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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해안누리길] 대통령도 휴가를 즐긴 절경, 고성 관동별곡800리길 2구간
[해안누리길] 대통령도 휴가를 즐긴 절경, 고성 관동별곡800리길 2구간
  • 노규엽 기자
  • 승인 2022.08.19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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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봉에서 바라본 화진포.
응봉에서 바라본 화진포. 사진/ 여행스케치

[여행스케치=고성] 화진포광장에서 시작해 거진항까지 약 6.3km를 걷는 ‘관동별곡800리길 2구간’은 철조망으로 막힌 해안선을 우회하여 산길을 이용해 수려한 풍광을 감상하는 길이다. 산림욕을 즐기며 122m의 응봉 정상에 오르면 화진포와 시원한 바다, 백두대간 능선까지 한눈에 보이고 해맞이공원으로 이어지는 산길을 걷다가 어느덧 거진항에 다다르게 된다. 

조선 중기의 문인 송강 정철이 강원도를 유람하면서 아름다운 경치에 감탄해 지은 <관동별곡>. 그에 착안해 강원도가 개척한 관동별곡800리길은 강원도 최북단 고성부터 최남단 삼척까지 풍광 수려한 바닷가를 즐기며 걷는 해안누리길의 백미다. 그중 2구간은 국내 최고의 석호라 일컬어지는 화진포도 둘러볼 수 있어 더욱 좋은 여행 코스를 만들어준다. 

고운 백사장으로 인기가 높은 화진포해수욕장.
고운 백사장으로 인기가 높은 화진포해수욕장. 사진/ 여행스케치

풍경 좋은 화진포 일대와 옛 전설 

관동별곡800리길 2구간(이하 ‘관동별곡길’)의 시작점인 화진포광장은 관광의 종합선물세트 같은 장소다. 먼저 바로 앞에는 맑은 바닷물과 얕은 수심으로 인기가 높은 화진포해수욕장이 있다. 오랜 세월동안 조개껍데기와 바위가 부서져서 형성된 완만한 백사장은 여름이 아니더라도 고운 모래밭 위를 맨발로 걷고 싶게 만든다. 백사장에서 바다쪽을 보면 고구려 광개토대왕의 시신을 안장했다는 기록이 남아있는 금구도가 보여 옛 설화를 느껴 볼 여지도 있다. 해수욕장 옆에 위치한 화진포해양박물관도 패류전시관과 어류박물관(아쿠아리움)을 잘 갖 추고 있어 가족여행객들이라면 방문해 볼만한 곳이다. 

금거북이 조형물을 찾으면 금구도를 확인할 수 있다.
금거북이 조형물을 찾으면 금구도를 확인할 수 있다. 사진/ 여행스케치
광개토대왕의 시신을 안장했다는 금구도의 모습.
광개토대왕의 시신을 안장했다는 금구도의 모습. 사진/ 여행스케치

무엇보다 가장 유명한 곳은 해수욕장에서 내륙 쪽에 형성되어 있는 화진포다. 호숫가에 해당화가 만발해 화진포라고 불리는 이곳은 동해안 최대의 자연 호수다. 해마다 고니를 비롯한 수많은 철새가 찾을 정도로 천혜의 자연환경을 갖추고 있어, 영화나 드라마 배경으로도 자주 이용되었다.

예전부터 수려한 풍경을 지녔음을 방증이라도 하듯, 이승만 초대 대통령과 이기붕 부통령, 선교사 셔우드 홀 등 유명 인사들의 별장이 주변에 자리하고 있다. 현재 이 별장들은 당시의 생활상을 재현해놓고 한국 근현대사를 들여다볼 수 있는 역사 안보 전시관으로 활용되고 있으니, 화진포를 둘러보는 김에 함께 방문 해도 좋겠다. 화진포는 둘레가 무려 16km에 달해 관동별곡길과 연계해 도보로 걷기에는 무리가 있다. 화진포관광안내소 옆 자전거 대여소에서 무료 로 자전거를 빌려주니 이를 이용해 한 바퀴 돌아보는 것이 좋다.

가족여행객들이 방문하기 좋은 화진포해양박물관.
가족여행객들이 방문하기 좋은 화진포해양박물관. 사진/ 여행스케치
화진포 전설이 전해지는 여인상.
화진포 전설이 전해지는 여인상. 사진/ 여행스케치

이승만 대통령 별장으로 향하다 보면 호숫가로 내려가는 작은 길이 하 나 보이는데, 이를 따라가면 호수를 바라보는 작은 여인상이 애처롭게 서있다. 화진포에 전해 내려오는 전설의 주인공이다. 전설에 따르면 옛날 호수가 있던 자리에는 이화진이라는 부자가 살고 있었는데, 인심이 고약하기로 소문이 자자했다. 어느 날 건봉사 스님이 그를 찾아와 정중히 시주를 부탁했지만, 이화진은 비웃으며 쌀 대신 똥을 한가득 퍼주었다. 이를 본 이화진의 며느리가 미안해 어쩔 줄 몰라하며 스님을 쫓아가 사죄를 했지만, 스님은 묵묵히 길을 걸어갔다.

