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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일상탈출, 걷기 좋은 산] 54년 만에 개방, 북악산 남측 탐방로를 걷다
[일상탈출, 걷기 좋은 산] 54년 만에 개방, 북악산 남측 탐방로를 걷다
  • 민다엽 기자
  • 승인 2022.05.13 14: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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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장 전망대에서 바라 본 북악산 정상. 사진/ 민다엽 기자

[여행스케치=서울] 54년 만에 북악산의 모든 탐방로가 활짝 열렸다. 지난 46일 그동안 보안상의 이유로 통제됐던 남측 탐방로, 3km 구간이 공개되면서 북악산이 완전히 개방된 것. 새롭게 문을 연 삼청동 남측 탐방로에서 출발해 한양 도성을 따라 북악마루에 올랐다.

54년 만에 완전 개방된 북악산

서울 종로구 도심 한복판에 위치한 북악산(백악산)은 해발 342m라는 나지막한 높이에도 불구하고, 서울 도심을 한눈에 굽어볼 수 있는 전망과 울창한 산림으로 시민들의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특히 오르는 수고에 비해 과분할 정도로 환상적인 전망이 압권이다. 길게 늘어진 한양 도성의 성곽과 어우러진 서울 도심의 풍경은 아마도 가장 한국적인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장면이 아닐까. 빼곡한 빌딩 숲 사이로 광화문과 경복궁 등이 내려다보이고 저 멀리 남산타워와 한강까지 한 눈에 담긴다

북악산은 지난 1968년 김신조를 비롯한 북한의 무장 공비 31명이 청와대를 습격한 1.21사태 이후, 안보 문제 등으로 일반인의 출입이 오랫동안 제한되었다. 이후 2007년 와룡공원-숙정문-백악마루-창의문으로 이어지는 성곽 탐방로 개방을 시작으로, 2020년 북악스카이웨이와 숙정문 사이를 잇는 북측 탐방로가, 지난 46일에는 삼청동 일대의 남측 탐방로 마저 개방되면서 54년 만에 모든 탐방로가 열리게 됐다. 기존에는 창의문이나 와룡공원, 북악 팔각정 탐방로를 통해서만 북악산에 오를 수 있었으나, 이제는 삼청공원에서도 산행을 시작할 수 있다.

삼청공원을 지나 후문으로 나서면 새롭게 개방된 남측 탐방로 입구에 닿는다. 사진/ 민다엽 기자
남측 탐방로 입구 삼청안내소. 사진/ 민다엽 기자
입구에서 표찰을 받은 뒤 탐방로를 오를 수 있다. 사진/ 민다엽 기자

 

삼청공원 후문에서 오르는 남측 탐방로

남측 탐방로 주변에는 이른 아침부터 많은 사람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아직 표지판이나 안내 등이 최신 정보를 반영하지 않아, 입구를 찾지 못해 헤매는 사람들도 여럿 볼 수 있었다. 남측 탐방로는 삼청공원 후문 쪽에서 시작되는데, 삼청공원 후문에 있는 테니스장에서 데크를 따라 조금만 올라가면 된다. 또는 삼청공원 정문을 지나서 후문으로 곧장 가로질러도 삼청 안내소(입구)에 도착할 수 있다.

북악산에 오르기 위해서는 삼청 안내소에서 표찰을 받은 뒤 입장할 수 있다. 특별한 보안 검사는 하지 않지만, 명찰을 출입구에 태그하고 나서야 산책로에 오를 수 있다. 오랜 시간 동안 개방되지 않은 탓에 아직 곳곳에 철책이나 경계 초소, CCTV 등이 눈에 띈다. 일반인에게 공개는 되었으나 여전히 군사 지역이기에 탐방로를 벗어나거나 음주 등의 돌발 행동을 하면 곧장 군인이 출동한다고 하니 약간의 주의가 필요해 보인다.

잘 정비된 남측탐방로 데크. 사진/ 민다엽 기자
만세동방 코스는 경사가 가파르다. 사진/ 민다엽 기자

TIP. 주차 팁

삼청동 주변은 평일이고 주말이고 주차할 곳 없기로 명성이 자자한 곳이다. 이른 아침에 방문하는 것이 아니라면, 그 어디에도 주차 공간이 없을 확률이 매우 크다. 애초에 삼청동 거리로 들어가기 전 국립현대미술관 지하 주차장에 주차한 뒤에 걸어서 가는 것이 좋다.

주소 서울 종로구 삼청로 30

주차요금 최초 1시간 3000(이후 10분당 500, 1일 최대 2만원

깔끔하게 정비된 탐방로

탐방로는 생각보다 깔끔하게 정비되어 있어 오르는 데 큰 어려움은 없다. 청와대 오픈 시기에 맞춰 급작스럽게 개방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와 달리, 이미 오래전부터 꼼꼼히 관리한 흔적이 엿보인다. 아직 탐방객들의 방문이 그리 많지는 않기 때문인지, 유난히 푸르던 녹음이 기억에 선하다.

