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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산행 가이드] 올여름 초특급 블록버스터 프로젝트 2박 3일 만에 지리산 완전정복 
[산행 가이드] 올여름 초특급 블록버스터 프로젝트 2박 3일 만에 지리산 완전정복 
  • 박호철 기자
  • 승인 2009.08.1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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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지난 2016년 7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여행스케치>가 창간 16년을 맞이해 월간 <여행스케치>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책자에 소개되었던 여행정보 기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행지의 소식을 게재하는 이유는 10년 전의 여행지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16년 전의 여행은 어떤 것에 관점을 두고 있었는지 등을 통해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 아래에 해당 기사가 게재되었던 발행년도와 월을 첨부해 두었습니다. 
사진 / 박호철 기자
지리산을 오르는 중인 등산객들. 사진 / 박호철 기자

[여행스케치=남원] “뭐? 3일 동안 산을 탄다고?” 평소에 움직이기 싫어하는 이들에게는 딴 세상 이야기겠지만, 지리산 종주는 꿈속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전문 등산가가 아니어도 누구나 한 번 쯤은 도전해볼 만한 지리산 종주, 올여름 마음 한번 굳게 먹고 최고의 명산을 정복해보자.  

2박 3일 종주 코스
성삼재(2.5km 40분) - 노고단 대피소(3.2km 1시간 30분) - 임걸령(1.3km 1시간) - 노루목(1.8km 30분) - 화개재(1.2km 40분) - 토끼봉(3km 1시간 30분) - 1박 - 형제봉(2.5km 30분) - 벽소령(1시간) - 선비샘(1시간 40분) - 세석산장(3.4km 1시간 40분) - 2박 - 천왕봉(하산, 1시간) - 장터목 대피소(3시간) - 백무동 

우리나라 국립공원 제1호로 지정된 지리산은 뱀사골계곡과 피아골 등 이름난 계곡들의 맑은 물줄기와 함께 대가람들이 들어앉아 사시사철 한결같이 산을 빛낸다. 뛰어난 산세로 사계절 인파가 끊이지 않으며, 특히 산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완주를 꿈꾸는 관문과도 같은 곳이다. 1988년 구례 천은사 입구에서 시암재-성삼재-심원-달궁으로 이어지는 산악 횡단도로가 개통되면서 지리산은 한국 제일의 산간 횡단도로까지 갖추고 있다. 

지리산 종주는 주로 성삼재에서 시작해 천왕봉에서 일출을 본 후 중산리나 백무동 쪽으로 하산하는 주능선(25.5km) 코스를 이용한다. 일정은 2박 3일 정도 잡는 게 보편적이다. 3일간 하루 7~9시간 정도를 걷는데, 시간의 여유가 있어 산행 이외에 지리산의 풍광을 즐기기에도 이 정도면 충분하다.벽소령 대피소나 연하천 대피소에서 1박을 하고, 장터목 대피소에서 2박을 한다. 지리산 종주는 여름과 가을이 최적기인데, 보통 2월 15일~5월 말, 11월 15일~12월 15일까지는 종주 코스도 통제된다. 

사진 / 박호철 기자
지리산 종주의 출발지인 노고단 대피소. 대피소 중에서 가장 규모가 크다. 사진 / 박호철 기자

그럼 이제 출발해보자. 성삼재 휴게소에서 40분 정도(3.7km) 걸으면 노고단과 산장에 닿는다. 해발 1507m의 노고단은 남해 바다에서 밀려온 구름이 감싸고 있어 신비경을 선사해주는 곳으로, 지리산 8경 중에 으뜸으로 꼽힌다. 이른 아침에는 운해 못지않게 일출이 정말 황홀하다.

노고단에는 아시아에 파견된 미국인 선교사들의 하계 별장이 60여 동이나 있었으나 한국전쟁 때 불타버려 지금은 그 잔해만이 남아 있다. 광대한 넓이의 노고단은 일종의 고원지대를 이루고 있는데, 숲 속에 치솟은 서양인들의 별장 굴뚝이 매우 인상적이다.

지금은 현대식 시설을 갖춘 노고단 대피소가 있다.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 직영하고 있으며, 3층 건물 신관과 구관 2동이 들어서 있다. 수용인원은 270명. 난방, 취사, 통신시설 등의 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있어 등산객들이 꼭 들러야 할 곳이다. 산장사용료는 1인 1박 7000원. 담요대여료는 1000원, 침낭대여료는 2000원이다. 컵라면과 음료수, 간식을 파는 매점을 운영하고 있다. 

