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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월드 트래블] 세계 최고의 선셋을 마주하다. 환상을 품은 코타키나발루
[월드 트래블] 세계 최고의 선셋을 마주하다. 환상을 품은 코타키나발루
  • 이종원 여행작가
  • 승인 2023.08.14 11: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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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현실적인 노을과 에메랄드빛 바다에 빠져드는 코타키나발루를 소개한다. 사진 / 이종원 여행작가
비현실적인 노을과 에메랄드빛 바다에 빠져드는 코타키나발루를 소개한다. 사진 / 이종원 여행작가

[여행스케치=코타키나발루] 세파의 때를 훌훌 떨쳐버리고 외딴 곳에서 마음껏 자신을 위로받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럼 코타키나발루로 떠나라. 비현실적인 노을, 동화 같은 반딧불이 그리고 에메랄드빛 바다가 그대의 어깨를 토닥거려줄 것이다.

발음조차 입에 달라붙지 않는 코타키나발루. 어느 나라에 붙어있는지 헷갈리기도 하고 괌이나 사이판, 세부 등과 같은 작은 섬 관광지로 알고 있는 사람도 많다. 코타키나발루는 말레이시아에서도 2~3번째로 큰 대도시로 우리로 말하면 부산쯤에 해당한다. 고무, 목재, 천연가스 등 자원이 풍부하고 기름이 펑펑 나오는 산유국이다. 코타는 도시를 의미하며 키나발루는 동남아시아에 가장 높은 산이다. 사람이 죽으면 그 영혼이 키나발루 산에 머문다고 해서 영혼의 안식처로도 여긴다. 그러니까 우리네 백두산쯤 되는데 그보다 1.5배쯤 되는 높은 4,095m.

수트라하버 퍼시픽호텔에서 바라본 노을. 사진 / 이종원 여행작가
수트라하버 퍼시픽호텔에서 바라본 노을. 사진 / 이종원 여행작가
비행기에서 바라본 코타키나발루 시내. 사진 / 이종원 여행작가
비행기에서 바라본 코타키나발루 시내. 사진 / 이종원 여행작가

세계 3대 노을을 즐기는 방법
코타키나발루의 석양은 그리스 산토리니, 남태평양 피지와 더불어 세계 3대 석양으로 손꼽힌다. 한국에서는 1년에 한 번 볼까 말까 하는 오메가 모양의 해넘이는 대자연 퍼포먼스의 서막에 불과하다. 바다는 둥그런 해를 꿀꺽 삼키더니 세상을 온통 붉게 물들게 만든다.

주황, 핑크, 보라 등 변화무쌍하게 색이 바뀌더니 급기야 뭉크의 절규그림의 배경처럼 꿈틀거리는 하늘을 보여준다.

여러 곳에서 노을을 만날 수 있지만 최고의 포인트는 탄중아루 비치다. 야자수를 배경 삼아 시시각각 변하는 하늘색은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천국의 하늘은 바로 이곳이 아닐까 싶다. 시내 워터프론트 노천카페에서 생맥주를 마시며 노을을 감상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탄중아루 비치에서 바라본 노을. 사진 / 이종원 여행작가
탄중아루 비치에서 바라본 노을. 사진 / 이종원 여행작가
한국에서 보기 힘든 오메가 일몰을 매일 만날 수 있다. 사진 / 이종원 여행작가
한국에서 보기 힘든 오메가 일몰을 매일 만날 수 있다. 사진 / 이종원 여행작가
반딧불이를 볼 수 있는 봉가완 해변과 노을. 사진 / 이종원 여행작가
반딧불이를 볼 수 있는 봉가완 해변과 노을. 사진 / 이종원 여행작가

영화 아바타의 현장 속으로, 반딧불투어
반딧불투어에 나서면 평생 볼 반딧불이를 하루에 다 볼 것이다. 맹그로브 숲에서 형광색을 내며 유영하는 반딧불이는 마치 내가 영화 아바타의 현장에 들어선 것 같은 기분이 들게 한다. 투어는 보트에서 진행되는데 선장이 맹그로브 숲에 불빛을 비추고 소리를 내면 반딧불이들이 달려든다. 4자성어로만 여겼던 형설지공(螢雪之功)의 설화가 내 눈 앞에 펼쳐지니 놀라울 따름이다. 코타키나발루의 반딧불이는 개체수가 많고 활동적인 것이 특징인데 맹그로브 숲 중에서도 산소가 많은 곳에 서식한다고 한다. 그래서 반딧불이가 보이면 심호흡을 크게 하고 맑은 공기를 들이마시면 몸이 가뿐해진다. 반딧불투어 전에는 맹그로브 숲에서 야생 원숭이를 만나게 된다. 손바닥에 바나나를 얹으면 원숭이가 다가와서 집어 간다. 아이 허리통만 한 도마뱀도 어슬렁거리며 여유를 즐긴다. 오후 3시쯤 12인승 버스가 출발하는데 제셀톤 여행사에서 예약하면 된다.

