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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맛여행] 갯벌향기 가득 담긴 겨울철 별미, 순천 꼬막정식
[맛여행] 갯벌향기 가득 담긴 겨울철 별미, 순천 꼬막정식
  • 박상대 기자
  • 승인 2023.02.13 13: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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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철 입맛을 확 살려주는 꼬막요리. 사진/ 박상대 기자

[여행스케치=순천] 여수와 순천, 보성에 이르는 바다를 여자만이라 한다. 여자만은 우리나라 꼬막의 최대 산지다. 순천만 습지 인근과 순천시내에 꼬막요리를 파는 전문점들이 늘고 있다. 겨울철 입맛을 확 살려주는 꼬막요리들을 소개한다.

순천만 대대동에 늘어선 꼬막 요리 전문점들
순천만 습지 근처에 가면 꼬막정식과 짱뚱어탕을 판매하는 전문 음식점들이 적잖게 자리하고 있다. 좀 과장하자면 이웃 벌교에서는 길거리에서도 꼬막 삶는 냄새가 난다. 그런데 순천만습지가 있는 대대동 일대에는 저마다 개성 있는 간판을 내건 남도한정식 전문 음식점들이 띄엄띄엄 앉아서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어떤 집은 짱뚱어탕을 앞에 쓰고, 어떤 집은 꼬막정식을 앞에 써놓고 있다. 겨울부터 봄철에는 꼬막이 절정이고, 여름부터 가을철에는 짱뚱어탕이 제철이다. 주차장이 넉넉한 집에 들어갔다.

꼬막은 최소한 3회 이상 세척하여 원망에 담아 판매한다. 사진/ 박상대 기자
세척과 선별작업을 하고 있는 꼬막. 사진/ 박상대 기자
꼬막을 어획하는 어부는 대부분 여성이다. 사진/ 박상대 기자

“꼬막을 진짜 좋아하는 사람들은 먼저 숙회를 몇 개 까먹지요. 꼬막 피라고 하는 갈색 국물맛이 참 오묘하잖아요. 그게 헤모글로빈인데 사람 피와 거의 같은 성분이라 몸에 좋답니다. 입안에 꼬막 향을 감돌게 하고 다른 음식을 먹으면 더 좋을 겁니다.”

순천시와 여수시를 오가며 활동하고 있는 임용택 바다해설사는 꼬막 먹는 법을 이야기한다. 짭쪼름한 꼬막피를 생각하며 앉아 있는데 꼬막숙회를 먼저 내온다. 서빙하는 직원에게 삶은 꼬막을 먼저 달라는 손님이 있는지 여쭸더니 가끔 있다고 한다. 그런데 뒤이어 초다짐거리나 밑반찬을 내오기 때문에 삶은 꼬막이랑 밑반찬을 내오는 순서는 별 의미가 없다. 먹는 사람이 눈길이 먼저 가는 순서대로 집어 먹으면 된다.

순천시에 거주하는 임용택 바다해설사. 사진/ 박상대 기자
꼬막의 피에는 헤모글러빈 성분이 들어있어 건강에 이롭다. 사진/ 박상대 기자

참꼬막 하나를 집어 꼬막 까는 전용 집게로 꼬막 껍질과 껍질 사이를 열어서 살을 까먹는다. 집게가 개발되기 전에 서울 사람이 처음 꼬막을 먹으러 왔는데 처음 먹어본 것이라 먹는 방법을 몰랐던 모양이다. 서빙하는 여성한테 어떻게 까먹는지 물으니까 “꼬막 똥구멍에다 숟가락을 넣고 확 비틀면 알아 딱 나오지라.”라고 설명한다.

어쨌든 삶은 꼬막의 껍질을 까서 살점을 꺼내 먹고 꼬막 피를 쪽쪽 빨아 먹는다. 살만 먹거나 피만 빨아 먹는 것보다 살을 먼저 입에 넣고 뒤이어 피를 빨아 먹으면 입안에 미소가 가득 담긴다. 입안에 든 것을 채 삼키기도 전에 손은 또 꼬막을 집어 집게로 깐다. 뜨겁지도 않고 완전히 식지도 않은 따뜻한 꼬막이라 식감이 더 좋다. 촉촉하고 온기가 남아 있는 부드러운 살점은 거의 혀의 촉감과 동급이다.

꼬막을 삶아내는 것부터 조리기술이다
전라도 꼬막은 여수, 순천, 보성에서 가장 많이 나온다. 여수와 순천 사이에 있는 바다를 여자만이라 하고, 보성쪽 바다를 득량만이라 한다. 여자만은 여수 율촌에 가깝고, 순천만은 별양에 가깝다. 한때 여자만과 순천만에서 수확한 꼬막은 대부분 벌교나 서울·광주 등 도회지로 팔려나갔다. 그런데 이즈음엔 순천 대대포나 순천시내에서 꼬막요리를 판매하는 음식점으로 많이 팔려나간다.

