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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김치군의 세계 음식 기행] 북아프리카의 진주, 모로코 변화무쌍한 아프리카를 맛보다! 
[김치군의 세계 음식 기행] 북아프리카의 진주, 모로코 변화무쌍한 아프리카를 맛보다! 
  • 정상구 기자
  • 승인 2010.07.1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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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지난 2016년 7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여행스케치>가 창간 16년을 맞이해 월간 <여행스케치>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책자에 소개되었던 여행정보 기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행지의 소식을 게재하는 이유는 10년 전의 여행지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16년 전의 여행은 어떤 것에 관점을 두고 있었는지 등을 통해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 아래에 해당 기사가 게재되었던 발행년도와 월을 첨부해 두었습니다. 
사진 / 정상구 기자
모락모락 연기를 내며 불에 구워지는 양고기. 사진 / 정상구 기자

[여행스케치=모로코] 모로코는 아름다운 해안뿐만 아니라 변화무쌍한 내륙의 지형을 가진 ‘아프리카의 진주’이다. 해안과 내륙에서 두루 나는 먹을거리 덕분에 2주간의 여행길에 골라 먹는 재미가 쏠쏠했다. 

북아프리카 서쪽에 위치한 모로코는 영화 <카사블랑카>로 잘 알려진 나라다. <카사블랑카>는 1940년대 험프리 보가트와 잉글리드 버그만이 열연한 명작으로, 영화의 배경이 된 모로코의 카사블랑카도 덩달아 유명해졌다. 실제로 영화를 촬영한 장소는 다른 도시라고 알려졌음에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영화 속의 모로코’를 꿈꾼다. 

내가 모로코를 갈망한 이유는 영화 이외에도 한 가지가 더 있었다. 그것은 우연히 보게 된 두 장의 사진 때문이었다. 염료를 이용해 가죽을 염색하는 페스(Fez)의 테너리(가죽염색장)와 아름다운 모래언덕에 낙타가 지나가는 사하라 사막의 풍경…. 사진 속에 생생하게 살아 있던 그 두 가지 풍경이 강렬하게 나를 사로잡아 모로코로 이끌었다. 

사진 / 정상구 기자
벌집 속에 꿀이 담겨 있는 것처럼 염료들이 가득 찬 페스의 가죽 염색장. 사진 / 정상구 기자
사진 / 정상구 기자
당도가 높은 오렌지를 즉석에서 짜는 마라케시의 100% 오렌지주스. 사진 / 정상구 기자
사진 / 정상구 기자
소라처럼 알맹이를 쏙 뽑아 먹는 달팽이. 사진 / 정상구 기자

‘쿠스쿠스’는 모로코 음식의 기본 
모로코 관광의 중심지인 마라케시에 도착한 것은 이른 새벽이었다. 밤을 새다시피 하면서 새벽 비행기를 타고 도착한 터라 숙소에 짐을 풀자마자 그대로 곯아떨어졌다. 다행히 낮보다 밤이 더 화려한 도시인지라 해가 뉘엿뉘엿 질 즈음 거리로 나섰더니 아름다운 마라케시의 야경이 기다리고 있었다. 

제마엘프나 광장의 야시장은 독특한 먹을거리로 넘쳐났다. 한국에서 소라를 삶아먹듯 달팽이를 삶아서 길거리에서 팔고 있었다. 여기저기서 달팽이를 모락모락 삶아내는 풍경이 한국의 그것과 닮아 정겹게 느껴졌다. 한 그릇 사서 맛을 보니 한약을 달인 듯한 쌉쌀한 국물에 쫄깃한 육질이 매력적이다. 가까운 프랑스에서는 달팽이 요리가 꽤나 고급 요리 취급을 받는데 여기에선 이렇게 길거리 음식으로 전락(?)한 것이 아이러니했다. 

야시장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명물이 하나 더 있는데 바로 오렌지주스이다. 모로코엔 비가 내리는 날이 적기 때문에 과일의 당도가 굉장히 높다. 그런 오렌지를 즉석에서 짜낸 100% 오렌지주스는 이제껏 맛보던 평범한 주스와 비교를 불허한다. 덕분에 여행 내내 그 달콤함을 오래도록 즐겼다. 