노고단 대피소에서 수통에 물을 가득 채우고 야영장을 지나 계단을 따라 15분쯤 오르면 본격적으로 노고단에 들어서게 된다. 잘록한 노고단에서의 경관도 일품이다. 반야봉이 눈앞에 있고, 그 뒤로 백두대간의 중심인 지리산 줄기가 천왕봉까지 이어져 있다. 노고단 정상은 자연휴식년제로 출입을 위해서는 국립공원관리공단에 별도의 예약을 해야 한다(출입가능시간 10:00~ 16:00).

사진 / 박호철 기자
곳곳에서 기암괴석과 지리산 능선의 절경을 볼 수 있다. 사진 / 박호철 기자
사진 / 박호철 기자
지리산 종주 길은 곳곳에 이정표가 잘 세워져 있는 편이다. 사진 / 박호철 기자

노고단에서 이정표를 따라 약간의 내리막길을 따라가면 곧이어 평탄한 등산로가 보인다. 이 길을 따라 50여 분 가면 돼지평전이다. 돼지평전을 지나 30분 정도면 임걸령 삼거리가 나오는데, 이곳에서 오른쪽은 피아골로 내려가는 길이므로 왼쪽 길로 들어서야 한다. 이 길로 들어서 10여 분 가면 임걸령이 나타난다. 

임걸령에서 북으로 있는 계곡은 대소골로 내려가 심원계곡으로 이어지는 길이며(지금은 폐쇄되었음), 남쪽은 피아골로 이어지는 계곡이다. 임걸령에는 작은 샘이 있으니 이곳에서 물통을 채우는 것이 좋다.

임걸령을 출발하면서부터는 가파른 등산로가 이어져 진행이 여의치 않다. 가도 가도 끝이 없는 듯한 길을 따라 30분 정도 오르면 1424m봉이 나온다. 여기에서부터 길이 조금 편해진다. 30여 분 뒤 노루목에 도착하는데, 이 길 왼쪽이 반야봉으로 오르는 길이고, 오른쪽 아래 길이 주능선이다. 

사진 / 박호철 기자
천왕봉에 이르기 전 칠선계곡 입구. 사진 / 박호철 기자

주능선을 따라가면 잠시 후 무덤 하나가 나타나며 약 10여 분 걸으면 시야가 확 트이는 삼도봉이 나타난다. 이 삼도봉은 경상남도와 전라남도, 전라북도가 만나는 곳으로, 일명 날날이 봉으로 불린다. 이곳에서 남쪽으로 뻗은 능선은 불무장 등으로 이어진다.

삼도봉에서 10여 분 능선을 타고 가다 가파른 내리막길을 15분 정도 내려가면 화개재에 도착한다. 화개재에서 왼쪽으로 150m 쯤 내려간 곳이 옛 뱀사골산장(2008년 철거)이다. 화개재를 지나 완만한 오름길을 따라 토끼봉을 오르게 되는데, 약 30여 분 정도 걸리는 이 오르막길이 사람을 지치게 한다. 비교적 긴 시간을 꾸준히 올라야 하는 만큼 처음에 무리하지 말고 천천히 올라가자.

토끼봉에서 오른쪽으로 내려가는 길(이정표 뒤)이 있는데, 이 길로 가면 칠불사이다. 칠불사를 지나 버스를 타면 벽소령에서 내려오는 길을 따라 쌍계사를 지난다. 토끼봉을 출발하면서부터 등산로는 양호해진다. 잘 닦인 등산로를 따라 1463m봉을 지나 1시간 정도면 총각샘에 도착하는데, 총각샘은 물이 잘 나오지 않는다. 장소는 너덜지대에서 안부 너머로 10m 아래에 자리한다. 총각샘을 지나 명선봉(1586.3m)으로 가면 바로 아래 연하천산장이 있다. 이곳은 식수가 항상 풍부하여 중식 장소로 많이 이용한다. 토끼봉에서부터는 약 1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사진 / 박호철 기자
기암괴석들이 곳곳에 솟아 있는 연하봉. 사진 / 박호철 기자

연하천산장을 지나면서부터는 등산로가 그리 힘들지 않은데 자주 휴식을 취하게 된다. 곳곳에 쉼터바위가 있기 때문이다. 연하천에서 30여 분 소요되는 삼각봉을 지나서 벽소령을 향하여 하염없이 가다 보면 약 1시간 뒤 벽소령의 멋진 산장이 나타난다. 국립공원에서 관리하는 벽소령 대피소이다. 벽소령을 지나 옛 군사도로를 따라 터벅터벅 걷노라면 능선 위로 나 있는 등산로를 만나게 된다. 이곳에서 도로를 버리고 산길로 들어서 오른쪽으로 휘돌아 가면 덕평봉 아래 선비샘이 있던 자리이다. 벽소령에서 선비샘까지 1시간 정도 걸린다.

