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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황소영 작가가 본 드라마 '지리산' ③] 가을에서 겨울로, ‘지리산’ 이야기가 산으로 가지 않게…
[황소영 작가가 본 드라마 '지리산' ③] 가을에서 겨울로, ‘지리산’ 이야기가 산으로 가지 않게…
  • 황소영 여행작가
  • 승인 2021.11.09 12: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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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담대피소의 실제 모델인 세석대피소. 드라마보다 실제 대피소는 더 크고 좋다. 사진 / 황소영 여행작가
비담대피소의 실제 모델인 세석대피소. 드라마보다 실제 대피소는 더 크고 좋다. 사진 / 황소영 여행작가

[여행스케치=지리산] 총 16부작으로 예정된 드라마 ‘지리산’이 어느덧 1/3 지점을 넘어섰다. 300억이란 제작비와 스타 작가, 출연진까지 화려해 여전히 높은 시청률을 자랑하지만 기대가 큰 만큼 실망도 큰 법. 시청률도 초반보다 낮아진 데다 세간의 평가도 후하진 않다. 드라마가 산으로 가지 않으려면 나머지 2/3를 슬기롭게 풀어야 한다. 유명세에는 그만한 책임이 따르기 때문이다.

세욱은 왜 사촌을 죽이려 했을까
5화는 4화의 연장선에 있었다. 건강원 남자가 살해된 후 이강(전지현 분)과 현조(주지훈 분)는 손등에 흉터가 있는 세욱을 의심하고, 할아버지를 범인으로 확신한 해동분소 양선(주민경 분)이 실종되는 사고까지 발생한다.

현조가 CCTV를 확인했던 장소 중 한 곳인 전통찻집 사과꽃향기. 사진 / 황소영 여행작가
현조가 CCTV를 확인했던 장소 중 한 곳인 전통찻집 사과꽃향기. 사진 / 황소영 여행작가
현조가 CCTV를 확인했던 장소 중 한 곳인 전통찻집 사과꽃향기. 사진 / 황소영 여행작가
전통찻집 사과꽃향기의 전통차. 사진 / 황소영 여행작가

직원들에 의해 발견된 양선 옆엔 감자폭탄이 있었고, 결국 폭탄을 보관 중인 할아버지가 범인으로 몰린다. “그 할아버지는 아니에요.”라는 현조의 강한 확신대로 결국 세욱은 양선의 집에서 현행범으로 발각돼 산으로 도주한다.

세욱의 ‘해피’ 노트엔 모두 여섯 명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김현수 서금자 이종구 김진덕 이금례 최일만, 누구는 실족, 누구는 폭탄, 또 다른 이는 요구르트에 목숨을 잃었다. 어떤 방법으로 죽였는진 중요하지 않다. 왜 여섯 명 (혹은 그 이상)을 죽였을까. 그들 사이엔 어떤 관계가 있을까. 궁지에 몰린 세욱은 “왜 이렇게 전화를 안 받아요?”라고 누군가에게 다급한 문자를 보낸다.

세욱은 제3자로부터 “넌 네가 할 일을 끝내” 살인 지시를 받고 있었다. 세욱은 그 사람의 살인 도구일 뿐이었다. 거두어 키워준 할아버지를 범인으로 몰고 사촌이자 동갑, 그래서 친했던 양선까지 죽여야 할 만큼 사악해진 이유는 무엇일까. 세욱은 그 무거운 비밀을 간직한 채 구룡폭포 산길에서 시신으로 발견된다.

5화에서 세욱과 추격전이 벌어졌던 구례 상위마을. 사진 / 황소영 여행작가
5화에서 세욱과 추격전이 벌어졌던 구례 상위마을. 사진 / 황소영 여행작가

드라마 촬영상 계절을 바꾼 것인지, 아니면 정말 이듬해 4월에 시체가 발견된 건지는 아직 알 수 없다. 6화 초반 현조의 대사 “산을 두 달이나 뒤졌는데 온데간데없고”처럼 12월 현재 산으로 도망친 세욱은 발견되지 않았다. 세욱은 10월에 입었던 옷 그대로 진달래 피는 계절, 훼손되지 않은 상태로 발견된다.