사진 / 정상구 기자
쿠스쿠스에 고기, 당근 등을 곁들여 먹는 모로코 전통 음식. 사진 / 정상구 기자
사진 / 정상구 기자
민트티는 주전자를 높게 들어 따라 마신다. 사진 / 정상구 기자

하지만 누가 뭐라 해도 모로코 음식의 기본은 쿠스쿠스이다. 쿠스쿠스는 보리, 밀, 옥수수 등의 곡물 가루를 쪄서 만드는 음식으로 이탈리아의 파스타나 한국의 밥과 비견되는 모로코의 주식이다. 따라서 어느 식당을 가도 내내 쿠스쿠스가 따라다니는데, 알고 보니 여행자와 현지인이 지불하는 가격에 큰 차이가 있었다. 현지인용 메뉴판과 여행자용 메뉴판을 이중으로 만들어서 여행자에게 훨씬 비싼 가격을 받고 있었던 것. 나중엔 ‘모로칸 프라이스!’라고 외치는 요령이 생겼다. 

피자나 스파게티와 같은 이탈리아 음식도 식당 메뉴에 이름을 올리고 있었다. 매일같이 쿠스쿠스만 먹다보니 다른 음식에 호기심이 발동해서 모로코의 ‘산토리니’라고 불리는 쉐프샤오엔에선 피자를 주문했다. 하지만 주문을 받은 종업원은 “제가 여기서 일하지만 피자하고 스파게티는 정말 맛이 없어요. 모로코에서는 모로코 음식을 시켜야죠” 하며 완강히 말리는 것이 아닌가. 모로코를 여행하면서 맥도날드와 같은 패스트푸드점을 거의 발견하지 못했는데, 모로코인들의 이런 쿠스쿠스 사랑 덕분이 아닐까 싶었다. 

모로코에서 쿠스쿠스만큼이나 흔한 음식이 바로 민트티이다. 민트를 넣어 끓인 차에 설탕을 잔뜩 넣어서 엄청나게 달게 먹는 것이 특징이다. 처음에는 그 단맛에 거부감이 들지만 마실수록 입맛을 당겼다. 나도 어느새 식사를 하면서 민트티를 곁들이고, 카페에서도 커피 대신 민트티를 주문하게 됐다. 이렇게 어딜 가나 민트티가 떠오른다면 모로코에 적응했다는 신호이다. 

사진 / 정상구 기자
모로코 최고의 맛은 양고기 구이였다. 사진 / 정상구 기자

이것이 진짜 양고기 구이!
모로코에서 사하라사막으로 유명한 곳이 바로 메르주가이다. 메르주가는 사막의 외곽이기는 하지만, 낙타를 타고 1시간만 들어가도 높은 모래언덕들이 솟아 마치 사막 한복판에 있는 듯하다. 관광객들은 주로 마라케시에서 출발하는 2박 3일간의 사막 투어를 즐기는데, 둘째 날 저녁에 사막 한복판에서 잠을 잘 수 있어서 인기가 좋다.  

사막의 밤은 지독히 춥지만, 밤하늘에 총총 떠 있는 별은 이루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아름다웠다. 그렇게 꿈같은 하룻밤을 지내고 일행과 페스로 향하는 택시를 대절했다. 원래는 마라케시로 돌아가는 일정이지만, 택시를 대절해서 페스로 이동하면 시간이 훨씬 절약된다. 그럼에도 목적지까지는 8시간이 걸리는 대장정이다. 슬슬 배가 고파질 무렵에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서 운전기사가 추천하는 작은 시골 마을의 식당에 들렀다.

사진 / 정상구 기자
메르주가는 높은 모래 언덕이 솟은 사하라사막으로 유명하다. 사진 / 정상구 기자

그 식당은 정육점에서 일정한 양의 양고기를 사면 즉석에서 구워주고 있었다. 양고기는 잡냄새가 난다는 편견도 있었고, 목적지인 페스에 가면 더 맛있는 음식들을 먹을 수 있을 것이란 생각에 사람들은 모두 적은 양만을 주문했다. 하지만 불에 구운 양고기는 예상 외로 너무나 훌륭했다. 쫀득한 육질에 훈제 향이 배어들어 씹을수록 고소한 육즙이 배어나왔다. 

이후 모로코에서 열흘 동안 머물면서 일대 식당을 샅샅이 뒤졌지만, 양고기를 불에 구워서 먹는 식당은 찾아볼 수 없었다. 나중에 현지 사람에게 물어보니 대도시로 나오면 그런 음식을 찾기가 쉽지 않단다. 뒤늦게 모로코에서 흔한 음식이 아니란 것을 깨닫고 나니 여간 아쉬운 것이 아니었다. 다시 모로코에 가게 된다면 모든 일정을 미뤄두더라도 가장 먼저 불에 구운 양고기 구이를 맛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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