봉가완 반딧불이투어 보트. 사진 / 이종원 여행작가
봉가완 반딧불이투어 보트. 사진 / 이종원 여행작가
반딧불이투어 전 맹그로브 숲에서 만난 야생원숭이. 사진 / 이종원 여행작가
반딧불이투어 전 맹그로브 숲에서 만난 야생원숭이. 사진 / 이종원 여행작가
바다를 음미하며 그네를 타고 있는 관광객. 사진 / 이종원 여행작가
바다를 음미하며 그네를 타고 있는 관광객. 사진 / 이종원 여행작가

쉼과 낭만의 천국. 섬 투어
1974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툰구압두라만 해양국립공원은 가야섬을 비롯해, 사피섬, 마누칸섬, 마무틱섬, 술룩섬 등 5개의 섬으로 이루어졌다. 제셀톤 선착장에서 배로 10~20분쯤 내달리면 섬에 닿을 수 있는데 아침(8)부터 부지런을 떨면 하루에 섬 3개까지 둘러볼 수 있다. 고운 백사장에 연초록빛 바닷물에서 수영을 즐길 수 있으며 스노클링 장비를 빌리면 열대어를 만나게 된다. 특히 씨워킹은 어항처럼 생긴 헬멧을 쓰고 바닷속 5미터 아래로 내려가 난간을 잡고 바닥을 걷는 체험이다. 다이버가 빵부스러기를 체험객 앞에서 뿌리면 니모 같은 열대어들이 몰리게 되는데 이때 잠수부가 사진과 동영상을 찍어 카톡으로 보내준다. 이 밖에 바나나보트, 파라세일링 등 흥미진진한 해양레포츠가 가득하다.

청자빛 바닷물을 자랑하는 섬투어. 사진 / 이종원 여행작가
청자빛 바닷물을 자랑하는 섬투어. 사진 / 이종원 여행작가
포토존 천국인 마무틱섬. 사진 / 이종원 여행작가
포토존 천국인 마무틱섬. 사진 / 이종원 여행작가
바닷속을 걸으며 열대어를 만날 수 있는 씨워킹체험. 사진 / 이종원 여행작가
바닷속을 걸으며 열대어를 만날 수 있는 씨워킹체험. 사진 / 이종원 여행작가

마누칸섬은 선착장부터 열대어가 내려다 보이며 해변산책은 물론 원시림 투어가 가능하다. 마무틱섬은 고운 모래와 투명한 바다 덕에 조용히 휴식을 취할 수 있다. 가장 인기 있는 섬은 사피섬으로 숲이 우거져 쉼터로 좋고 산호초 바다는 바닥이 훤히 드러날 정도로 맑다. 예약은 제셀턴 포인트의 여행사에서 섬투어, 스노클링 장비 대여, 각종 체험 등을 예약할 수 있다.

바다 레포츠의 최고봉, 낚시투어
바다 체험 중에서 가장 만족도 높은 투어는 낚싯배체험이다. , 빨판상어, 심지어는 다금바리까지 손맛을 볼 수 있다. 제셀턴에서 3시쯤 출발하는데 먼저 가야섬 수상가옥을 찾는다. 필리핀에서 이주해 온 바자오족은 평생 땅에서 살지 않고 물 위에서 생활하는데 구멍가게, 학교 등 있을 것은 다 있다. 육지에 집을 지을만한 땅을 가지지 못한 사람들을 위한 거처다. 마을 구경을 마치고 섬 근처 바다에서 스노클링을 즐기게 된다. 열대어가 많은 곳에 내려주는데 손톱만 한 빵을 뿌려주면 고기떼가 몰려든다. 패들보트에 몸을 싣고 노를 젓는 재미도 쏠쏠하다.

마무틱섬과 보트. 사진 / 이종원 여행작가
마무틱섬과 보트. 사진 / 이종원 여행작가
낚시투어에는 씨푸드가 포함되어 있다. 사진 / 이종원 여행작가
낚시투어에는 씨푸드가 포함되어 있다. 사진 / 이종원 여행작가

호핑투어를 마치면 본격적으로 낚시투어. 스텝이 미끼를 다 끼워주기 때문에 짜릿한 손맛을 느끼면 그만. 2시간 동안 대충 3~4마리쯤 잡게 된다. 뉘엿뉘엿 넘어가는 일몰과 노을 장면은 낚시투어의 또다른 매력. 로맨틱 석양을 배경 삼아 낚싯대를 드리우며 영화 속 장면을 찍는 것도 재미있다. 인생샷 한 컷 건지고 나면 날이 어둑어둑해지고 이때부터는 선상 위 씨푸드 파티가 펼쳐진다. 싱싱한 게와 새우 그리고 내가 잡은 횟감이 상에 오른다. 소주와 맥주도 반갑다. 또 하나의 볼거리는 바다 위에서 바라본 키나발루 산. 거대한 성채가 바다 위에 떠 있는 것 같다.