그럼에도 계속 사죄하며 따라오는 여인에게 스님이 말하기를 “용서해 줄 테니 계속 따라오면서 무슨 소리가 들려도 절대 뒤를 돌아보지 마시오.”라고 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별안간 천둥번개와 비바람이 몰아치며 홍수가 나 이화진의 집 일대가 호수로 변해버렸다. 마음씨 착한 여인은 호수로 변한 집을 보고 슬피 울다 돌이 되었다고 한다. 

‘김일성 별장’으로도 유명한 화진포의 성.
‘김일성 별장’으로도 유명한 화진포의 성. 사진/ 여행스케치

응봉에서 산림욕과 주변 풍경 즐기기 

자전거를 이용해 호수를 돌며 이승만 대통령 별장, 이기붕 부통령 별장, 화진포생태박물관까지 차례로 돌아보고 나면 자전거를 반납 하고 화진포의 성으로 걸음을 옮길 차례다. 이곳은 선교사 셔우드 홀 부부에 의해 1938년 건립된 별장인데, 김일성 부부가 휴양지로 이용했다고 하여 ‘김일성 별장’이라고도 불린다. 한국전쟁 때 소실된 것을 2005년 3월에 다시 복원하여 전시관으로 활용하고 있는데, 화진포에 대한 전시와 김일성이 별장으로 사용했을 당시의 재현된 방 등을 둘러볼 수 있다.

화진포의 성 옆으로 난 산책로를 따라 산림욕장으로 들어서면 아름 드리 소나무들이 걷기꾼을 반긴다. 금강송이 내뿜는 피톤치드를 즐기며 걷기를 30여 분, 어느덧 해발 122m의 응봉 정상이 나타난다. 응봉에서는 화진포와 백두대간, 그리고 화진포해수욕장을 모두 볼 수 있으니 가히 관동별곡길의 절정이라 할 수 있다. 

응봉에서는 소나무가 우거진 산림욕장을 걷는다.
응봉에서는 소나무가 우거진 산림욕장을 걷는다. 사진/ 여행스케치
응봉 정상에서 바라본 화진포.
응봉 정상에서 바라본 화진포. 사진/ 여행스케치

다시 산길을 따라 남쪽으로 향하면 가파른 내리막길을 지나 ‘화진포 해맞이교’를 만난다. 다리를 건너 다시 산길을 20여분 오르면 왼쪽 으로는 너른 동해가, 오른쪽으로는 백두대간 봉우리가 한눈에 들어 온다. 두 번째 전망포인트인 ‘해맞이봉’이다. 길을 걷는 즐거움을 더 해주는 곳이면서 매년 새해에 해맞이 행사가 열려 새해 소망을 기원하는 곳이기도 하다. 다음 코스인 거진항으로 내려가는 길은 마을 뒷길, 철제 계단, 나무 계단, 약수터길 중 선택할 수 있는데, 내리막 길이 다소 가파르니 유의하면서 걸어야 한다. 

명태잡이로 유명했던 거진항의 모습.
명태잡이로 유명했던 거진항의 모습. 사진/ 여행스케치

명태로 유명했던 거진항 

관동별곡길의 종착점인 거진항은 1970~198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전국 명태의 60~70%를 출하하던 곳이다. 명태잡이 철이 되면 전국의 배들이 몰려 크게 번성했다고 한다. 그러나 수온상승으로 명태 어장이 러시아 쪽으로 이동하고 무분별한 어로 행위 등으로 인해 국내 명태의 씨가 마르면서 크지만 조용한 항구로 쇠락한 감이 없지 않다. 더욱 안타까운 점은 거진항이 옛 영화를 추억하기 위해 매년 명태축제를 개최해오고 있지만, 언젠가부터 러시아산 수입 명태로 축제를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긍정적인 반전의 기대도 다시 피어나고 있다.

명태축제장인 거진해수욕장에 있는 명태타일벽화.
명태축제장인 거진해수욕장에 있는 명태타일벽화. 사진/ 여행스케치
거진항에서 만났던 명태지리.
거진항에서 만났던 명태지리. 사진/ 여행스케치

2009년 말 국립수산과학원 동해수산연구소에서 명태의 자원회복을 위해 노력하기 시작했고, 2015년에는 자연산란까지 성공해 명태 치어 25만 마리를 생산해냈다. 이에 해양수산부에서 강원도 고성군 일부 해역을 명태 보호수면으로 지정하며 치어 방류 사업에 박차를 가했고, 2016년 10월 세계 최초로 명태 완전양식을 선언하며 국산 명태사업이 다시 살아날 기회를 마련했다.

아직 예전처럼 만선의 꿈을 꾸기에는 멀었지만 거진항에서 국산 명태를 다시 만날 수 있는 가능성은 생긴 것이다. 현재는 거진항 인근 바다에서 잡히는 도루묵, 문어, 광어, 전복, 해삼, 멍게 등이 어부들의 삶을 이어주고 있다. 앞바다에서 채취해 잘 말린 자연산 다시마도 효자 상품이다. 관동별곡길의 마무리 장소인 거진항에서 싱싱한 수산물들을 즐기며 어민들의 삶에 보탬을 주는 것도 좋은 방법일 듯하다.

INFO 화진포관광안내소(화진포의 성) 

주소 강원 고성군 거진읍 화진포길 280 

INFO 거진항 

주소 강원 고성군 거진읍 거진항1길 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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