그는 10월에 죽었을까. 아니면 겨울을 보내고 그 이듬해 죽었을까. 누가 세욱을 죽였을까. 발각이 되었으니 더이상 필요 없어 물건처럼 폐기한 걸까? 세욱이 산으로 도망친 사이, 누군가 공책에 양선의 이름을 지우고 현조의 이름을 적어 넣는다. 그렇게 다음 목표는 현조가 되었고, 2019년 현조와 이강은 사고를 당한다. 과연 죽은 이들은 무슨 관계로 얽혔을까.

어찌 되었든 분소 직원들이 양선을 발견한 새마골은 남원의 달궁계곡으로 추정된다. ‘여명의 눈동자’를 쓴 김성종이 1981년 처음 펴낸 추리소설 ‘죽음을 부르는 소녀’에선 “골짜기는 너무 깊어서 어둑어둑했고” “그는 마치 땅의 끝을 보는 듯했다” 식으로 달궁, 그러니까 새마골을 묘사하고 있다. 5화는 양선 할아버지가 갖고 있던 감자폭탄이 모두 발견되고, 살인범인 세욱이 실종(사망) 되면서 일단락 된다.

PPL의 습격, 계절이 바뀐 탓?
6화는 2018년 12월에서 시작한다. 지리산엔 눈이 내리고, 분소 직원들은 모두 겨울옷으로 갈아입었다. 어디 드라마 속뿐인가. 종잡을 수 없는 2021년의 날씨도 어느덧 가을을 떠나보내고 입동을 지나 초겨울로 접어들었다.

청원수련원 학생들이 올랐던 지리산 천왕봉은 무등산에서 촬영했다.사진 / 황소영 여행작가
청원수련원 학생들이 올랐던 지리산 천왕봉은 무등산에서 촬영했다.사진 / 황소영 여행작가
청원수련원으로 나왔던 지리산갤러리 길섶. 사진 / 황소영 여행작가
청원수련원으로 나왔던 지리산갤러리 길섶. 사진 / 황소영 여행작가

그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1화에 집중된 PPL이 6화에 다시 등장했다. 주연급은 물론 단역 출연진까지 전지현이 광고하는 아웃도어 제품(의류, 스틱, 등산화)을 착용했다. 카메라엔 브랜드 이름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폭설이 쏟아지는 지리산 대피소에 치킨을 들고 오고, 언 몸을 녹이기 위해 ‘맛있는’ 1회용 스틱커피를 마신다.

PPL이 재차 등장한 건 한 박자 쉬어갈 타임이란 뜻일지도 모르겠다. 조난자 구조와 연쇄살인으로 숨 가쁘게 달려온 ‘지리산’이 이번 6화에선 스토리를 달리하고 있었다. ‘고구마막걸리’를 마시면 어김없이 쏟아지는 이강의 과거, 그중에서도 현조가 미처 듣지 못한 첫사랑과 왜 레인저가 됐는지 등이 등장한다. 고등학생이던 1997년 ‘청원수련원’에 입소한 이강은 자신처럼 부모를 잃고 외롭게 자란 임철경을 만난다. 짧은 수련원 생활이 끝나고 헤어졌지만 서울, 또 지리산에서 우연히 만나 인연의 끈을 이어간다.

서울에서 대학입시를 준비하던 이강은 할머니(김영옥 분)의 성화로 고향인 남원으로 내려오고, 지역주민 특별채용 혜택으로 2006년 입사한다. 이강은 집중호우로 부모를 잃고, 공단직원인 조대진(성동일 분)을 원망하며 지리산까지 거부했지만 “사람들이 산에서 죽는 게 그렇게 무서우면 그 전에 살려. 사람들이 죽기 전에”라는 대진의 말에 입사를 결심, 최고의 요원으로 거듭난 것.

천왕봉의 뒷면엔 중봉이라고 새겨져 있지 않다. 사진 / 황소영 여행작가
천왕봉의 뒷면엔 중봉이라고 새겨져 있지 않다. 사진 / 황소영 여행작가
청원수련원 학생들이 올랐던 지리산 천왕봉은 무등산에서 촬영했다. 사진 / 황소영 여행작가

12월 24일, 크리스마스를 하루 앞두고 이강과 현조는 비담대피소 직원들을 대신해 근무를 서게 된다. 참고로 현재 지리산엔 노고단, 연하천, 벽소령, 세석, 장터목, 피아골, 치밭목, 로타리 8개의 유인대피소가 있다. 현재는 코로나19로 숙박이 금지됐지만 예약자에 한해 누구나 숙박이 가능한 곳이다. 드라마 속 비담대피소는 세트장이다. 지리산의 모든 대피소는 비담보다 훨씬 크고 낫다. 멀리서 잡은 비담대피소 전경은 세석대피소로 추정된다.