선비샘에서 등산로는 우측으로 이어진다. 곧이어 능선을 오른쪽에 두고 등산로를 따라가면 칠선봉(1576m)과 1556m봉을 지나 영신봉(1651.9m)까지 닿는데, 곧 세석 대피소가 보인다.

세석 대피소에서 오른쪽으로 내려가는 등산로는 세 갈래다. 첫 번째는 대성동으로 내려가는 길로 경남 하동지역이고, 두 번째는 거림으로 내려가는 짧은 길인데 경남 산청지역으로 간다. 이 두 길은 산장에서 왼쪽으로 간다. 세 번째는 산장 왼쪽 능선 위로 있는 안부로 내려가는 한신계곡 길이다. 이 길은 비교적 험해서 초심자나 노약자는 출입을 하지 않는 것이 좋고, 특히 장마철에는 절대 들어가면 안 된다. 

세석 대피소를 출발하면 곧이어 촛대봉을 오르게 된다. 촛대봉에서 등산로는 왼쪽으로 꺾여 내려간다. 겨울이면 사람들이 왼쪽으로 가지 않고 직진하여 길을 잃어버려 헤매는 경우가 종종 있다.

촛대봉을 지나면 등산로는 올랐다 내리기를 반복하며 연하봉(1667m)까지 이어진다. 연하봉을 지나면 장터목 대피소까지가 금방이다. 세석 대피소에서 장터목 대피소까지 약 1시간 40분이 소요된다.

장터목은 옛날 교통이 좋지 않았을 때 남원 사람들과 함양·진주 사람들이 물물교환을 하며 장터를 이룬 곳이었기에 붙여진 이름이다. 장터목을 나와 오름길로 10여 분 가면 제석봉의 멋진 고사목지대를 만난다. 겨울이면 멋진 설화가 만발하여 좋은 추억의 사진장소로 유명하다. 고사목지대는 옛날에 정부 고위 관리가 포함된 도벌꾼들이 증거 인멸로 불을 질러 죽은 나무들이다. 고사목지대를 지나면 바로 철 계단이 나오고, 계단을 지나 다시 왼쪽으로 휘돌아 가면 가파른 암반을 쇠 난간을 잡고 오르게 된다. 

사진 / 박호철 기자
지리산 정상인 천왕봉. 바로 지리산 종주의 종착점이다. 사진 / 박호철 기자

가파른 암반을 올라서면 잠시 후 왼쪽으로 칠선계곡으로 내려가는 길이 있다. 칠선계곡 입구를 지나 바위 턱을 내려서면 드디어 천왕봉 앞의 ‘천왕석주’라 음각되어 있는 곳에 도착한다. 장터목 대피소에서 천왕봉까지는 1시간 20분 정도이다. 

드디어 감격의 천왕봉에 올라서면 ‘한국인의 기상 여기서 발원되다’라는 글이 쓰여진 비를 볼 수 있다. 잠시 땀을 식히며 지나온 길을 돌아보자. 반야봉을 위시한 9개의 연봉이 노고단까지 100여 리에 걸쳐 펼쳐져 장관을 이룬다. 천왕봉에서 일출을 보려면 3대가 공덕을 쌓아야 볼 수 있다는 말이 있다. 날씨가 변덕스러운 만큼 일출은 선택된 자들만 볼 수 있는 일대절경이다. 

백무동으로 하산하려면 왔던 길로 다시 돌아가야 한다. 단, 능선을 따라 장터목 대피소에 도착하여 산장 앞에서 계곡을 따라 내려가면 안 된다. 이곳은 한신계곡이다. 산장을 끼고 오른쪽으로 돌아가는 하동바위 코스가 있다. 이 길이 천왕봉에서 가장 짧게 하산하는 코스이다. 천왕봉에서 장터목 대피소까지는 40분 정도 소요되고, 산장에서 백무동까지는 4시간이 소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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