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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봄꽃 여행 ③] 천년고도에 꽃비가 내린다, 경북 경주 봄꽃길
[봄꽃 여행 ③] 천년고도에 꽃비가 내린다, 경북 경주 봄꽃길
  • 최혜진 기자
  • 승인 2010.03.1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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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지난 2016년 7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여행스케치>가 창간 16년을 맞이해 월간 <여행스케치>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책자에 소개되었던 여행정보 기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행지의 소식을 게재하는 이유는 10년 전의 여행지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16년 전의 여행은 어떤 것에 관점을 두고 있었는지 등을 통해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 아래에 해당 기사가 게재되었던 발행년도와 월을 첨부해 두었습니다. 
벚꽃이 만개한 보문호. 사진 / 최혜진 기자

[여행스케치 = 경주] 천년고도의 아름다움은 사계절 내내 빛나지만, 4월의 경주는 유독 눈부시다. 마치 ‘봄의 절정이란 이런 것’이라고 말하듯 유적지로 향하는 길섶마다 봄꽃의 물결이 넘실거린다. 

신라 천년의 역사를 품은 경주는 이맘때 연분홍 일색의 ‘벚꽃 대궐’로 변신한다. 풍성한 벚꽃나무가 일제히 꽃망울을 터뜨리고 하늘하늘 꽃비를 뿌리며 흥겨운 꽃잔치를 벌인다. 

경주 시내 어느 유적지로 발길을 돌려도 만개한 벚꽃을 볼 수 있지만, 그중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벚꽃 명소는 보문관광단지다. 보문단지 중심의 보문호 주변으로 띠를 두르며 수령 30년 이상의 벚나무 3만여 그루가 빽빽하게 심어져 있다. 

첨성대 앞 넓은 대지 위에 유채꽃이 만개했다. 여기에서 추억을 담아줄 카메라가 빠질 수 없다. 사진 / 최혜진 기자

호수에 벚꽃이 만개하면 하얀 팝콘을 뿌려놓은 것처럼 절정의 아름다움이 연출된다. 호수 밖에 서 있는 벚꽃나무도 아름답지만 호수 안에 비친 벚꽃까지 더해지면 꽃 잔치는 두 배 더 풍성해진다. 봄꽃과 호수가 어우러진 그림 같은 풍경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노라면, 잔잔하게 물결치는 호수는 하늘이 되고 무리 지어 피어난 벚꽃은 구름이 되어 봄바람에 둥실둥실 벚꽃 구름이 떠 있는 듯하다. 

이렇게 벚꽃은 보는 즐거움도 크지만 온몸으로 맞이하는 즐거움도 크다. 만개한 벚꽃은 절정이 지나면 이내 떨어져 봄바람을 타고 하늘하늘 흩날리는데, 이때 꽃비처럼, 꽃눈처럼 내리는 꽃잎들이 부드럽게 얼굴을 스치고 살포시 두 손에 머문다. 잠시 멈춰 서서 떨어지는 벚꽃들을 온몸으로 느껴보는 기분도 근사하다. 

경주의 또 다른 벚꽃 명소로는 김유신 장군묘가 꼽힌다. 하늘을 덮을 정도로 무성하게 우거진 벚꽃나무가 화려한 꽃 터널을 이루고, 그 아래로 개나리가 만발해 연분홍과 샛노랑이 선명한 대비를 이룬다. 이곳의 봄꽃 놀이는 낮을 지나 밤까지 이어진다. 환한 조명 속에서 아른거리는 봄꽃들이 아름다워 상춘객들은 ‘잠 못 이루는 밤’을 각오해야 할지도 모른다.  

이맘때 경주 곳곳의 유적지들은 가녀린 연분홍의 벚꽃으로 둘러싸인다. 사진 / 최혜진 기자

수학여행의 아련한 추억이 남아 있는 불국사도 벚꽃 명소로 빠질 수 없다. 벚꽃 그늘이 드리워진 길을 따라 불국사에 오르면, 담벼락 사이로 고개를 내민 벚꽃과 뒷마당에 피어오른 벚꽃이 반가운 인사를 건넨다. 불국사를 포근히 감싸고 있는 이 벚꽃들은 보통 벚꽃보다 잎이 크고 화려한 왕벚꽃이라 더 특별하다. 

연분홍 벚꽃에 맘껏 취했다면 이번엔 노란 유채꽃은 어떨까. 첨성대 앞 반월성의 넓은 대지 위엔 유채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다. 노란 물결이 넘실대는 유채꽃밭 오솔길을 걷다가 첨성대와 유채꽃이 어우러진 빼어난 풍광을 카메라에 담아보아도 좋겠다. 

경주의 봄꽃 명소들은 자전거로 둘러보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다. 시내 곳곳에 자전거 대여점을 찾아볼 수 있는 데다 자전거도로가 잘 정비되어 있어 초보자도 도전해볼 만하다. 김유신 장군 묘~대릉원~반월성~보문단지로 이어지는 약 12km 코스가 봄꽃 하이킹 추천 코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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