사실 새롭게 공개된 남측 탐방로에는 이렇다 할 볼거리는 많지 않다. 다만, 그동안 베일에 감춰져 있던 공간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묘한 짜릿함이 느껴진다. 게다가 상대적으로 쾌적하게 산행을 즐길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일 순 있겠다. 입구에서 조금만 오르면 과거 군인들이 피서를 즐겼다던 수영장 터가 나타난다. 이곳은 여름철 계곡을 막아 장병들이 휴식을 취하도록 만든 공간이다. 수영장 규모는 가로 7m, 세로 2.5m로 그리 크지는 않지만, 산 위에서 흘러 내려오는 맑은 계곡물로 자유롭게 물놀이 했을 장병들을 생각하니 내심 부러운 마음이 들기도 했다.

장병들의 수영장 터. 사진/ 민다엽 기자
녹음이 무성한 남측 탐방로. 사진/ 민다엽 기자
경복궁과 세종대로가 한눈에 담기는 전망. 사진/ 민다엽 기자

수영장 터는 남측 탐방로 산행을 위한 베이스캠프역할을 한다. 이 곳을 기점으로 코스가 둘로 나눠지는데, 왼쪽 탐방로는 만세동방을 거쳐 정상 바로 아래인 청운대 쉼터까지 곧바로 이어지고, 오른쪽 탐방로로 들어서면 청운대 쉼터로 가는 길과 숙정문으로 크게 돌아가는 길을 선택할 수 있다. 만세동방을 거치는 남측 탐방로는 경사가 가파르고 계단이 많아 오르막으로 추천하는 코스는 아니다. 개인적으로 숙정문을 거쳐 북악산 능선을 따라 크게 도는 오른쪽 코스를 추천한다. 한양도성 성곽길에서 촛대바위-곡장-청운대 쉼터-백악마루까지 이어지며, 경사가 완만하고 다양한 풍경을 두루 살펴볼 수 있는 탐방로다.

성곽 따라 오르는 둘레길

한양도성의 북쪽 대문인 숙정문은 그야말로 탐방객들의 만남의 광장이다. 와룡공원과 북악스카이웨이, 남측 탐방로 등 사방에서 올라온 사람들이 모이게 되는 기점으로, 왁자지껄한 분위기다. 1396년 처음 축조된 숙정문은 처음에는 숙청문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다 후에 숙정문으로 바뀌었으며, 현존하는 도성의 문 중, 좌우 양쪽이 성벽과 연결된 유일한 문이다. 혜화문에서부터 숙정문을 지나 창의문까지 서울 한양 도성길 백악구간에 해당한다.

숙정문은 다양한 코스에서 올라온 탐방객들이 몰리는 장소다. 사진/ 민다엽 기자
한양도성 성곽길의 풍경. 사진/ 민다엽 기자

성곽을 따라 오르다 보면 북악산 최고의 전망대인 곡장에 닿는다. 북악산 정상인 백악마루보다 높이는 낮아도, 이곳이 최고의 전망대로 손꼽히는 이유는 주변에 장애물이 전혀 없다는 것. 경복궁과 세종대로 일대는 물론, 정면으로는 백악마루와 인왕산, 뒤쪽으로는 북한산과 도봉산까지 탁 트인 전망이 펼쳐진다. 곡장 전망대에서 내려와 마지막 구간인 북악마루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 백악마루 바로 아래에 있는 청운대 쉼터에서 잠시 숨을 고른 뒤 정상까지 단숨에 올라갈 수 있다.

중간에 김신조 사태의 흔적이 남아있는 소나무를 볼 수 있는데, 이 소나무에는 우리 군·경과 치열한 교전 중에 생긴 15발의 총탄 흔적이 남아 있다. 백악산 정상 백악마루에는 해발 342m 정상석이 놓여있으며 근처 큰 바위에서는 탐방객들이 기념사진 촬영에 한창이다.

탐방객들이 서울의 풍경을 내려다보고 있다. 사진/ 민다엽 기자
북악산 정상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는 탐방객들의 모습. 사진/ 민다엽 기자

미리 말하자면, 북악산 정상의 전망은 그리 좋은 편은 아니다. 이제 백악마루에서 내려와 만세동방이 있는 남측 탐방로를 통해 삼청 안내소로 복귀하면 된다. 만세동방은 바위틈에서 흘러내리는 석간수 약수터로, 누가, 언제 새겼는지 알 수 없으나 나라의 번창과 왕의 만수무강을 기원하는 글자가 새겨져 있다. 현재는 수질 검사가 완료되지 않아 마실 순 없지만, 음용으로 사용해도 될 정도로 깨끗하다고 한다. 삼청동에는 오래된 맛집과 분위기 좋은 카페가 많으니 놓치지 말 것. 삼청동 안내소 원점회기 코스로 여유롭게 2시간 30분 정도 소요된다. 

 

남측 탐방로 입구인 삼청안내소. 사진/ 민다엽 기자
남측 탐방로 입구인 삼청안내소. 사진/ 민다엽 기자

INFO. 삼청 안내소

운영시간 봄·여름(3~4/9~10) 오전 7~오후 6시 여름(5~8) 오전 7~오후 7시 겨울(11~2) 오전 9~오후 5

주소 서울 종로구 삼청동 산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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