키나발루 국립공원 일일투어
동남아시아의 최고봉은 해발 4,095m의 키나발루 산이다. 말레이시아인의 정신이 깃든 산이며 생태의 천국이자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이다. 정상까지는 이틀에 걸쳐 꼬박 올라가야 하지만 일일투어는 수월하다. 키나발루산이 보이는 전망대에서 산을 마주하고 포링 온천지역에서 정글을 탐험하게 된다. 팔뚝 만 한 대나무 숲에서 좋은 기운을 느끼고 키나발루 산 깊은 속내로 들어가게 된다. 높이 50~60m 거목이 하늘을 찌를 듯 서 있는데 거목의 몸통 중간쯤에 출렁다리를 연결한 것이 캐노피 워크다. 와이어와 나무판을 이어 만든 출렁다리로 공중에서 보르네오섬의 원시림을 고스란히 느끼게 된다. 나무마다 쉼터가 있어 아찔한 가슴을 진정시킬 수 있다. 공중을 걷는 재미는 물론 하늘에서 내려다 본 정글과 주변 경치는 짜릿하다. 정글에서 내려오면 천연유황온천인 포링 온천에서 발을 담그게 된다.

영혼의 안식처로 여기는 키나발루산(4,095m). 사진 / 이종원 여행작가
영혼의 안식처로 여기는 키나발루산(4,095m). 사진 / 이종원 여행작가
지구에서 가장 큰 꽃인 라플레시아 꽃. 사진 / 이종원 여행작가
지구에서 가장 큰 꽃인 라플레시아 꽃. 사진 / 이종원 여행작가
거목의 몸통 중간쯤에 출렁다리를 연결한 캐노피. 사진 / 이종원 여행작가
거목의 몸통 중간쯤에 출렁다리를 연결한 캐노피. 사진 / 이종원 여행작가

운이 좋으면 지구에서 가장 큰 꽃인 라플레시아 농장도 둘러볼 수 있다. 꽃의 지름은 1미터에 육박, 10개월을 기다려 3~5일간 꽃을 피우다가 사라지는 신비의 꽃이다. 말레이시아를 상징하는 꽃으로 10링깃 지폐에도 그려져 있다. , 줄기, 뿌리도 없는 독특한 식물로 썩은 시체 냄새를 피워 곤충을 유인해 잡아먹는다. 일본 만화 포켓몬스터에도 등장했다.

Travel Information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

비자 90일 무비자

기후 1년 내내 25~35도 유지. 5월에서 12월이 우기지만 스콜성으로 금방 지나간다. 태풍이 지나가지 않는 것은 큰 장점

항공 대한항공을 비롯해 저비용항공사들이 다수 운행, 비행시간은 5시간

한글 피켓을 들고 망고를 판매하고 있는 현지인. 사진 / 이종원 여행작가
한글 피켓을 들고 망고를 판매하고 있는 현지인. 사진 / 이종원 여행작가
AA건전지 2개를 연결한 형태의 사바주 청사. 사진 / 이종원 여행작가
AA건전지 2개를 연결한 형태의 사바주 청사. 사진 / 이종원 여행작가

Travel Tip
비행기로 5시간 소요. 치안이 좋고 친절하기 때문에 자유여행을 권할 만하다. 섬투어나 원거리 여행은 제셀톤 선착장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호텔은 이곳과 가까운 곳에서 구하면 편하다. 5박이 적당하며 34일은 저가호텔에서 투어를 다니고 23일 정도는 바닷가 호텔이나 리조트에서 호캉스를 즐기는 것이 좋다.

시그너 힐 전망대, 액킨슨 시계탑 등 시티투어는 도보로 가능하며 블루모스크, 구 사바주청사 등은 그랩택시를 이용하면 편하게 다닐 수 있다. 원거리인 키나발루 산이나 반딧불투어, 섬투어는 klook, 마이리얼트립, 와그 등 데이투어를 이용해도 되고 제셀톤의 여행사에서 예약하면 된다. 물가는 한국의 60% 정도, 해산물, 과일을 원 없이 먹어야 후회하지 않는다. kk몰에 가면 한국인이 살만한 것들을 따로 진열하고 있으며 한국어 가능 현지인이 상품 소개하고 있다. 믹스커피, 코코넛커피, 카야잼, 멸치스낵, 고산지대 사바티 등을 구입할 만하다.

식사는 참치, 다금바리, 왕새우, , 바다가재 등 해산물을 파는 시푸드 레스토랑을 이용하면 실망하지 않는다. 현지인의 영양식인 바쿠테도 권할 만하다. 삼겹살, 갈비, 족발 등을 버섯이나 한약재를 넣고 끊여 진한 국물 맛이 일품이다.

이종원 여행작가

25년 차 여행작가. 해외의 재미난 스토리를 발굴하며 여행을 즐기고 있다. 현재는 상상콘텐츠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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