꼬막정식에는 꼬막으로 만든 음식이 3종류 이상 나온다. 사진/ 박상대 기자
꼬막초무침. 사진/ 박상대 기자
양념꼬막. 사진/ 박상대 기자

꼬막은 종패를 갯벌에 뿌려서 1년 6개월 이상 3년 정도 양식한 후 성체를 어획하여 시장으로 내보낸다. 양식업자와 어부들이 잡아올린 꼬막은 바다 가운데 바지선이나 작은 섬에서 1차 바닷물로 세척을 한다. 그리고 선창에서 2차로 뻘과 이물질을 세척한 후 크고 작은 것을 선별하여 원망에 담는다. 모기장 같은 원망에 담긴 꼬막을 음식점이나 도매상에서 가져간다.

“음식점에서 다시 해감을 합니다. 수돗물로 씻어낸 후 해감을 하는데 바지락처럼 물에다 오래 담그지 않고 그냥 씻기만 하지요. 그리고 삶아서 조리를 하는데 요리에 따라 삶는 방식이 다릅니다. 숙회로 먹을 때는 끓는 물에 잠간 데치고, 초무침이나 전, 양념 등 다른 요리를 할 때는 푹 삶아내기도 하지요.”

전라도밥상 정훈채 대표는 꼬막을 삶아내는 것부터 기술이라고 말한다. 꼬막이 입을 벌리기 전에 꺼내야 할 것이 있고, 살짝 입을 벌릴 때 꺼내는 것, 그리고 완전히 입을 벌릴 때까지 익혀야 하는 경우도 있다.

순천만 대대포에 있는 꼬막전문점 전라도밥상. 사진/ 박상대 기자
순천시내에 있는 한정식전문점. 사진/ 박상대 기자

같은 듯 다른 다양한 꼬막 요리들
꼬막요리는 다양하다. 꼬막정식이 있고, 꼬막백반이 있다. 꼬막을 이용해서 떡갈비와 샐러드, 탕수육과 전, 젓갈 등 다양한 요리가 개발되고 있다. 순천이나 여수에서 한정식집에 가면 빠짐없이 꼬막요리 한두 가지가 상에 오른다.

순천시에는 음식점 사장님들이 모여서 틈틈이 새로운 요리를 개발하고, 그 레시피를 공유하며 손님들을 맞이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레시피가 다 같은 것은 아니다. 꼬막정식에 올리는 꼬막요리도 숙회, 초무침, 전, 탕수육, 떡갈비 가운데 몇 가지를 선별해서 올린다. 꼬막 비빔밥을 만들어 먹는 초무침도 집집마다 재료와 레시피가 조금씩 다르고 맛도 다르다. 어느 집은 미나리를 넣고, 어느 집은 부추를 넣는다. 어떤 집은 무를 넣고 어떤 집은 배를 넣는다. 저마다 개성을 선보이고, 저마다 지닌 솜씨를 자랑하기 때문이다.

향토정 꼬막떡갈비(위)와 꼬막삼합(아래). 사진/ 박상대 기자
꼬막전. 사진/ 박상대 기자

꼬막떡갈비도 어떤 집에선 밥상에 올리고 어떤 집에선 밥상에 올리지 않는다. 떡갈비의 크기도 다를 뿐만 하니라 어떤 집은 꼬막을 통째로 넣고, 어떤 집은 꼬막을 잘게 잘라서 소고기 다진 뒤 버무린다. 떡갈비에 치즈를 넣어서 어린이 손님의 입맛을 겨냥한 집도 있고, 달콤한 맛을 가미해서 어른들을 유혹하기도 한다.

순천시내에 있는 한정식전문점 향토정은 꼬막삼합을 개발했다. 말린 감태 위에 노란 기장밥을 놓고 미나리와 영양부추에 꼬막을 버무린 양념 꼬막을 싸서 먹는다. 감태향과 꼬막향이 절묘하게 어우러진다.

“옛날 어른들이 말씀하시길 꼬막요리는 사랑이 없으면 해줄 수 없다고 했어요. 추운 바다에서 잡아올리는 일도 힘들고, 수차례 씻어서  정성을 다해 삶아야 하고, 깔 때도 하나씩 손으로 까야 하고, 모두 장난이 아니잖아요. 이런저런 양념을 해야 하고, 모든 과정에 사랑을 쏟아붓지 않으면 제맛을 내지 못하거든요.”
임용택 바다해설사는 꼬막요리를 먹을 때는 감사하는 마음으로 먹어야 한다고 말한다.

꼬막의 종류. 사진/ 박상대 기자

INFO 꼬막의 종류 (위 부터)
피꼬막 : 골이 가늘고 얕다. 30개 이상이다. 껍질에 털이 많이 나 있다. 참꼬막이나 새꼬막보다 몸집이 더 크다.
새꼬막 : 골이 가늘고 얕다. 골이 25개 안팎이다. 하루 종일 바닷물에 잠긴채 자란다.
참꼬막 : 골이 굵고 깊다. 골이 17개 안팎이다. 하루에 두 번 햇볕을 보는 갯벌에서 양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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