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1호 표지이미지
여행스케치 5월호
두텁바위→후암동, 갈앗골→가락동... 우리 동네 이름 어디서 왔나
두텁바위→후암동, 갈앗골→가락동... 우리 동네 이름 어디서 왔나
  • 박정웅 기자
  • 승인 2021.09.17 11: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등마루→등촌동, 남쪽의 산 ‘마뫼’→남산
서울시, 한글날 맞아 서울의 토박이말 땅이름 소개
용산구에서 바라본 남산 전경. 남산은 남쪽의 산이라는 뜻으로 옛말에 남쪽을 뜻하는 마와 산을 일컫는 뫼가 합쳐진 ‘마뫼’에서 온 이름이다. 사진 / 박정웅 기자
용산구에서 바라본 남산 전경. 남산은 남쪽의 산이라는 뜻으로 옛말에 남쪽을 뜻하는 마와 산을 일컫는 뫼가 합쳐진 ‘마뫼’에서 온 이름이다. 사진 / 박정웅 기자

[여행스케치=서울] 2014년 새 주소체계가 시행된 지 7년 째, 도로명주소가 제법 익숙해진 요즘이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의 기억 한켠에는 ‘흑석동’ ‘가락동’ ‘후암동’ ‘등촌동’과 같은 익숙한 동네이름 자리 잡고 있다. 우리 동네 이름은 어디서 유래됐을까. 다가오는 10월 9일 한글날을 맞아 서울의 토박이말 땅이름을 소개한다. 토박이말은 해당 언어에 본디부터 있던 말이나 그것에 기초하여 새로 만들어진 말이다.

사람마다 고유의 이름이 있듯이 땅에도 이름이 있다. 예부터 그 땅에 살던 사람들이 순우리말로 부르던, 토박이말의 땅이름들은 세월의 흐름에 따라 토지조사사업의 결과로 행정구역을 정비하며 한자의 음이나 훈을 빌어 오늘날과 같은 이름으로 바뀌었다. 

예컨대 동작구 흑석동은 동네에 검은 돌이 많아 부르던 옛 이름 ‘검은 돌’에서부터 왔다. 송파구 가락동은 물의 고을이란 뜻으로 ‘갈(가라=물)+골’이 붙은 옛 이름 ‘갈앗골’에서 비롯됐다. 용산구 후암동은 남산 비탈에 있는 ‘두터운 바위’라는 별명에서 온 옛 이름 ‘두텁바위’에서 온 이름이다. 강서구 등촌동은 산등성이 마을이라는 뜻의 ‘등+마루’를 더한 토박이말 ‘등마루’에서 왔다. 

남산도서관 맞은 편의 두텁바위 마을 상징석. 후암동은 남산 비탈에 있는 ‘두터운 바위’라는 별명에서 온 옛 이름 ‘두텁바위’에서 온 이름이다. 사진 / 박정웅 기자

지명뿐만 아니라 우리 동네 산과 개천 이름에도 토박이말을 그대로 가져온 경우가 많다. 중구와 용산구에 걸쳐있는 남산은 남쪽의 산이라는 뜻으로 옛말에 남쪽을 뜻하는 마와 산을 일컫는 뫼가 합쳐진 ‘마뫼’에서 온 이름이다. 영등포구의 안양천은 오목한 지역을 흐르는 내라는 뜻의 옛이름 오목내에서 왔다. 강북구의 우이천은 쇠귀내(우이동) 마을에서 흘러오는 내라는 뜻의 옛이름 ‘쇠귀내’에서 온 이름이다.  

아예 토박이말의 흔적이 사라진 동네이름도 있다. 마을 앞에 방죽이 있어 옛이름 ‘방죽말’로 불리던 동네는 지금의 상봉동(중랑구)이 됐다. 밤나무가 많은 마을로, ‘밤나뭇골’이라고 불리던 동네는 현재 평창동(종로구)이라고 불린다. 들판의 가장자리에 있는 내라는 뜻의 까치내(가장자리라는 뜻의 갗+의+내)는 지금의 불광천(은평구)을 부르던 이름이다.

한강 북쪽 지역의 서울의 토박이말 땅이름. 인포그래픽 / 서울시(편집 박혜주 디자이너)
한강 북쪽 지역의 서울의 토박이말 땅이름. 인포그래픽 / 서울시(편집 박혜주 디자이너)
한강 남쪽 지역의 서울의 토박이말 땅이름. 인포그래픽 / 서울시(편집 박혜주 디자이너)
한강 남쪽 지역의 서울의 토박이말 땅이름. 인포그래픽 / 서울시(편집 박혜주 디자이너)

이렇듯 토박이말의 흔적이 남은 곳과 이름도 뜻도 크게 달라진 곳도 있다. 지난 2019년 서울시는 한글날을 맞아 우리동네 토박이말의 변화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지도를 만들었다. 오늘날 두루 쓰이는 동이름과 토박이말로 된 옛 지명을 함께 표기했다. 다가오는 한글날, 내가 살고 있는 동네이름의 변화를 찾아보며 그 의미와 유래를 찾는 재미를 만끽해보자.  

박정웅 기자 sutra@daum.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