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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경북 동해안 국가지질공원, 태고의 신비를 간직하다
경북 동해안 국가지질공원, 태고의 신비를 간직하다
  • 류인재 기자
  • 승인 2021.10.13 07: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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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지질공원과 함께하는 사람들] 해안 따라 이어진 지질 유산
4종류의 주상절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양남 주상절리군. 사진 / 류인재 기자
4종류의 주상절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양남 주상절리군. 사진 / 류인재 기자

[여행스케치=경주, 포항, 영덕] 백두대간에서 이어지는 낙동정맥의 동쪽에 위치한 울진군, 영덕군, 포항시, 경주시는 지질 유산의 보고다. 선캄브리아기부터 신생대까지 다양한 시대에 만들어진 암석과 지층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선사시대와 역사시대를 거치며 조상들이 만든 유물과 문화재까지 더해져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독특한 지질 유산이 되었다.  

동해는 유라시아 대륙과 붙어있던 일본이 지각변동으로 떨어져 나가며 생긴 공간에 해수가 채워져 만들어졌다. 이때 화산활동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며 수많은 지질 구조를 형성했다. 경북 동해안 국가지질공원에 속하는 4개의 시와 군에서는 선캄브리아기의 변성암류부터 중생대와 신생대에 생성된 퇴적암과 화성암류 등 다양한 종류의 암석을 관찰할 수 있다.

양남 주상절리군에서는 화산 활동이 만든 다양한 지형을 관찰할 수 있다. 사진 / 류인재 기자
경주양남주상절리전망대에 오르면 주상절리를 선명하게 볼 수 있다. 사진 / 류인재 기자
경주양남주상절리전망대에 오르면 주상절리를 선명하게 볼 수 있다. 사진 / 류인재 기자

용암이 해안가에 빚어낸 작품
양남 주상절리군은 ‘주상절리 박물관’이라고 불린다. 위로 솟은 주상절리, 기울어진 주상절리, 누워있는 주상절리, 부채꼴 주상절리 등 여러 가지 모양의 주상절리를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부채꼴 모양의 주상절리는 전 세계적으로도 찾아보기 힘들다. 또한 4종류의 주상절리가 모여있는 곳도 흔치 않다. 지질학적으로 가치가 뛰어난 곳이기 때문에 양남 주상절리군은 천연기념물 제536호로 지정됐다.  

조미영 지질공원해설사는 “양남 주상절리군을 둘러보는 가장 좋은 방법은 경주 파도소리길을 걷는 것이다”라며 “읍천항부터 하서항까지 약 1.7km를 걸으면 독특한 주상절리를 감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읍천항에 주차를 하고 주상절리 파도소리길 안내도로 향한다. 안내도에서 파도소리길 지도를 보고, 주상절리 정보도 얻는다. ‘경북동해안지질공원’ 홈페이지에서 탐방 희망 5일 전까지 신청(최소 4인 이상)을 하면 무료로 해설을 들을 수 있으니 활용해 보는 것도 좋겠다.

해안을 따라 걸으면 자갈이 파도에 쓸려가는 소리가 들린다. 걷는 구간마다 자갈의 굵기가 달라서 소리도 달라진다. 바람이 많이 불면 주상절리에 부딪혀 하얗게 생기는 포말을 볼 수 있고, 맑은 날에는 반짝이는 바다가 넋을 놓게 만든다. 

이곳의 주상절리는 약 2천만 년 전 1000℃에 가까운 현무암질의 용암이 흐르고 식으면서 생겼다. 장작을 포개어 놓은 것 같은 주상절리, 돌기둥이 줄지어 있는 주상절리 등 다양한 모양으로 생긴 이유는 저마다 용암이 굳어질 때 지형이나 상황이 달랐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용암의 냉각과정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부채꼴 모양의 주상절리는 70m 높이의 경주양남주상절리전망대에 오르면 선명하게 보인다. 
  

타포니 지형을 관찰할 수 있는 골굴암 타포니. 사진 / 류인재 기자
타포니 지형을 관찰할 수 있는 골굴암 타포니. 사진 / 류인재 기자
골굴암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경주 골굴암 마애여래좌상. 사진 / 류인재 기자
골굴암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경주 골굴암 마애여래좌상. 사진 / 류인재 기자

경주에는 양남 주상절리군 외에도 두 개의 지질명소가 더 있다. 남산 화강암과 골굴암 타포니다. 그중 국내 최초의 석굴사원인 골굴암 타포니로 향한다. 골굴암은 6세기 무렵 인도에서 온 광유선인 일행이 이 지역의 자연굴(타포니)을 이용하여 만들었다고 전해진다.

유정숙 지질공원해설사는 “동해가 만들어질 때 벌어진 땅의 틈에 화산 퇴적물이 쌓이면서 안산암질 응회암이 만들어졌다”며 “비바람에 약한 응회암이 세월이 흐르며 깎여 나가는데 이때 암석 덩어리들이 빠져나가면서 수많은 구멍들이 만들어졌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생겨난 지형을 타포니라고 부른다. 그리고 이곳의 동굴을 다듬어 석실을 만들고 불상을 배치한 것이 골굴암이다. 골굴사의 12개의 석굴 중 가장 넓은 관음굴 법당으로 들어가면 타포니 지형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일반 법당만큼 넓은 석굴 벽에 자연적으로 생긴 구멍을 다듬어 불상을 빼곡히 놓았다. 

