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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시선집중 체험관] 자, 떠나자~ 고래 만나러! 울산 고래테마여행
[시선집중 체험관] 자, 떠나자~ 고래 만나러! 울산 고래테마여행
  • 최혜진 기자
  • 승인 2010.02.13 00: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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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지난 2016년 7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여행스케치>가 창간 16년을 맞이해 월간 <여행스케치>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책자에 소개되었던 여행정보 기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행지의 소식을 게재하는 이유는 10년 전의 여행지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16년 전의 여행은 어떤 것에 관점을 두고 있었는지 등을 통해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 아래에 해당 기사가 게재되었던 발행년도와 월을 첨부해 두었습니다. 
살아있는 고래 떼가 눈앞에! 바닷속에 들어온 듯 신비로운 해저터널. 사진 / 최혜진 기자

[여행스케치 = 울산] 송창식은 고래를 잡으러 ‘동해로 떠나자!’고 노래했지만, 1986년 포경 금지령이 내려진 이래 우리나라 어디에서도 고래를 잡는 광경은 볼 수 없게 됐다. 하지만 잡을 수 없다고 만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장생포 고래생태체험관에 가면 수면 위로 머리를 내밀고 가쁜 숨을 몰아쉬는 ‘진짜’ 고래 떼를 만날 수 있다. 

울산역에서 장생포로 가는 길은 대형 공장 일색이다. 그 삭막한 풍경을 10분쯤 내달려 목적지에 닿으니 순식간에 ‘공업도시’는 ‘고래도시’로 분위기가 확 바뀌어버린다. 곳곳에 고래 벽화와 조형물들이 눈에 띄어 누구라도 ‘장생포와 고래’의 인연을 짐작할 수 있겠다. 

지난 11월 고래박물관 맞은편에 고래생태체험관이 개관했다. 사진 / 최혜진 기자

장생포는 한때 고래잡이의 전진기지로 이름을 날리던 곳이다. 그런데 개체수가 급감하여 1986년 포경 금지령이 내려졌고, 쇠퇴한 포경업의 자리에 ‘고래관광’이라는 새로운 테마가 자리잡기 시작했다. 2005년 국내 최초 고래박물관의 개관을 시작으로 작년 6월에는 고래가 회유하는 동해에 고래관광선을 띄웠고, 11월에는 살아있는 고래를 관찰할 수 있는 고래생태체험관을 선보였다. 울산 남구는 장생포 일대를 ‘고래문화특구’로 지정하고 고래관광지의 메카로 키우겠다고 했다. 

매서운 바닷바람이 몰아치는 장생포항을 앞에 두고 고래박물관과 고래생태체험관이 사이좋게 마주보며 서있다. 그리고 두 건물 사이의 작은 광장에는 하늘을 바다 삼아 헤엄을 치는 돌고래 조각상과 한때 울산 앞바다를 주름잡던 포경선이 당당히 위용을 뽐내고 있다. 

2층 수족관에서는 수면 위로 폴짝폴짝 뛰어오르는 돌고래를 만날 수 있다. 사진 / 최혜진 기자

‘고래특구’의 정체성을 각인시켜주는 이 조형물들을 요리조리 뜯어본 뒤에 곧바로 고래생태체험관으로 향했다. 면적 2,600㎡, 지상 3층 규모의 고래생태체험관은 개관 이래 하루 1000명 이상이 방문할 정도로 요사이 인기가 좋다. 과연 평일인데도 가족 단위 관람객들의 수가 꽤 많다. 

관람객들이 우르르 몰려 있는 곳으로 가보니 동굴처럼 가운데가 뻥 뚫린 ‘해저터널’이다. 아치형 해저터널 안에서는 어디로 눈길을 돌리든 일렁이는 잔물결이 느껴진다. 게다가 사방으로 푸르스름한 빛이 퍼져 있어 진짜 바닷속에 와있는 듯한 착각마저 든다. 살짝 몽롱한 기분으로 유리관 속의 고래를 관찰해본다. 고래들이 유유히 물속을 미끄러져 헤엄쳐 다닌다. 

전망대에서 바라본 장생포항. 사진 / 최혜진 기자

“이 고래들은 키가 2m, 몸무게도 200kg을 훌쩍 넘지요. 돌고래 중에서 가장 큰 ‘큰돌고래’과에 속합니다. 머리가 뾰족해 수영하는 속도도 빠른 편이고, 훈련을 하면 재롱도 곧 잘 부립니다.” 
체험관의 돌고래들은 일본의 대표적인 포경마을 타이지초에서 들여온 것들이다. 두 마리는 선물로 받은 것이고, 나머지 두 마리는 6만~7만 달러의 거금을 주고 사온 ‘귀한 몸’이다. 타이지초 마을 역시 포경 금지령이 내려진 이래 포경산업은 쇠퇴했지만, 이처럼 돌고래를 길들여 세계 각지에 판매하는 것으로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 있단다. 