크리스마스 동안 대피소를 맡게 된 이강과 현조에게 예기치 못한 사건이 발생한다. 이강이 조난자 신고를 받고 선바위로 떠난 사이 대피소는 누군가 전원을 차단해 암흑에 빠진다. 현조는 어둠 속 총성의 정체를 찾아 대피소를 떠나고, 홀로 남은 구영(오정세 분)과 조난자를 데리고 온 이강은 공격을 당하지만 때마침 도착한 현조, 또 이강의 첫사랑이자 형사인 철경의 도움으로 괴한(비리경찰)들을 잡는다. 첫사랑과 재회한 이강의 풋풋한 설렘과는 달리 철경은 이미 한 여자의 남편이 된 상태. 과거의 사랑은 저무는 한 해처럼 그렇게 멀어져간다.

6화는 지금까지의 흐름과는 색이 달랐다. 사건은 났지만 연쇄살인과는 상관이 없어 보였다. 미스터리 추리극에서 벗어나 잠시 멜로가 되었다. 개봉 예정인 영화 제목을 빌리자면 ‘장르만 미스터리’고 내용은 로맨스였다. 이강과 철경, 구영과 양선, 아빠가 된 팀장 일해(조한철 분)까지.

이번 주에도 아쉬운 점은 있다. 순전히 글쓴이 입장에서다. 청원수련원 당시 어린 이강이 올랐던 지리산 천왕봉(1915m), 학생들 뒤로 정상석이 보인다. 진짜 정상석엔 ‘한국인의 기상 여기서 발원되다’라고 적혔는데, 화면 속 돌엔 ‘中峰(중봉)’이라고 쓰여 있다. 매년 지리산을 찾는 탐방객은 백만여 명이다. 대피소 숙박이 불가한데도 주말이면 정상석 앞에서 사진을 찍기 위해 줄을 설 정도다. 산깨나 다닌다는 사람은 천왕봉(상봉) 글귀가 적어도 중봉이 아닌 것만은 알고 있다. 영상 속 정상석은 무등산이다.

레인저는 비법정탐방로를 누비며 구조 활동을 하는데 이강과 현조 등의 옷은 매번 보풀이나 긁힘 없는 새옷이다. 땀이 없는 얼굴은 1-2화 리뷰 때 이미 언급했지만 “1시간짜리 아웃도어 광고”라는 쓴소리를 듣지 않으려면 세심한 연출이 필요하다.


TIP. 오늘 나온 장소는 어디?

6화 첫 장면에 등장한 황매산은 철쭉과 억새로 유명하다. 사진 / 황소영 여행작가
6화 첫 장면에 등장한 황매산은 철쭉과 억새로 유명하다. 사진 / 황소영 여행작가

6화 첫 장면에서 현조가 이강에게 “지리산이 한눈에 보이네요”라며 걸었던 산은 경남 산청군 황매산이다. 봄철 철쭉과 가을 억새로 유명한데, 산 정상부 아래까지 도로가 뚫려 쉽게 접근이 가능하다. 1997년 고등학생이던 이강과 첫사랑 철경이 처음 만났던 청원수련원은 전북 남원시 산내면의 지리산갤러리 ‘길섶’이다. 숙식을 제공하는 펜션 겸 숲속카페다. 5화에서 요구르트 살해범 세욱을 쫓는 장면은 전남 구례군 산동면 상위마을에서 촬영했다. 현조가 극중에서 CC-TV를 확인한 업체는 모두 남원에 있다. 전통찻집 ‘사과꽃향기’는 구룡폭포 앞에 있다.

INFO 드론 촬영을 하려면
5화 마지막에 이강이 해동분소 앞에서 드론을 날리는 장면이 있다. 드론의 무게가 250g 이하일 땐 상관없지만 그 이상이면 반드시 자격증 취득이 필요하다. 보통은 250g 이상 2kg 이하 제품을 많이 사용하는데, 이 경우 ‘한국교통안전공단배움터’ 사이트에서 교육 이수 후 수료증을 취득해야 한다. 인터넷으로 가능하다. 자격증이 필요없는 250g 이하도 ‘드론원스탑민원서비스’ 사이트에서 항공촬영 승인을 받아야 한다. 다만 국립공원은 일반인의 드론 촬영을 금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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