장진옥 지질공원해설사는 “우리나라는 대부분 단단한 화강암이 많아 타포니 지역은 매우 독특하다”며 “보물 제581호인 마애여래좌상은 암벽의 가장 높은 곳에 있는데 경주문무대왕릉을 바라보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마애여래좌상으로 가는 길은 계단을 오르는 방법도 있지만 타포니 지형을 체험하며 갈 수 있는 비교적 험한 길도 있다. 커다란 구멍을 통과하고 밟아서 가야 하는데 아래를 내려다보면 아찔하지만 탐험을 하는 것 같은 스릴이 느껴진다. 

경주 양남 주상절리군. 사진 / 류인재 기자
경주 양남 주상절리군. 사진 / 류인재 기자

INFO 경주 양남 주상절리군
주소 경북 경주시 양남면 읍천리 195-6(읍천항 공용주차장)
문의 053-950-7996(경북동해안지질공원사무국)

골굴사 관음굴 법당. 사진 / 류인재 기자
골굴사 관음굴 법당. 사진 / 류인재 기자

INFO 골굴사 
주소 경북 경주시 양북면 기림로 101-5
문의 054-744-1689

해안단구 위에 자리 잡은 호미곶 해맞이 광장. 사진 / 류인재 기자
해안단구 위에 자리 잡은 호미곶 해맞이 광장. 사진 / 류인재 기자
새천년기념관에서 바라본 해안단구. 사진 / 류인재 기자
새천년기념관에서 바라본 해안단구. 사진 / 류인재 기자

드넓은 해안 계단과 신비로운 12개의 폭포 
‘포항’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 중 하나인 호미곶. 한반도를 호랑이 모양으로 봤을 때 호랑이 꼬리에 해당한다고 하여 호미곶이라 이름 붙었다. 이곳은 바다와 육지에 우뚝 솟은 손 모양의 청동 조형물 ‘상생의 손’이 가장 유명하다. 그렇지만 알고 보면 호미곶은 바다와 육지가 계단 모양으로 연결되어 있는 해안단구가 펼쳐진 곳이다. 해안가에 서서 육지를 바라보면 길이 약 12km의 단구층을 확인할 수 있다. 

임경애 지질공원해설사는 “해안단구는 주로 동해안 남부에서 볼 수 있는데 그중에서 호미곶은 4개의 단구면이 명확하게 구분되어 보이는 곳이다”라며 “첫 번째 단구면은 해안선과 같은 높이에 있어 계속 침식이 진행 중이며, 두 번째 단구면에는 건물과 도로가 들어서 있고, 세 번째와 네 번째 단구면은 농경지로 이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호미곶 해안단구는 호미곶 해맞이광장에 있는 새천년 전망대에서 바라보면 또렷하게 볼 수 있다. 동해가 형성되며 생겨난 해안이 융기하면서 만들어졌다. 해안단구를 통해 해수면 변동과 지각운동을 알 수 있어 지질학적으로 가치가 큰 곳이다. 

김영미 지질공원해설사는 “네 번째 해안단구에는 농경지가 약 9만여 평이 있다”며 “단구면이 매우 넓어 계절마다 유채꽃, 메밀꽃, 해바라기 등을 심는데 최근에는 관광지로도 각광받고 있다”라고 귀띔했다. 

차별침식으로 만들어진 독수리 바위. 사진 / 류인재 기자
차별침식으로 만들어진 독수리 바위. 사진 / 류인재 기자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약 3.7km의 포항 호미곶 바다계단길을 걸으며 독수리바위와 악어바위 등 차별침식에 의해 생겨난 작품을 찾아보자. 

제6폭포인 관음폭포. 사진 / 류인재 기자
제6폭포인 관음폭포. 사진 / 류인재 기자

포항에는 해안단구 외에 깊은 계곡에도 지질명소가 있다. 약 14km에 이르는 내연산 계곡을 따라 12개의 폭포가 흐른다. 이처럼 하나의 계곡에 여러 개의 폭포가 있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기암괴석이 폭포 주변을 병풍처럼 두르고 노송들과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을 보는 듯하다. 신비로운 풍광 덕에 KBS 대하드라마 <대왕의 꿈>과 영화 <남부군>을 이곳에서 촬영했다. 조선 후기의 대표적인 화가인 겸재 정선의 <내연삼용추도>의 배경이 되기도 했다. 

내연산에 폭포가 많은 이유는 바위에 있다. 이곳의 바위는 모두 화산재가 굳은 암석이다. 이 암석이 압력을 받아 깨지고 틈이 생겨 절벽이나 계단 형태의 지형이 만들어졌다. 그 위로 물이 흐르면서 독특한 모양의 폭포가 된 것이다. 