그런데 수족관을 아무리 둘러보아도 네 마리라던 돌고래가 세 마리밖에 보이지 않는다. 한참이나 남은 한 마리의 행방을 눈으로 쫓던 중에 동행한 해설사가 “며칠 전 한 마리가 폐사했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전한다. 정확한 사인은 고래연구소에서 밝혀내야 알 수 있겠지만, 아무래도 머나먼 여행길의 피로를 견디지 못한 모양이다. 

해저터널에 들어서면 돌고래의 빼어난 수영 솜씨에 한참이나 넋을 놓고 바라보게 된다. 사진 / 최혜진 기자

해저터널에서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수족관이다. 1층 해저터널이 유리관 속의 돌고래를 관찰하는 것이었다면, 2층에서는 돌고래가 수면 위로 폴짝폴짝 뛰어오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돌고래는 1분에 3번씩 호흡을 위해 물 위로 머리를 내보이는데, 이때 부리와 얼굴은 물론 운이 좋으면 분기공까지도 관찰할 수 있다. 

4D 영상관으로 걸음을 옮기면 귀여운 안경을 건네준다. 이 안경을 쓰고 영상을 보면 온갖 바다생물들이 입체적으로 변신(!)해 눈앞에 불쑥불쑥 나타난다. 해저 탐사를 위해 바닷속으로 들어간 작은 탐사선에서 향고래와 대왕오징어의 결투를 관찰한다는 내용의 영상물이다. 탐사선이 대왕오징어의 공격을 받을 때에는 의자가 좌우로 흔들리고, 대왕오징어와 향고래가 결투를 벌일 때는 물방울이 사방에서 튀는 등의 다양한 효과 덕분에 실제 바닷속을 탐험하는 것 같은 짜릿한 기분이 든다. 

고래의 생체 구조가 궁금하다면 고래뱃속체험관으로 들어가보자. 사진 / 최혜진 기자

짧지만 강렬한 10분짜리 영상을 보고 영상관을 나와 3층으로 오른다. 장생포항이 훤히 보이는 야외 전망대다. 실제로 장생포항은 근래 포경산업 본거지일 뿐 아니라,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고래잡이 터로서도 가치 있다. 

이를 증명하는 것이 암각화이다. 7000년 전의 것으로 추정되는 반구대암각화는 대곡리에 가야 진품을 볼 수 있지만, 고래박물관에서도 이를 재현한 전시품을 관찰할 수 있다. 200~300여 종의 동물 중에 고래를 60여 종이나 그린 것도 놀랍지만, 범고래, 귀신고래, 참고래 등이 매우 세심하게 묘사된 것이 신기하다. 작살을 맞은 고래나 새끼를 데리고 다니는 고래의 모습을 통해 고래의 생태적인 습성이나 사냥 방법까지 짐작할 수 있다.

고래문화특구 작은 광장의 돌고래 조형물. 돌고래 세 마리가 하늘을 바다 삼아 헤엄치고 있다. 사진 / 최혜진 기자

이처럼 인간과 가까웠던 고래의 흔적은 박물관의 포경역사관, 귀신고래관 등에서 좀 더 세밀하게 들여다볼 수 있다. 전시된 고래기름착유장을 통해 우리나라 포경의 역사를 더듬어보고, 고래를 포획해 마을 사람들이 한데 모여 고래고기를 나누던 현장을 흑백 사진 너머로 가늠해볼 수도 있다. 

이런 연유로 울산에는 아직까지 고래고기를 식용하는 문화가 남아 있다. 고래박물관 건너편으로 고래고깃집이 즐비한데, 어느 집이나 가격은 비슷하다. 이곳에서는 고래고기를 각 부위별로 얇게 썰어준다. 붉은 살점은 쇠고기의 맛이고, 지방층인 흰 살은 참치와 비슷하니 육식동물과 바다동물의 중간 맛이라고 보면 되겠다. 

특유의 비릿한 냄새 때문에 선뜻 내키진 않지만, 접시 위의 모둠 고래고기를 보고 있자니 새삼 고래가 ‘바닷속 포유류’라는 사실이 실감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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