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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힐링 여행] 영주 선비 문화 탐방
[힐링 여행] 영주 선비 문화 탐방
  • 민다엽 기자
  • 승인 2022.08.19 08: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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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비 정신이 이어져 오고 있는 영주의 소수서원. 사진/ 민다엽 기자  

[여행스케치=영주] 태백산맥과 소백산맥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는 영주는 유서 깊은 선비의 고장이다. 양반 사회를 대표하는 다양한 문화와 고택들이 많이 남아있는 데다, 성리학이 도입된 이래 우리나라 최초의 서원인 소수서원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그동안 수많은 인재가 배출되었으며, 산세가 웅장하고 경치가 뛰어나 예부터 선비 문화가 발달했다.

영주는 선비 마을답게 곳곳에 그 흔적이 남아있지만, 그중에서도 소수서원이 있는 순흥면 일대는 선비 문화의 진수를 느껴볼 수 있는 곳이다. 이 일대에는 예부터 양반 계층이 많이 살았으며, 소수서원을 비롯해, 선비촌과 순흥향교 그리고 최근 오픈한 민속촌 개념의 테마파크인 선비 세상까지, 영주의 선비 문화를 한자리에서 두루 즐겨볼 수 있다.

소나무 숲에 둘러싸인 소수서원의 전경. 사진/ 민다엽 기자
소수서원 어디를 둘러봐도 짙은 녹음이 묻어난다. 사진/ 민다엽 기자

조선 성리학을 꽃피운 배움의 전당, 소수서원

소수서원은 우리나라 사립 교육기관의 첫 발자취로, 영주의 선비 정신과 문화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표적인 문화재다. 특히 조선시대 임금으로부터 편액·서적·토지·노비 등을 하사받아 그 권위를 인정 받은 최초의 사액서원으로, 일반적인 서원과는 그 의미 자체가 남다르다고 볼 수 있다.

조선 중종 37(1542), 당시 풍기 군수였던 주세붕이 이 지역 출신 고려시대 유학자인 회헌 안향을 기리기 위해 사당과 함께 후진양성을 위한 사립학교를 건립했다. 처음에는 백운동서원이라 불렸으나 이후, 퇴계 이황이 명종에게 건의하여 소수서원이라는 현판을 하사받았다. 이는 무너진 유학을 다시 이어 닦게 했다라는 뜻을 담고 있다.

이처럼 임금이 직접 현판을 하사한 우리나라 최초의 서원이라는 상징성 덕분에 1868, 흥선대원군이 서원철폐령을 내렸을 때도 폐쇄되지 않고 현재까지 남아있게 되었다. 이후 20197, 영주의 소수서원을 비롯해 전국 9개의 서원이 한국의 서원이란 이름으로 제43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되었다.

선비들이 학문을 닦던 일신재와 직방재. 사진/ 민다엽 기자
소수서원에는 다양한 고문서들이 소장되어 있다. 사진/ 민다엽 기자

소수서원은 앞쪽에 학교, 뒤쪽에 사당이 자리 잡은 전학후묘(前學後墓)’의 중국식 서원 건축 양식을 따르지 않고, 동쪽에 배움을 목적으로 하는 강학 공간을 세우고 서쪽에 제사를 지내는 제향 공간을 배치한 동학서묘(東學西墓)’ 방식으로 공간을 구성했다. 이는 서쪽을 상석으로 삼는다는 우리나라 전통 위치법인 이서위상(以西爲上)의 관행에 따라서다.

자연과 조화를 이룬 서원의 주변 환경도 인상적이다. 당시에 영향을 많이 받았던 중국식 서원이 마을 중심지에 세워진 데 반해, 우리나라의 서원은 심신을 함께 수양하도록 산수가 좋은 곳에 자리를 잡은 것이 특징이다. 서원 뒤쪽으로는 영귀봉이 보이고 앞으로는 맑은 죽계수가 흐르며 서원 어디에서든 연화산의 푸른 자연을 만끽할 수 있다.

선비촌에 세워진 영주 선비상. 사진/ 민다엽 기자
고즈넉한 분위기가 감도는 소수서원의 취한대. 사진/ 민다엽 기자
수백년씩 된 나무들이 세월의 흔적을 말해준다. 사진/ 민다엽 기자

이처럼 자연과 조화를 이룬 심신(心身)의 정진은 소수서원을 인재 양성과 성리학 발전의 요람으로 만들었다. 그동안 소수서원에서 배출된 인재만 4,000여 명에 달한다고 한다. 소수서원은 오랜 역사만큼이나 귀중한 유물들을 소장하고 있다.

국보 제111호인 안향 초상을 비롯해, 주세붕 초상(보물 제717), 대성지성문선왕전좌도(보물 제485) 등과 명종이 친필로 내린 소수서원 편액, 퇴계 이황의 친필이 적힌 문서와 목판 등이 남아있다. 이 밖에도 유명한 서원인 만큼 수많은 고문서 자료들이 소장되어 있었다고 추정하지만, 오랜 세월이 흐르면서 현재 서원에 남아있는 양은 그리 많지 않다.

 

영주 선비촌. 오래된 고택에서 한옥 스테이를 즐겨볼 수 있다. 사진/ 민다엽 기자
오래된 고택에 머물며 한가롭게 쉬어볼 수 있다. 사진/ 민다엽 기자

자연과 어우러진 선비의 삶

소수서원 주변으로는 울창한 소나무 숲이 빼곡히 둘러싸고 있다. 수령이 수백 년씩 하는 거대한 소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어 압도적인 느낌을 준다. 기록에 따르면 선조 19(1586) 풍기의 유생 황응규가 처음 이곳에 소나무를 심었고, 이후 효종 5(1654)에 소나무 1,000그루를 이곳에 심으면서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고 한다. 사계절 내내 푸름을 간직하는 소나무의 모습이 선비의 기개와 닮았다고 하여 학자수라고도 불린다. 소수서원의 소나무는 키가 크고 가지가 길게 축축 늘어지는 것이 특징인데, 가지들이 서원에 가까울수록 고개를 숙이고 있는 형상을 하고 있다고 한다.

옛 마을의 모습을 재현한 선비촌의 풍경. 사진/ 민다엽 기자  
한옥 숙박 체험을 할 수 있는 해우당 고택. 고풍스러운 고택의 분위기가 인상적이다. 사진/ 민다엽 기자

소수서원을 지나 뒤편으로 이동하면 자연스럽게 선비촌으로 이어진다. 선비촌은 당시의 옛 거리와 전통 생활 모습을 재현한 민속촌으로 다양한 전통 체험과 함께 수백 년 된 고택에서 한옥 스테이도 해볼 수 있다. 널찍한 대청마루에 기대앉아 고즈넉한 한옥의 분위기와 청정 자연을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한껏 여유가 느껴진다. 나지막이 들리는 빗소리에 귀 기울이며 명상에 빠져보는 것도 좋은 선택이다.

 

INFO 소수서원 & 선비촌

운영시간, 가을 (3~5, 9~10) 09:00~18:00 /여름 (6~8) 09:00~19:00 /겨울 (11~2) 09:00~17:00

입장료 성인 3,000, 어린이 1,000

주소 경북 영주시 순흥면 소백로 2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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