향로봉까지 편도로 10km를 걷는 것이 부담이 된다면 보경사에서 약 2.7km 지점에 있는 연산폭포(제7폭포)까지는 꼭 가보길 추천한다. 2개의 폭포가 쌍둥이처럼 흐르는 상생폭포(제1폭포)부터 하식동굴인 관음굴 앞으로 물줄기가 시원하게 떨어지는 관음폭포(제6폭포), 그리고 가장 규모 커 떨어지는 물소리에 압도되는 연산폭포까지 볼 수 있다. 

호미곶 해안단구. 사진 / 류인재 기자
호미곶 해안단구. 사진 / 류인재 기자

INFO 호미곶 해안단구
주소 경북 포항시 남구 호미곶면 대보리 292-2(호미곶해맞이광장 주차장)
문의 053-950-7996

내연산 12폭포 중 제7폭포인 연산폭포. 사진 / 류인재 기자
내연산 12폭포 중 제7폭포인 연산폭포. 사진 / 류인재 기자

INFO 내연산 12폭포
내연산 12폭포를 보기 위해서는 보경사 입구에서 입장료를 내야한다. 
입장료 어른 3500원, 청소년/군인/포항시민 2000원, 어린이 면제
경북 포항시 북구 송라면 중산리 544-32(보경사 주차장)
문의 053-950-7996

왼쪽 새끼손가락을 편 손 모양을 닮은 약속바위. 사진 / 류인재 기자
왼쪽 새끼손가락을 편 손 모양을 닮은 약속바위. 사진 / 류인재 기자
화강섬록암 해안에서 죽도산이 보인다. 사진 / 류인재 기자
화강섬록암 해안에서 죽도산이 보인다. 사진 / 류인재 기자

조선시대에는 섬, 현재는 산 
영덕 해안을 따라 분포하는 암석은 약 18억 년 전에 생긴 선캄브리아기 변성암류부터 약 1500만 년 전에 형성된 신생대 퇴적암류까지 다양하다. 경북 동해안 지질공원 중에서도 가장 다채로운 해안지형을 관찰할 수 있는 곳이 영덕이다. 

박원정 지질공원해설사는 “영덕에는 총 7곳의 지질명소가 있는데 그중에서도 침식지형이 발달한 영덕 화강섬록암 해안(영덕 해맞이공원)을 추천한다”며 “동그란 무늬가 있는 포유암과 새끼손가락을 편 왼손 모양의 약속바위 등 볼거리가 많다”고 안내했다. 

화강섬록암은 화강암과 섬록암의 중간 정도의 성분을 가진 암석이다. 약 2억 년 전에 깊은 땅속에서 굳어 암석이 됐다. 암석이 식을 때 다른 성분의 마그마가 섞여 얼룩무늬를 만들었다. 바위에 볼록하게 조각을 해놓은 듯한 약속바위는 화강섬록암이 깊은 곳에서 큰 압력을 받아 갈라지며 손가락 형태를 만든 것이다. 

죽도산 전망대에서 보이는 육계사주. 사진 / 류인재 기자
죽도산 전망대에서 보이는 육계사주. 사진 / 류인재 기자
와우산과 죽도산을 잇는 블루로드 다리. 사진 / 류인재 기자
와우산과 죽도산을 잇는 블루로드 다리. 사진 / 류인재 기자
대게의 집게발이 등대를 감싸는 듯한 창포말등대. 사진 / 류인재 기자
대게의 집게발이 등대를 감싸는 듯한 창포말등대. 사진 / 류인재 기자

화강섬록암 해안을 방문했다면 대략 10km 정도 떨어진 죽도산 퇴적암도 들러보자. 

권영숭 지질공원해설사는 “죽도산은 ‘대나무 섬 산’이라는 뜻인데 조선시대까지만 해도 섬이었던 곳이다”라며 “육지와 섬 사이에 모래 둔덕이 쌓여 이어지며 육계도가 됐다”고 설명했다. 

죽도산에서 흐르는 축산천이 오랜 세월동안 퇴적물을 운반했고, 죽도산이 파도를 막아 육지와 연결된 것이다. 이처럼 육지와 이어진 섬을 ‘육계도’라고 부르고, 연결된 부분을 ‘육계사주’라고 한다. 현재 육계사주는 주민들의 생활터전이 되었으며, 죽도산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면 육계사주를 자세하게 볼 수 있다. 

※ 본 기획 취재는 ‘국가 지질공원과 함께 하는 사람들’이란 주제로 자연과 인간의 지속가능한 공존을 위해 (사)한국잡지협회와 공동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죽도산 전망대. 사진 / 류인재 기자
죽도산 전망대. 사진 / 류인재 기자

INFO 죽도산 퇴적암 
주소 경북 영덕군 축산면 산3-17(죽도산 입구)
문의 053-950-7996

영덕 화강섬록암 해안. 사진 / 류인재 기자
영덕 화강섬록암 해안. 사진 / 류인재 기자

INFO 영덕 화강섬록암 해안
주소 경북 영덕군 영덕읍 창포리 산5-5(창포말 등대)
문의 053-950-79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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