 쓰인다니 너무 호들갑을 떨지 않아도 되겠다. 탓새 폭포 상류에선 층층이 계단을 이룬 폭포를 배경으로 수영을 즐기기도 한다. 비키니를 입은 늘씬한 미녀들이 한껏 더위를 식히고 있다. 더불어 짚라인도 탈 수 있다. 나무가 우거진 밀림을 누비다가 수직 하강하기도 하고, 계곡 위를 활강하는 등 다채로운 즐거움을 선사한다. 코끼리 투어는 루앙프라방 시내에 즐비한 현지 여행사에서 예약할 수 있다. 4시간이 소요되는 반나절 코스의 가격은 40만 킵(약 50달러) 안팎.

2013년 2월 사진 / 조정원 기자
쿠킹 클래스를 운영하는 탐낙 라오 레스토랑. 2013년 2월 사진 / 조정원 기자

라오스 전통 음식 만들기, 쿠킹 클래스
라오스 음식은 기본적으로 쌀이 주재료이기 때문에 우리나라 사람의 입맛에 잘 맞는다. 단지 조미료를 넣는 경우가 많으므로 주문하기 전에 조미료를 빼달라고(현지 발음으로 버싸이 뺑누아) 말하면 된다. 

쿠킹 클래스를 운영하는 레스토랑에선 샐러드, 야채수프 등 다양한 라오스 전통 음식을 직접 만들어볼 수 있다. 수업은 영어로 진행되지만 하나하나 차근차근 만들기 때문에 누구나 쉽게 체험할 수 있다. 10명 안팎으로 인원이 한정되어 있으므로 반드시 예약을 할 것. 보통 종일 프로그램과 저녁 프로그램이 있는데, 종일 프로그램은 라오스 시장을 둘러보며 직접 음식 재료를 구입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탐낙 라오(Tamnak lao) 레스토랑과 타마린드(Tamarind) 레스토랑에서 체험이 가능하다. 가격은 20~30달러. 

2013년 2월 사진 / 조정원 기자
푸시 산에서 바라본 아름다운 노을과 루앙프라방 전경. 2013년 2월 사진 / 조정원 기자

메콩 강변에 앉아 아무것도 하지 않기
모처럼 시간과 돈을 투자해 떠난 여행인데 아무것도 하지 말라니 다소 의아스럽다. 그러나 인증샷을 남기며 바쁘게 관광하기 좋아하는 우리나라 관광객들마저도 한데 입을 모아 강력 추천하는 것이 있으니, 바로 메콩 강변에 앉아 아무것도 하지 않는 자유를 만끽하라는 것이다. 이때 라오스 커피를 곁들이면 더욱 좋겠다. 허세라고 놀려도 좋다. 직접 경험하지 않고서는 그 기분을 느낄 수 없을 테니. 

2013년 2월 사진 / 조정원 기자
에메랄드빛을 띄는 아름다운 쾅시 폭포. 루앙프라방시내에서 40여 분 떨어진 쾅시 공원에 있다. 2013년 2월 사진 / 조정원 기자

나도 모처럼 메콩 강변의 한 카페에서 커피와 빵을 시키고 혼자만의 시간을 마음껏 즐겼다. 주문한 음식이 언제 나올지 기약이 없다. 한국이었다면 이미 여러 번 재촉하고도 남았을 테지만 이런 기다림마저도 마냥 즐겁다. 그런데 그렇게 30분이 흘렀을까. 조금씩 의문이 생기기 시작한다. 주문이 제대로 된 걸까, 혹시 까먹은 것은 아닐까, 커피라도 먼저 주면 안 되나? 어느덧 시간에 쫓기며 불안감을 느끼는 나를 발견하고는 이내 헛웃음이 터진다. 어쩔 수 없이 나는 뼛속까지 한국인이다. 자, 다시 한 번 숨을 고르고 천천히 릴랙스.

Tip.
진에어가 월요일을 제외한 화~일요일에 라오스 수도 비엔티안으로 가는 직항을 운항한다. 비엔티안에서 루앙프라방까지는 다시 비행기로 30분 소요. (주)알리바바 투어에서 라오스 관련 다양한 패키지 상품을 선보인다.

여권 유효 기간이 6개월 이상 남아 있다면 라오스에서 비자 없이 최대 15일간 머물 수 있다.

건기인 11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가 최대 성수기. 이때가 아침저녁으로 선선하고 낮에 더운 우리나라 초가을 날씨이므로 여행하기엔 최적의 조건이다. 

루앙프라방 시내에 호텔, 게스트하우스 등 숙박 시설이 많다. 다만 성수기에는 인터넷으로 예약을 하는 것이 좋다. 와이파이를 이용할 수 있는 호텔이 많고, 전압은 220V로 우리와 같다. 

1달러를 라오스 돈으로 환산하면 약 8000킵이다. 화폐 가치는 우리나라에 비하면 떨어지는 편이지만 그렇게 많이 차이가 나는 것은 아니다. 국수, 밥 등 한 끼 식사에 보통 2000~3000원으로 생각하면 된다. 음료나 맥주는 1만 킵 정도. 

INFO.
왓 시엥 통

관람 시간 9:00~16:00
관람료 2만 킵

왕궁박물관
관람 시간 8:00~11:30,
13:30~16:00(화요일 휴관)
관람료 3만 킵
(공연 관람료 별도)

푸시 산
입장료 2만 킵

야시장
장소 시사방봉 거리 일대

코끼리 타기(4시간)
이용 요금 40만 킵
(탓새 폭포 입장료 어른 1만5000킵 별도, 어린이는 어른 동반 시 무료)

탐낙 라오 레스토랑 쿠킹 클래스
이용 요금 종일 클래스(10:00~17:00) 25만 킵, 저녁 클래스(17: 00~19:30) 16만 킵

타마린드 레스토랑쿠킹 스쿨
이용 요금 종일 클래스(월~토요일 9:00 ~15:00) 27만 킵, 저녁 클래스(월~금요일 16:00~20:30) 20만 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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